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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 축구협회 신뢰 회복의 신호탄이 될 ‘학범슨’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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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3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김학범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복권빈 기자] 지난해 9월, 축구협회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까지 U-23 대표팀을 이끌 사령탑으로 김봉길 전 인천UTD감독으로 선임했다. ‘히딩크 논란’으로 여론이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이는 축구협회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결정이었다. 지도자로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감독을 ‘친화력이 좋다’라는 이유로 선임한 것에 대해 비판이 많았다.

물론 김봉길 감독은 인천UTD에서 ‘봉길매직’ 신드롬을 일으키며 축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시기는 1년여 정도에 불과했으며, 경질된 이후 초당대를 이끌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럴 때 태극마크를 달게 된 것이다. 특히 젊은 선수들과의 연결고리도 없었다. 지도자 데뷔 초창기에 고교 팀을 지도한 것을 제외하면 2004년 이후에는 쭉 프로팀에 몸을 담고 있었다. 국제무대 경험도 전무했다. 한 마디로 납득이 안 되는 선임이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고, 김봉길 호는 금세 난파선이 됐다. 1월 중국에서 열렸던 23세 이하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최악의 경기력으로 4위에 그쳤다. 아시안게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퇴는 어쩔 수 없다. 축구협회를 향한 시선도 다시 차가워졌다.

축구협회가 바닥까지 떨어진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감독을 선임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김판곤 신임 국가대표선임위원장의 첫 결과물인 만큼 실망스러운 선택은 더 이상 없었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판곤 위원장은 지난 28일 U-23 대표팀의 후임 감독을 발표했다. 주인공은 광주FC를 이끌었던 김학범 감독. 오랜만에 모두가 ‘납득할 만한’ 결정이 나온 것이다.

‘학범슨’은 최고의 선택

그동안 축구협회는 학연, 지연 등 인맥으로 감독을 뽑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 선임된 김학범 감독은 대표적인 축구계 재야인사다. 국민은행에서 뛰었던 프로 시절에는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고, 은퇴 후에는 축구계에서 잠시 벗어나 국민은행 과장까지 승진했던 적이 있다.

이후 축구계로 돌아와 ‘레알성남’이라 불리던 성남일화에서 코치와 감독으로 오랜 시간 몸을 담았다. 성남 전성기는 나름 화려했지만 이내 다시 비주류에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왔다. 강원FC, 시민구단이 된 성남FC, 지난해 광주FC까지 주로 강등을 걱정해야하는 팀들을 도맡았다. 그렇기에 이번만큼은 축구협회가 인맥으로 감독을 뽑는다는 비판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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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3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김학범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무엇보다도 김학범 감독 선임이 최고의 선택인 이유는 그가 가진 캐리어에 있다. 강팀과 약팀 모두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은 그가 가진 최고의 자산이다. 과거 리그 최강 성남 일화 시절에는 코치로서 차경복 감독 밑에서 전술적인 부분을 도맡으며 성남 일화의 전성기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감독이 된 이후에도 훌륭한 지도력으로 K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이후에는 강원FC를 시작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팀들을 극적으로 잔류시키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잔류 전문’ 감독이 됐다. 시민구단이 된 성남일화로 돌아온 후에는 FA컵 우승과 시민구단 최초 AFC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뤄내며 전력이 약한 팀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음을 확실히 보여줬다. 지난 시즌에는 광주FC의 강등을 막지 못했지만, 시즌 막판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는 강팀의 입장에서, 나아가 2020년 도쿄올림픽에는 약팀의 입장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U-23 대표팀으로서는 김학범 감독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강등권 팀의 소방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은 아시안게임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지금의 상황과 딱 맞아떨어진다.

여기에 과거 김두현부터, 가장 최근에는 황의조까지 어린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능력, 성남FC 시절 포항스틸러스에서 부진했던 티아고를 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만드는 등 부활 전문가 등도 강점이다.

미약하지만, 의미 있는 한 걸음

여전히 축구협회가 갈 길은 멀다. 그동안 보여줬던 불투명한 협회 운영과 각종 비리 의혹 등 축구협회가 쌓아온 불신의 벽이 높기 때문이다. 감독 선임 하나로 잃어버린 신뢰를 단번에 회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28일 기자회견에서 김판곤 위원장은 “하이프로필의 개념을 어떻게 설정할지 디테일하게 하려고 많은 논의를 했다. 과정이 공정했다고 금메달 보장은 못하지만, 최대한 객관적이고 상식적인 과정을 거치는 것이 팬들과 축구인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맞다. 학범슨의 결과가 나쁠 수도 있다. 그런 게 축구이고, 스포츠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축구팬들이 가장 원했던 것은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이라는 사실이다. 김판곤 위원장이 밝힌 것처럼 축구협회가 객관적이고, 상식적으로 한국축구를 이끈다면 팬들도 사랑과 격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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