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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기 없는 패트릭 리드의 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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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리드가 마스터스 우승후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마스터스닷컴]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패트릭 리드가 올해 첫 번째 미국프로골프(PGA) 메이저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서 그의 가족사가 끝없이 거론됐다. 리드가 인기 없는 선수이기 때문이었다.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에서 5킬로미터 이내에 살지만 자식이 우승하는 무대에 초청받지 못한 리드 부모와 여동생의 사연은 리드를 인성 나쁜 선수로 비난하는 근거가 됐다. 연상녀와의 결혼을 반대하는 가족과 절연하고 결혼식도 부모없이 치른 리드의 행동은 비난받기에 충분했다. 마스터스에서 영웅의 탄생과 함께 가족의 행복한 결말을 바랐던 미국인들에게 리드의 불행한 가족사는 당연 화제였다.

대회의 열기가 잠잠해지자 리드의 입장에서 가족사를 접근하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골프채널은 11일 데이비드 페허티 코너를 통해 리드 부부가 죽음의 위기를 넘긴 사연을 조명했다.

2014년 겨울 네이플스에서 열린 프랭클린템플턴 슛아웃 대회에 출전했을 때다. 프로암을 마치고 돌아온 날 호텔 화장실에서 아내 저스틴이 발작을 일으켜 욕조에서 익사할 뻔했다. 마침 물 호스가 넘치는 듯한 소리를 듣고 리드가 화장실로 갔을 때 저스틴은 욕조에 빠져있었다. 숨도 쉬지 않았고 피부에 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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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마스터스. 저스틴은 출산 전까지는 남편의 캐디를 했다.


황망한 상황에서 리드는 저스틴을 욕조에서 빼내 뒤에서 등을 쳐는 이른바 하임리히 응급 처치를 계속 했다. 잔뜩 먹은 물부터 빼야 했다. 잠시 후에야 기도가 열린 듯 저스틴이 숨을 쉬었다. 바로 뒤에 앰뷸런스를 불러 병원에 갔다. 의사는 ‘15초 정도만 늦었어도 저스틴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 뒤로 리드는 잠을 잘 수가 없었고 계속 손이 떨렸다고 털어놨다. 대회는 당연히 기권하고 저스틴을 간병했다.

저스틴의 병은 그후로 많이 나아졌고 지금은 회복됐다고 한다. 어쩌면 애초 발작에 이른 병이 부모가 결혼을 반대한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리드는 자신이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때 유일하게 자신을 돌봐주고 이해해준 이가 아내인 저스틴이라고 말한다.

오거스타주립대에서 만난 4살 연상인 저스틴 카레인은 간호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수영 선수이자 축구 선수였고 골프선수로도 뛰었던 터라 리드와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그렇게 4년간 교제하다가 리드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해서 부부가 됐다.

리드가 프로에 데뷔한 2012년부터 저스틴은 자신의 모든 꿈을 접고 남편의 캐디가 됐다. 리드가 2013년 세인트주드클래식에서 첫승을 했을 때 저스틴이 리드를 도왔다. 리드는 우승 소감에서 “우리가 다행히 경기를 잘 해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내가 항상 핀을 바로 공격하려고 하면 저스틴이 나를 진정시켜 주었다”면서 자신을 이끈 조언자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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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가 우승하자 패트론들이 모두 일어나 축하 박수를 쳤다. 아내 저스틴이 다가가고 있다. [사진=마스터스닷컴]


저스틴은 2014년에 딸 윈저 웰스가 태어난 이후로는 남편의 캐디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매 경기를 따라다니며 함께 한다. 리드는 마스터스에 올해 5번째 출전했다. 통상 이 대회에서 컷오프 되거나 성적이 부진했다. 지난해에도 76-77타를 쳐서 미스컷했다. 지난해까지 치른 12번의 마스터스 라운드에서 평균 타수는 74.25타에 불과했다. 그런만큼 이번 마스터스 우승은 그의 골프 인생을 바꿔놓을 경험이다.

2000년에 비제이 싱이 마스터스에 우승하면서 과거 그의 행적에 관한 나쁜 소문들이 묻혀졌다. 골프황제 잭 니클라우스도 초창기에는 아놀드 파머의 우승을 가로채는 ‘오하이오 뚱보’라고 팬들에게 심한 놀림과 심지어 방해까지 받았으나 1963년 첫 우승 후 마스터스 6승을 거두면서 존경받는 선수가 됐다. 인기 없는 리드가 우승했을 때도 18번 홀 그린의 패트론들은 일어나 기립 박수를 쳤으니 올해 상황은 그보다 한결 낫다.

한 번 우승하면 평생 출전권을 주고 전년도 챔피언이 새로운 챔피언에게 재킷을 입혀주는 것을 전통으로 가진 대회가 마스터스다. 리드가 부모와 단절된 관계를 복원하는 건 그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일 것이다.

내년 마스터스에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하는 리드가 부모와 여동생까지 대회에 초청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랜 세월 쌓은 유산을 존중하는 것이 마스터스이기 때문에 내년에는 리드 가족 3대가 모두 대회장에서 응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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