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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스터스 컷 통과 재미교포 덕 김은 ‘바운스백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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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교포 덕 김이 마스터스 2라운드 합계 4오버파 148타로 마쳤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미국 오거스타)=남화영 기자] “18번 홀에서 세컨드 샷을 쳤을 때 분명 잘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인생 최고의 샷 중 하나였다.”

마스터스에 처음 출전하는 22세의 아마추어 재미교포 덕 김(한국명 김샛별)이 6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 7435야드)에서 열린 2라운드에서 4오버파 76타를 치면서 중간합계 4오버파 148타로 아마추어 출전자 6명 중에 유일하게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덕 김은 전날드 후반 13,18번 홀에서 이글 두 개를 잡으면서 1라운드를 이븐파로 마쳤다. 이어진 2라운드에서는 버디 3개에 보기 3개, 더블보기 2개를 묶어 4오버파 76타로 부진했으나 턱걸이로 컷을 통과했다. 12번(파3 155야드) 홀에서는 티샷이 깃대를 맞는 놀라운 정확성을 보이기도 했다.

덕 김은 1라운드를 마친 후 "처음엔 긴장했으나 후반에는 공격적으로 가야한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한다. 둘째날 역시 1, 6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냈으나 후반에 타수를 지킬 수 있었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후반이 더 어렵지만 덕 김은 후반이 더 뛰어나다. 모친인 수전 김(김명희)은 “어렸을 때부터 전반에는 조용히 있다가 후반에 좋은 성적을 끌어올린다고 해서 바운스백맨이라는 별명이 있다”고 했다.

첫날에도 후반에 두 개의 이글을 잡았다. 18번 홀의 188야드 남은 거리에서 6번 아이언으로 한 샷 이글은 ‘오늘의 샷’에 꼽혔다. “핀이 뒤쪽에 꽂혀 있어서 라인이 좋은 건 봤다. 그런데 잠시 후에 사람들이 일어나서 박수치고 환호했다. 캐디를 보는 아버지가 확인하러 전속력으로 뛰어올라갔다. 18번 홀에 있던 관중들이 나를 축하해주는 건 좋은 경험이었다.”

후반에 역시 보기가 2번 있었으나 이글 두 개와 버디 하나로 타수를 줄였다. 전반에 서툴렀다면 후반은 환상적이었다. 13번 홀에서는 하이브리드를 들고 한 두 번째 샷이 7피트 거리에 붙으면서 첫 이글을 잡은 상태였다. “첫 번째 홀 티잉그라운드에 섰을 때는 손 감각을 느낄 수 없었다. 처음 출전하는 프로대회에다 게다가 마스터스여서 특별났다. 하지만 경기를 해나가면서 점차 편안해졌고 이글을 잡을 수 있었다.”

덕 김은 마스터스에서 이글을 잡아서 오거스타 내셔널로부터 크리스털 컵을 받게 됐다. 또한 일요일에는 최고의 아마추어로 챔피언 옆에 서게 된다. “집에 갈 때 내가 여기서 기록을 하나 새기고 간다는 게 너무나 기분 좋다. 이글을 잡았을 때 껑충껑충 뛰고 싶었지만 참았다. 전날 파3 콘테스트에서 토니 피나우가 좋아서 뛰다가 부상 당하는 걸 봤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냥 속으로 좋아하고 참았다.”

텍사스 대학 골프팀 4학년인 덕 김은 대회 코스가 낯설지 않다. 대학 골프팀의 한 명이 오거스타내셔널 회원이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팀원 7,8명이 와서 1박2일로 골프를 쳤다.” 그때 오거스타내셔널 코스를 경험한 것이 그에게는 도움이 됐을 수 있다. 그리고 대학 선배인 조던 스피스도 있다.

덕 김은 자신보다 3살 위인 스피스의 권유로 텍사스대학을 다녔다. 하지만 덕 김이 입학하고나니 스피스는 대학을 2학년까지 다니고 프로 데뷔했다. 덕 김은 “얼마 전에 스피스를 만나서 ‘당신의 전화 때문에 입학했다’고 했더니 그게 미안했는지 월요일과 화요일 연습 라운드에 함께 코스로 나가서 어느 홀이 어떤지를 많이 가르쳐주었다”고 했다. 캐디를 보는 아버지 제프 김(김 혁)이 “덕이의 스윙이 스피스와 흡사하다. 다른 사람들은 스피스를 따라한다고 말하지만 원래부터 그런 스윙이었다.”

덕 김은 올해 US오픈까지는 아마추어 출전권을 받아서 출전한 뒤에 프로무대에 데뷔할 계획이다. 이미 7개 정도의 PGA투어 대회는 출전할 수 있다. 마스터스와 조만간 치러지는 미국대학전국대회(NCAA) 결승, US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초청받는 대회는 늘어날 것이다. “그중에서 한국에서 열리는 CJ컵에는 꼭 가보고 싶다.”

마스터스에 출전하는 아마추어는 대회 기간 내내 클럽하우스 꼭대기 다락방인 까마귀둥지(Crow’s nest)에서 묵어야 한다. “월요일에 리들리 오거스타내셔널 회장이 주최하는 아마추어 디너에 참석한 뒤에 하루를 묵었다. 하지만 골프장 근처 숙소를 빌려 부모님과 함께 묵고 있다. 까마귀 숙소도 좋지만 나는 가족과 함께 있는 이번 한 주가 더 특별하다.”

덕 김은 올해 마스터스에서 컷을 통과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1차 목표를 달성했으니 그 다음 목표는 12위 안에 드는 거다. 그러면 내년에도 마스터스에서 뛸 수 있다. 세 번째는 우승이다.

대회 전날에 열린 파3 콘테스트에는 부모가 함께 참가했다. “피칭웨지를 들고 나섰는데 아버지에게 치라고 했더니, ‘너무 떨려서 못하겠다’고 했다. 마지막 홀에선 한 번 샷을 했는데 떨렸는지 별로였다. 엄마에게 마지막 퍼트를 하라고 했다. 엄마는 ‘오늘이 살아온 중에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말했다. 4살 위의 누나가 함께 왔으면 좋았지만 가족들이 모두 행복했다.”

1996년 4월16일생인 덕 김은 다음 주에 생일이 있다. 캐디를 보는 부친 제프 김(59 김혁)은 “생일 선물로 좋은 성적을 거두라”고 말했다. 부친은 미국에서 골프 프로를 했으나 지금은 오로지 아들의 스윙만 봐주고 있다. 마스터스와 US오픈에서는 부친이 캐디를 하고 프로가 돼서는 전문 캐디를 쓸 생각이다. 부친은 그 뒤로 아들의 매니저로 투어를 따라다닐 예정이다.

덕 김은 일곱살 때 아버지를 따라간 연습장에서 골프클럽을 잡았다. 어릴 때부터 한두 번 스윙을 가르쳐주면 곧잘 따라해서 주니어 시절 골프로 인생의 방향을 잡았다. 5년전 고교 시절에는 퍼블릭링크스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2위를 하며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US아마추어선수권은 결승전에서 연장전 끝에 지면서 2위를 해서 마스터스 출전권을 얻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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