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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 무책임한 감독교체, 4년 전의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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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3대표팀에서 경질된 김봉길 감독.[사진=KF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노진규 기자] 조광래 감독을 경질하고, 그 자리에 최강희를 억지로 앉혔다. 이어 월드컵을 1년도 안 남긴 시점에서 홍명보 감독으로 교체했다. 4년간 3명의 감독을 거친 선수들은 본선에서 참담히 실패했고, 축구협회는 그들을 방패 삼아 비난을 피해갔다. 아무런 비전도, 철학도 없던 감독 선임은 그렇게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세월에 묻혔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의 이야기다.

4년이 지났다. 그런데 변한 게 없다. 대표팀을 이끌던 슈틸리케 감독은 마치 데자뷰처럼, 월드컵 개막 1년을 앞두고 경질됐다. 새롭게 선임된 신태용 감독은 히딩크 사태와 맞물리며 본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여론의 희생양이 됐다. U-23, U-20 대표팀까지 모두 긴급 소방수를 맡은 바 있는 기이한 이력의 신태용은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도 불구하고 곤욕을 치렀다. 한 명의 감독이 4년을 준비해서 월드컵 본선에 나간다는 건 한국에서는 꿈 같은 일이 됐다.

이런 마구잡이식 감독교체는 성인 대표팀만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2월 6일 축구협회는 김봉길 감독과의 계약해지를 발표했다. 2018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U-23 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지 5개월 만의 일이다. 이로써 한국은 성인대표팀의 슈틸리케, U-20 대표팀의 안익수에 이어 U-23 대표팀의 김봉길까지, 최근 1년 사이에 각 연령대별 감독들이 모두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 당하는 불명예 기록을 달성했다. 이제 새로운 감독에게 적응하는 일은 한국 대표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 중 하나가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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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한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사진=KFA]


김판곤 감독선임위원장은 김봉길 감독 해임발표 다음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해임 이유와 후임 감독 선임 계획 등 여러 현안에 대해 브리핑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선수들의 기술이 발전 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감독 선임 프로세스의 체계화, 구조적인 개혁 등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했다. 단순히 감독교체만 반복되는 것이 아닌, 보다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이다.

더 이상 무책임한 인사실패가 나와선 안 된다. 거듭되는 실패도 문제지만, 그 가운데 아무런 비전과 철학 없이 매번 주먹구구식으로 감독직을 갈아치운다는 것이 더 심각한 일이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한국축구의 구조적인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다. 정체성을 잃고 갈팡질팡하는 한국축구에 필요한 것은 장기적인 안목과 함께 책임 있는 감독선임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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