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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시장 지배자 타이틀리스트의 두 얼굴

  • 기사입력 2018-06-1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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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피언투어 대회장에 비치된 타이틀리스트의 연습볼 바구니.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2015년 프레지던츠컵에서 국내 골프인들의 부러음을 산 것은 드라이빙 레인지에 수북히 쌓여 있던 프랙티스 볼(연습볼)이었다. 대회를 주관하는 PGA투어는 미국팀과 인터내셔널팀 선수 24명이 사용하는 모든 브랜드의 골프 볼을 공급했다. 캘러웨이의 후원을 받는 배상문의 타석엔 캘러웨이 볼이, 테일러메이드의 후원을 받는 더스틴 존슨의 타석엔 테일러메이드 볼이 공급되는 식이었다. 선수들로 하여금 최상의 퍼포먼스를 끌어낼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세심한 배려는 먼나라 이야기다. 국내에선 연습볼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이번 주 한국여자오픈은 여자골프 내셔널타이틀이지만 머천다이즈 대행업체가 연습 볼을 구매해 제공하고 있다. 연습 볼 얘기가 나오면 눈총을 받는 브랜드가 하나 있다. 시장 지배자인 업계 1위 타이틀리스트다. '프로V1'이란 제품으로 오랜 시간 판매율 1위를 지키고 있는 타이틀리스트는 무슨 이유인지 국내 대회엔 연습볼 협찬을 하지 않는다. 골프공 메이커중 돈을 가장 많이 벌지만 기여하는 부문은 별로 없다.

대회코스 안에 드라이빙 레인지가 마련되는 국내 골프대회는 남녀 합쳐 10개도 안된다. 하지만 원하는 연습볼을 마련하지 못해 일부는 협찬, 일부는 구매 형태로 조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곳간이 가장 넉넉한 타이틀리스트를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 않다. 타이틀리스트가 더 욕을 먹는 이유는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리는 마케팅을 하기 때문이다.

골프대회를 통해 혜택을 보지만 그 뿐이다. 골프대회 중계를 보면 타이틀리스트를 쓰는 선수 숫자와 2위 업체 볼을 쓰는 선수의 숫자가 매 대회 비교 형식으로 나온다. 정보를 제공하는 듯 하지만 광고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프로들이 많이 쓰는 볼을 선호한다. 타이틀리스트는 이런 구매 성향을 잘 파고들었다. 하지만 골프대회가 없다면 그런 광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타이틀리스트와 달리 캘러웨이골프는 미래의 소비자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하는 업체다. 주니어 골퍼출신 대표가 운영하는 이 업체는 영업 실적이 부진할 때부터 미래의 골퍼를 육성하기 위해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골프를 가르쳤고 영건스 챌린지라는 대회 개최를 통해 주니어골프 발전에 기여했다. 타이틀리스트의 마케팅 실무자들은 자신들의 마케팅 전략에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경영자는 생각이 달라야 한다.

타이틀리스트는 어쩐 영문인지 지난 달 제네시스 챔피언십에는 연습볼 8000개를 협찬했다. 하지만 그냥 주는 게 아니었다. 대회가 끝난 후 모두 수거해 갔다. 현대자동차는 “매출이 있어야 연습볼 협찬이 가능하다”는 타이틀리스트 실무자의 말에 선물용으로 타이틀리스트 제품을 구매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방식으로라도 연습볼 협찬이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게 대회 관계자들의 넋두리다.

기업활동의 목적이 이윤창출에 있다지만 더불어 사는 세상 속에서 이뤄지는 일이다. 타이틀리스트는 미국 회사지만 2011년 5월 휠라코리아와 미래에셋 등 한국 기업이 인수한 회사이기도 하다. 업계 1위에겐 그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 연습볼 협찬은 사실 그리 거창한 얘기가 아니다. 이윤의 일부를 공동체를 위해 돌려주겠다는 넉넉한 마음만 있다면 말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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