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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업비전2 체험기 “캐디와 말이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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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업 비전2는 앞에 막대 기둥에서 이용자의 목소리를 파악하고 대화하게 된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헤이 티업”하고 부르자 인공지능(AI) 캐디가 반응했다. 제법 먼 거리에 경사가 있는 그린이라서 티업에게 말 걸고 “캐디”라고 했더니 실제 필드에서처럼 퍼팅 라인을 봐줬다. “사장님 불러줘” 했더니 카운터와 연결이 됐다. 신통한 마음에 짓궂은 농담을 했다. 그랬더니 “제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어요”라고 답한다.

역삼역에서 요즘 핫하다는 톡스크린에서의 스크린 골프 체험은 만족스러웠다. 티업비전2의 플래그숍(선도 매장) 개념이라서인지 룸 공간이 기존 스크린골프방들보다 넓고 쾌적했다. 주방에서 시켜먹는 떡볶이는 맛있었고, 커피나 음료는 저렴했다. 오후부터 룸이 풀 부킹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거려졌다.

카카오VX(구 마음골프)에서 지난해 10월 출시한 티업비전2는 컴퓨터를 조작하는 불편함이 대폭 줄었다. 골프존처럼 F12 키를 눌러 멀리건을 쓰는 대신 “헤이 티업”하고 부른 다음 “멀리건”하면 됐다. 손으로 조작하는 것과 목소리로 말하는 게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었는데 막상 체험해보니 그래도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보다는 캐디와 대화를 하는 게 더 편했다.

이상원 카카오VX 마케팅기획팀장은 “티업비전2의 ‘헤이 티업’은 음성인식 기술에 머신러닝을 접목한 것으로 데이터가 쌓일수록 진화하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VX는 사용자들이 언급한 음성인식 리스트를 모아 정기적으로 티업비전2에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까다로운 질문에 ‘어려서 잘 모르겠어요’라는 답은 서서히 발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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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2는 경기하는 홀 뿐만 아니라 옆 홀까지 모두 보이고 O.B.없이 옆 홀에서도 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화면 또한 익숙한 스크린 골프방에서 볼 수 없던 선명함이 돋보였다. 티업비전2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게임분야에서 많이 쓰이는 유니티 엔진으로 개발됐다. 모기업이 게임회사 카카오게임즈이다보니 영상 품질이 확실히 뛰어났다. 라운드 환경을 가을로 주었더니 가을 여치 소리가 들렸고, 역광을 마주한 홀에서는 아른 거리는 깃발과 페어웨이 잔디가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계절감이 느껴졌다. 섬세하고 생생한 화면은 현장감을 높인다.

티업비전2에서는 아웃오브바운즈(O.B.)가 없는 게 숨은 특징이다. 일반 골프장에서는 팀 진행을 당기기 위해 O.B.티를 과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스크린골프에서는 옆 홀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슬라이스가 심하면 O.B.처리가 됐었다. 하지만 비전2는 18홀 전체 코스를 하나의 화면으로 읽는다. 따라서 어느 홀에서 슬라이스가 심하게 났다면 실제처럼 옆 홀 페어웨이에서 볼을 걷어올리면 되는 구조였다. 숨어있는 디테일이지만 이런 게 실제감을 높이는 요소다.

헤이 티업의 도움 덕인지 한 라운드 소요 시간은 다른 기기로 할 때보다 약간 더 당겨진 듯 했고, 오로지 골프 상황에만 집중할 수 있게 홀이 넘어가는 시간도 줄었다. AI 캐디인 ‘헤이 티업’이 있긴 하지만 타석에도 전후좌우 방향 조절 버튼이 있어서 조작은 간편했다.

현재 비전1으로 이용 가능한 코스는 전국적으로 236개 코스다. 비전2의 경우 49개 골프장만 운영되고 있는데 지난해 10월 비전2 출시부터 매달 8개 코스씩 그래픽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어 상반기까지는 전국 80개 코스가 비전2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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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캐디를 이용하는 티업비전2 광고 이미지.


국제 골프대회를 개최한 국내 유명 골프장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경쟁사인 골프존과 SG골프에서는 해외 명문 코스나 독도 같은 상상 속 코스도 있는데 카카오VX에서는 국내 코스만 있는 게 궁금했다. 이 팀장은 현존 코스의 서비스 확대에 주력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가상 코스 이용 통계를 살펴본 결과 즐기는 횟수나 활용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특성일 수 있는데, 미국 골퍼들은 가보지 않은 드림 코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국내 골퍼들은 자신이 가본 곳, 자주 가는 곳, 혹은 금주에 예약된 코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컸다.”

티업비전2에서 ‘명랑운동회’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팀장은 “기존 스크린골프 이벤트가 스코어가 좋은 골퍼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던 방식이라면, 명랑운동회는 골프에 막 입문한 골퍼부터 프로까지 실력과 상관없이 랜덤으로 정한 행운 순위에 당첨되는 모든 이들에게 다채로운 혜택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스크린 골프 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2012년까지 골프존의 시장점유율이 91.4%를 기록했으나 2014년 80%, 2015년에 76%, 2017년에는 63%까지 하락하고 있다. 이 팀장은 “골프존이 여전히 최고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지만 카카오VX와 SG골프 등 후발주자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카카오VX가 약 20%로 스크린골프 시장에서 2위”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카카에게임스에 인수되면서 마음골프에서 회사명을 바꾼 카카오VX는 지난해 3월 지스윙을 인수했지만 아직은 티업과 지스윙 두 개의 스크린골프 브랜드가 통용되고 있다. 티업비전은 총 669개 매장이 있고 그중에 티업비전2가 411개로 전체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지스윙 점주들이 업그레드할 때 비전2를 깔아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조만간 두 개의 브랜드를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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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2는 그래픽 기능을 높였고 캐디 헤이 티업도 추가되면서 색다른 체험을 제시한다. 위는 시작화면.


카카오VX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점주들의 반응은 어떨까? 카카오라는 브랜드에 호응하고 이미 노란색으로 인테리어를 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점주들은 매장을 자주 찾는 단골 고객의 케어를 위한 이벤트에 높은 관심을 두고 있으며, 다양한 게임 방식과 신규 골프장 개발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았다.”

똑똑한 헤이 티업 캐디만으로도 스크린골프 이용자에게는 충분히 신선한 매력일 듯했다. 그리고 인공지능 캐디는 점점 더 똑똑해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VX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인터랙티브입체영상연구실과 함께 개발한 동작 인식 기술을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헤이 티업이 사람 몸에 센서를 부착하지 않고, 골퍼의 동작을 촬영하는 것만으로도 실시간 관절 움직임을 검출해 분석 결과를 도출해내는 기술이 적용되는 단계라고 한다.

다음에 찾아가면 골퍼의 스윙 스타일을 파악한 비전3에 캐디 뿐만 아니라 코치까지 등장할지 모른다. “헤이 티업, 코치 불러줘.” 그러면 내 스윙 동작을 분석한 AI가 원포인트 레슨을 해줄지 모른다. 스크린 골프가 이렇게 말이 통하는 세상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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