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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PL] 남자답지 못했던 ‘남자의 팀’, 몰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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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크시티의 에릭 피터스가 37라운드에서 크리스탈팰리스에게 패하며 팀의 강등이 확정된 후 주저앉아 좌절하고 있다. [사진=프리미어리그]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복권빈 기자] 팀의 기강이 흔들리면 성적은 곤두박질친다. 최근 K리그의 FC서울과 일본 국가대표팀이 그랬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기강이 흔들린 팀들이 가장 먼저 아픔을 맛봤다.

지난 5일(한국시간) 스토크시티는 BET365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1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7라운드에서 크리스탈팰리스에게 1-2로 패하며 강등이 확정됐다.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던 스토크시티의 팬들은 끝내 눈물을 흘렸고, 스토크시티는 10년 만에 1부리그를 떠나게 됐다.

4일 후에 또 다른 팬들이 스토크시티의 팬들처럼 고개를 떨궜다. 이번에는 웨스트브로미치알비온(이하 WBA)이었다. WBA는 스토크시티와 달리 토트넘과의 37라운드 경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17위 사우스햄튼이 스완지시티에 승리하면서 마지막 라운드에서 순위를 뒤집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결국 WBA 역시 8년 만에 강등이라는 아픔을 맛봤다.

‘남자’답지 못했던 선수들

스토크시티와 WBA는 각각 2007-08시즌과 2009-10시즌에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았다. 승격 후 양 팀은 가장 터프한 축구를 하는 팀으로서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누볐다. 주로 피지컬이 좋은 선수들로 스쿼드를 구성하여 높이를 활용해 공격과 수비에서 상대를 압박했다. 이 전술은 양 팀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특유의 스타일 덕분에 ‘남자의 팀’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결과도 좋았다. 스토크시티는 13-14 시즌을 앞두고 토니 풀리스 감독 후임으로 마크 휴즈 감독을 선임했다. 휴즈 감독은 기존 전술에 기술을 가미했다. 보얀 크르키치, 아르나우토비치, 셰르단 샤키리 등 기술이 좋은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힘과 기술을 겸비한 팀이 된 스토크시티는 더욱 높은 곳을 바라봤다. 13-14 시즌부터 3시즌 연속 9위에 오르며 유럽대항전 진출까지 꿈꿨다.

WBA는 승격 후 3시즌 만인 12-13시즌 8위에 오르며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구단으로 떠올랐다. 당시 떠오르는 장신 공격수였던 로멜루 루카쿠를 활용한 롱볼축구로 ‘도깨비팀’으로 명성을 떨쳤다. 이후에도 일관된 전술을 유지하며 프리미어리그 중위권 팀으로 자리 잡았다.

어엿한 프리미어리그의 터줏대감이 된 양 팀에게는 장밋빛 미래가 펼쳐져 있는 듯했지만, 그들의 미래는 기대한 것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특유의 수비적이면서도 롱볼을 활용한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규율이 중요하다. 개인이 돋보이기보다는 각자의 희생이 중요한 축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팀의 기강이 흔들리면서 분위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스토크시티는 선수들의 불량한 태도와 경솔한 언행이 큰 문제가 됐다. 수비수 에릭 피터스는 지난 3월 경기를 앞두고 나이트클럽에 출입해 1억 원의 벌금을 물었다. 큰 기대를 모았던 레알마드리드 출신의 헤세 로드리게스는 훈련에 무단 불참하는 일탈을 벌였다. 에이스 제르단 샤키리는 “이 팀은 호나우지뉴가 와도 안 된다”는 발언으로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WBA의 선수들은 더욱 가관이었다. 팀의 중심을 잡아야 할 베테랑 선수들이 사고를 쳤다. 카레스 베리, 보아스 마이힐, 조니 에반스, 제이크 리버모어는 전지훈련 차 들른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식사를 한 후, 매장 앞에 세워진 택시를 훔쳐 달아나는 범죄 행위를 해 팬들의 공분을 샀다.

‘남자의 축구’라는 타이들을 가진 팀의 선수들이 비겁한 행동으로 팀 강등의 원흉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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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막판 WBA의 5경기 무패행진을 이끈 대런 무어 감독 대행. [사진=프리미어리그]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다행히 시즌 막판 보여준 경기력은 긍정적이었다. 스토크시티는 지난 1월 마크 휴즈 후임으로 폴 램버트 감독을 선임한 후에도 1승밖에 거두지 못했지만, 분위기와 조직력은 확실히 개선했다. WBA의 막판 행보는 더욱 놀라왔다. 최근 5경기에서 3승2무로 무패행진을 달렸다. 이전까지 깎아먹은 승점이 너무 많아서 강등을 막을 순 없었지만,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드는 경기력이었다.

결국 부진 탈출의 열쇠는 팀의 기강을 잡는 데 있었다. 폴 램퍼트 감독은 부임 후 선수들을 엄격히 통제하기 위해 노력했다. 시즌 막판 WBA의 상승세를 이끈 대런 무어 감독대행은 엄청난 카리스마로 팀의 장악력을 높였다. 다음 시즌에는 팀의 기강을 잡는 데 주력하면서, 주축 선수들의 이탈을 최소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1부리그 복귀의 길이 열릴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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