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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L] ‘신입보다는 경력?’ 팀을 위기에서 구한 EPL 재취업 감독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복권빈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리그다. 그만큼 가장 많은 돈이 오가며, 예측불허의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실패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는 과거 첼시의 루이스 스콜라리 감독부터, 맨체스터UTD의 반 할 감독까지 수많은 감독들이 자신의 직업을 오래유지하지 못했다.

EPL에서 첫 경험을 좋지 않게 마무리하는 감독들이 많아지면서, 각 팀들은 점차 EPL 경험이 풍부한 감독들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쁘게 말하면 ‘돌려막기’지만, 좋은 성적이 지상과제인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나쁘게 말할 필요조차 없어지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확실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시즌은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말이 더욱 잘 어울리는 시즌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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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튼의 샘 앨러다이스 감독. [사진=프리미어리그]


샘 앨러다이스(에버튼)

에버튼은 지난 여름 알찬 보강에 성공했다. 로멜로 루카쿠는 떠났지만, 웨인 루니, 산드로 라미레스, 다비 클라센, 길피 시구르드손, 마이클 킨 등 수준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하지만 로날드 쿠만 감독은 좋은 재료를 가지고도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시즌 시작 후 9경기에서 2승2무5패에 그쳤고, 에버튼은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그런데 쿠만 경질 후 데이비드 언스워드가 감독대행 지휘봉을 맡은 후에도 부진은 이어졌다. 특히 유로파리그에서는 조별리그 4라운드 경기에서 올림피크리옹에 0-3 완패를 당하면서 탈락이 확정됐고, 명예회복을 노렸던 5라운드 경기에서는 홈에서 아탈란타에 1-5로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렇게 계속되는 위기에도 정식 감독 선임은 더뎌졌다. 결국 마음이 급해진 에버튼의 선택은 EPL 터줏대감 중 한 명인 ‘빅 샘’ 샘 앨러다이스 감독이었다.

축구팬들에게는 다소 뻔한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앨러다이스 감독의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볼턴원더러스, 뉴캐슬UTD, 웨스트햄, 선덜랜드 등 수많은 잉글랜드 클럽을 지도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에도 크리스탈팰리스에서 시즌 중반 부임해 강등 위기를 이겨낸 바 있다. 한 마디로 EPL 전문가인 셈이다.

‘빅 샘’의 손길이 닿자 에버튼은 곧바로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에버튼에 어울리지 않는 애매한 전술을 시도하기보다는 직선적이고 효율적인 움직임을 강조하는 ‘빅 샘’ 특유의 색채를 에버튼에 가미했다. 성과는 곧바로 나왔다. 샘 앨러다이스 감독이 처음 벤치에 앉은 허더즈필드와의 경기에서 곧바로 승리를 거두었고, 이후 리그에서 6경기 무패행진을 달렸다. 무패행진이 깨진 후 최근까지 일시적으로 부진에 빠지긴 했지만, 에버튼의 현재 순위는 9위로 시즌 초반의 위기에서는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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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햄의 감독 데이비드 모예스. [사진=프리미어리그]


데이비드 모예스(웨스트햄)

웨스트햄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크로아티아 출신의 슬라벤 빌리치는 부임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EPL에 적응하지 못했다.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고, 팀은 계속해서 하위권에 머물렀다. 결국 빌리치 감독은 웨스트햄 감독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웨스트햄이 최근 몇 년간 중위권 클럽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영입 성과를 보여줬던 이는 아쉬운 결과였다.

당연히 새로운 감독 선임은 더욱 중요했지만, 웨스트햄은 다소 고개를 갸우뚱할 만한 인물을 선택했다. 바로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었다. 과거 에버튼을 10년 넘게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시절을 여전히 높게 평가하고 있는 듯했지만, 모예스 감독은 맨체스터UTD에서의 실패 이후 스페인에서도 실패를 겪었으며, 지난해에는 선덜랜드의 강등을 막지 못하는 등 최근의 행보가 좋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그의 EPL에서의 10년은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빌리치 체제에서의 첫 11경기에서 2승3무6패를 기록했던 웨스트햄은 이후 12경기에서 4승4무4패를 기록했다. 아주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반등에 성공했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다. 또한 최근 3경기에서 2승1무를 기록하는 등 모예스 효과가 점점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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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팰리스의 감독 로이 호지슨. [사진=프리미어리그]


로이 호지슨(크리스탈팰리스)

시즌 초반 크리스탈팰리스의 부진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지난 시즌에도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샘 앨러다이스의 도움을 받아 강등을 피했고, 이번 시즌 반등을 노렸다. 윌프리드 자하, 크리스티안 벤테케 등 수준급 선수들이 건재해 전력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개막 후 4경기에서 모두 패하면서 기대는 절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내용은 더욱 절망적이었다. 4경기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지난 시즌과 같은 길을 걷고 싶지 않았던 크리스탈팰리스는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프랑크 데 부어 감독은 EPL 최소인 4경기 만에 크리스탈팰리스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지난 시즌 샘 앨러다이스 감독을 통해 좋은 경험을 했던 크리스탈팰리스는 이번에도 EPL 경험이 풍부한 감독을 선임했다. 과거 풀햄과 리버풀 등에서 감독을 역임했던 로이 호지슨이었다.

호지슨 감독은 압도적인 최하위였던 크리스탈팰리스에 서서히 반등의 분위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부임 후 첫 3경기에서는 무기력하게 패했지만, 강호 첼시를 상대로 감격적인 시즌 첫 승리를 따냈다. 11월부터 12월 초까지는 8경기 무패행진에도 성공하면서 강등권에서 벗어났다. 부임 후 성적은 6승6무7패. 대단한 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크리스탈팰리스에도 희망적인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위의 세 감독 외에도 이번 시즌 중반 부임한 웨스트브로미치알비온(WBA)의 앨런 파듀 감독이나, 레스터시티의 클로드 퓌엘 등도 EPL 경험이 있는 감독들이다. 이들이 재취업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공통적인 이유는 이미 언급했듯이 EPL 경험이 있는 경력자였기 때문이다.

언제나 신입보다 경력직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신입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의 크기는 쉽게 재단할 수 없으며,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EPL의 분위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면 위기에 빠진 팀에는 신입보다는 경력자이 낫다는 사실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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