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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화영의 오거스타 통신] 마스터스의 전설과 동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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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포츠팀(미국 오거스타)=남화영 기자] 역사와 현재가 혼재하는 골프장이 오거스타내셔널 만한 곳이 이 세상에 있을까?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은 82년 동안 대회가 열린 만큼 역대 전설들의 얘기가 다양하게 아로새겨져 있다. 1번 홀에서부터 코스를 한 번 쭉 걸어보면 역사 속의 전사들이 홀마다 멋진 샷을 날리던 TV속 장면들이 오버랩된다. 마스터스는 그런 역사적인 장소마다 선수들의 동판을 새기고 기념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 보비 존스- 목련길 진입로인 매그놀리아래인이 끝나고 클럽하우스 입구에 원형 정원을 돌아가는 길이 파운더스서클(Founder’s Circle)이다. 마스터스가 열리면 수많은 패트론(마스터스는 갤러리를 그렇게 부른다)이 여기서 기념사진을 찍고 인증샷을 남긴다. 성조기와 오거스타내셔널기가 나란히 걸린 깃대 밑에는 두 명의 이 골프장 설립자인 보비 존스와 클리포드로버츠의 이름을 새겨 기념하는 명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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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 홀 그린으로 가려면 사라센 다리를 건너가야 간다.


* 호건, 넬슨, 사라센- 오거스타내셔널에는 3개의 돌다리가 있는데 모두 골프사에 남을 전설에게 헌정되었다. 12번 홀 옆에서 그린으로 진입하는 돌다리는 마스터스에서 두 번 우승한 벤 호건을 기려 1958년에 헌정된 ‘호건 브리지’다. 돌다리 입구에 놓인 동판을 새겨 호건을 기념한다. 호건은 1951년에 이어 1953년에도 14언더파 274타의 코스 레코드로 우승했다.

13번 홀 티잉 그라운드와 페어웨이를 연결하는 ‘넬슨 브리지’는 1937년 마스터스 마지막 날에 11번 홀까지 6타 차로 뒤지던 바이런 넬슨이 12번 홀 버디에 이어 13번 홀 이글로 랄프 굴달에 3타차 역전 우승한 것을 기념했다. 넬슨은 이 해에 이어 1942년에도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이 동판은 1958년4월2일에 새겨졌다.

15번 홀 그린으로 향하는 다리는 1935년 이 홀에서 처음 알바트로스를 잡아 역전 우승한 진 사라센에 헌정된 ‘사라센 브리지’다. 사라센은 메이저 7승에 커리어그랜드슬램을 처음으로 작성한 선수지만 마스터스 우승은 이 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마스터스가 초창기부터 유명해진 데는 이 알바트로스가 가져온 드라마틱한 우승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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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번 티잉그라운드 뒤에 세워진 아놀드 파머 동판탑.


* 아놀드 파머- 16번 홀 티잉그라운드 뒤에 설치된 아놀드 파머 동판은 ‘왕’으로 불린 파머가 마스터스에서 거둔 4승을 기념하는 동시에 그로 인해 마스터스가 성공한 대회로 되었음을 알리는 기록으로 1995년 4월1일 설립됐다.

1958년 4월6일 파머는 13번 홀에서 이글을 잡은 뒤에 16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선두로 올라섰다. 결국 28세의 파머는 첫 번째 마스터스 타이틀을 쟁취한다. 2년 뒤인 1960년 4월10일에 17, 18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면서 한 타차 우승을 거둔다. 다시 2년 뒤인 1962년 파머는 16, 17홀에서 연속 버디로 게리 플레이어와 도우 핀스터발드와 동타로 정규 대회를 마쳤고 다음날 연장전 후반 나인에서 활약하며 세 번째 마스터스 타이틀을 차지한다.

파머는 또다시 2년 뒤인 1964년에는 69-68-68-70타를 쳐서 6타차로 우승하면서 역대 처음으로 마스터스 4승을 기록한 선수가 된다. 또한 파머로 인해 ‘아멘 코너’라는 말이 나오게 됐고, 이 대회에서 ‘아니의 군대(Arnie’s Army)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파머의 동판탑은 그의 군대가 주둔하는 성처럼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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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에서 6승한 니클라우스를 기리는 동판탑.


* 잭 니클라우스- 마스터스에서 역대 최다승인 6승을 기록한 잭 니클라우스를 기리는 6각형의 동판탑이 1998년4월7일에 16~17번 홀 사이에 세워졌다. 아놀드파머 동판탑과 마찬가지로 식수대 기능을 한다.

1963년에 23세의 니클라우스는 마스터스에서 당시 최연소 우승했다. 2년 뒤인 1965년에 역시 당시로는 최소타(17언더파)인 271타를 치고 최대타수차(9타)로 우승했다. 3라운드에서는 64타를 쳐서 코스레코드 타이 기록을 세웠다. 그의 경기를 지켜본 설립자 보비 존스는 “완전히 다른 경기를 하는데 나한테는 몹시 낯설다”고 찬탄했다.

니클라우스는 이듬해인 1966년에 3홀 연장전에 나가서 우승하면서 대회 사상 처음으로 2연패를 달성했다. 1972년 우승하면서 통산 4승 타이 기록을 세웠다. 1975년에 니클라우스는 16번 홀에서 40피트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으면서 한 타차 우승을 이뤘다. 1986년에는 46세의 나이에 15번 홀부터 이글-버디-버디를 잡으면서 통산 6승의 기록을 세웠다. 그 우승은 현재까지도 최고령 메이저 우승 기록으로 남아있다.

오거스타내셔널에서 4승을 거둔 타이거 우즈가 올해 영웅처럼 돌아왔다. 그가 나중에 나이가 들면 동판이 새겨질 것이다. 16번 홀에서 멋진 칩인 버디를 하면서 2005년 우승을 했으니 우즈의 동판이 16번 홀 어디에 새겨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티잉 그라운드에 아놀드 파머, 그린을 지나 잭 니클라우스의 동판탑이 있는데 우즈까지 들어갈 자리가 있을까 의문이 든다.

아직 우즈는 골프 역사를 새길 여지가 있다. 어느 홀에서 우승하면서 영웅 복귀의 스토리가 완성될지 모르지만 그 홀은 훗날 동판의 후보가 될 것이다. 물론, 우즈가 우승해야 가능한 조건부 시나리오이긴 하다. 마스터스는 그런 역사를 기념하는 데 소홀하지 않기에 충분히 가능한 가정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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