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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화영의 오거스타 통신] 마스터스 챔피언의 불운한 타수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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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포츠팀(미국 오거스타)=남화영 기자] 디펜딩 챔피언의 저주일까? 지난해 우승자인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마스터스(총상금 1100만달러) 첫날 불운에 봉착했다.

가르시아는 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 7435야드)에서 열린 1라운드 15번(파5 530야드) 홀에서 워터해저드에 공을 다섯 차례나 빠뜨려 8오버파로 13타를 적어냈다. 대회 역사상 한 홀 최다 타수 타이의 불명예를 안았다. 이날 4개의 버디를 잡긴 했으나 최종 9오버파 81타를 기록했다. 경기를 마친 가르시아는 “좋은 샷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불행히도 공이 멈추지 않았다”고 불운을 원망했다.

종전까지 15번 홀에서 나왔던 최악의 스코어는 점포 오자키(1987년), 벤 크렌쇼(1997년), 이그나시오 가리도(1998년)가 기록한 11타였다. 이로써 디펜딩 챔피언 가르시아는 마스터스 한 홀 최다 타수 타이에 올랐다. 1978년 토미 나카지마가 13번 홀(파5)에서 13타, 톰 와이스코프가 12번 홀(파3)에서 13타를 쳤다.

가르시아는 2라운드에서는 그 홀을 파로 잘 넘어갔지만 6오버파 78타를 쳐서 컷 탈락했다. 디펜딩 챔피언의 불운은 이로써 3년째다. 2015년 챔피언 조던 스피스가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온 2016년 대회 마지막날 12번(파3 155야드)홀에서 4오버파 7타를 적어내고 2연패의 꿈을 접었다. 지난해 마스터스에서는 2016년 챔피언인 잉글랜드의 대니 윌렛도 컷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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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딩챔피언 가르시아는 올해 마스터스 첫날 15번 홀에서 13타를 치는 불운을 맞았다.


올해로 82회를 맞은 메이저 마스터스는 한 코스에서만 열리기 때문에 역대 챔피언들이 만들어내는 사연이 많다. 특히 마스터스는 한 번 우승한 챔피언에게 종신 출전권을 부여한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주간에는 전 챔피언들은 2층의 챔피언스 라커에서 그린재킷을 꺼내 입고 코스 이곳저곳을 누빈다.

올해 출전한 이안 우스남, 샌디 라일, 베른하르트 랑거는 시니어투어에서 뛰는 나이에 출전했다. 역대 챔피언들이 등장해서 젊은 세대와 겨루는 것은 보기 좋은 모습이다. 하지만 경기력이 현저히 떨어질 경우 후진을 위해 출전하지 않는 것을 명예롭게 여긴다.

실력이 안 되는 챔피언이 명예롭게 출전하지 않는 계기가 된 사건은 2005년에 일어났다. 1970년 마스터스 챔피언인 빌리 캐스퍼는 일흔셋의 나이로 출전해 1라운드에 34오버파인 106타를 기록했다. 파3인 16번 홀에서 무려 11오버파 14타를 쳤다. 캐스퍼는 하지만 라운드를 마친 뒤에 스코어 카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실격 처리됐다. 이에 따라 마스터스 역사상 최악의 공식 스코어는 1959년에 찰스 컨클이 세운 23오버파 95타로 남아 있다. 그 뒤로 실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챔피언은 대회를 관전할 뿐 출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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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빌리 캐스퍼의 스코어는 106타였으나 공식 기록으로 기록되지는 못했다.


1958년 우승을 시작으로 마스터스에서 4번 우승하고 전설로 남은 아놀드 파머도 불운한 기록을 두 개 홀에서 가지고 있다. 1955년부터 2004년까지 50년을 한 번도 빠짐없이 출전했으니 이런 기록을 세울 만도 했다. 68세이던 1997년에는 파3 6번 홀에서 7타를, 71세에 출전한 2000년에는 파4 18번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 8타를 적어냈다. 은퇴를 앞둔 파머는 50년 연속 출전 기록을 위해 마지막 몇 년간을 안간힘을 쓰고 출전했었다.

마스터스에서 4번 우승하고 다양한 스토리를 함께 했던 파머로서는 민망함을 안고서 끝까지 출전했던 내면이 읽힌다. 하지만 6번 우승한 니클라우스는 그런 부담이 없기 때문에 1998년까지 40년 연속 출전을 채우고는 그만두었다.

마스터스 가이드북을 보면 홀별 역대 최악 타수를 계산한 결과가 95오버파 167타로 나온다. 내년에 인쇄될 이 책에서 가르시아가 기록을 97오버파 169타로 늘렸는데 그와 비슷한 챔피언들의 좌절 사례가 홀마다 제법 나온다.

톰 와이스코프는 1980년 1라운드에서 12번 홀에서 10오버파 13타를 쳤다. 티샷을 그린 앞 래의 크릭 개울에 빠뜨린 후 60야드 거리의 드롭 존에서 볼을 무려 네 번이나 물에 빠뜨린 끝에 11온 2퍼트로 홀아웃했다. 2라운드에서는 그 홀에서 볼 두 개를 물에 빠뜨려 7타를 쳐서 컷 탈락했다. 공교롭게도 그가 이전에 출전했던 12년간 이 홀에서 볼을 빠뜨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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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홀별 최악의 스코어를 모두 합치면 97오버파 169타가 나온다.


일본의 토미 나카지마는 1978년 대회 1라운드 13번(파5 510야드) 홀에서 8오버파 13타를 쳤다. 티샷이 왼편 개울에 빠졌다. 1벌타를 받고 드롭한 후 그는 세 번째 샷을 페어웨이로 보냈다. 네 번째 샷은 그린앞 개울을 피해 레이업했지만 다음 샷이 결국 개울에 빠졌다. 그는 그 곳에서 샷을 강행했으나 볼이 발에 맞으면서 2벌타가 추가됐다. 아홉 번째 시도한 샷이 굴러서 다시 물에 빠졌다. 웨지를 캐디에게 건네다가 놓쳐 클럽이 물에 닿으면서 2벌타가 더해졌다. 그리고 한 번에 올려 원 퍼트로 홀아웃했다.

최근에도 하이 스코어는 끊이지 않고 있다. 2년 전 남아공의 어니 엘스는 첫날 1번 홀에서 투온에 실패하고 어프로치샷을 홀옆 90cm 지점에 붙였다. 거기서 그는 홀을 가운데 두고 무려 여섯 차례나 퍼트를 한 후에야 홀아웃했다. 퍼팅 입스에 시달렸던 엘스는 “머리속에 뱀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역시 2016년 대회에서는 남아공의 브랜든 그레이스가 6번(파3 180야드)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하면서 최다타 기록을 세웠고, 지난해엔 1988년 챔피언인 샌디 라일이 2라운드 11번홀(파4)에서 퀸튜플 보기인 5오버파 9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렇게 매년 마스터스에서는 좋은 기록이건 나쁜 기록이건 꾸준히 생산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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