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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오픈 특집] 선두 나선 주흥철의 ‘빈 모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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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1라운드가 끝난 후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주흥철. 모자 앞면에 로고가 없는 것이 눈길을 끈다. [사진=코오롱그룹]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천안)=유병철 기자] 21일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CC(파71)에서 열린 코오롱 제61회 한국오픈(총상금 12억원) 첫 날. 내셔널타이틀 대회이자, 디 오픈 출전권(2장)이 걸린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에서 37살의 중견 프로인 주흥철은 밝은 표정으로 프레스룸에 들어섰다. 벌써 11번째 한국오픈 출전인데, 이날 자신의 역대 최저타인 6언더파를 쳐 1타차 선두로 마쳤기 때문이다. 2위인 아마추어 국가대표 오승택과는 1타차다.

데뷔 8년 만인 2014년 첫 승(군산CC오픈)을 거뒀고, 2016년 2승(전북오픈, 최경주인비테이셔널)을 올리면서 상금 5위에 오른 바 있는 주흥철은 이날 속 깊은 발언을 유쾌하게 쏟아냈다.

먼저 좋은 스코어를 낸 비결. 주흥철은 “우정힐스는 늘 힘든 코스인데,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샷이 잘 됐다. 11번홀에서는 처음으로 버디를 잡기도 했다. 조금 잘못 친 것 같아도 페어웨이에 볼이 떨어졌다. 캐디와 ‘바람 불 때 연 날리자’며 이런 날 공격적으로 쳐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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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을 끝까지 보고' 주흥철이 21일 코오롱 한국오픈 1라운드에서 안정된 자세로 아이언 샷을 치고 있다. [사진=코오롱그룹]


이날 주흥철은 전반에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섞어 3타를 줄였고, 11번홀 버디로 4언더파를 만들었다. 이후 버디찬스 2~3개를 놓쳤는데,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20m 거리의 플립샷을 그대로 홀에 넣어 이글을 만들었다. 샷이 워낙 잘 돼 2번째 샷에서 3번 우드로 과감하게 2온을 시도한 것이 이글의 발판이 됐다.

“시즌 초 심리적으로 압박이 컸다. 우승을 짝수해에만 했고, 전지훈련 때 샷이 좋아 올 시즌 기대가 컸는데 성적이 잘 나지 않았다.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과 GS칼텍스 매경오픈은 초반 좋았지만 부담감에 마지막 날 순위가 떨어졌고, 제네시스챔피언십과 지난주 KEB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는 컷탈락을 당하기도 했다.”

그럼 일주일 만에 샷이 좋아진 원동력은 무엇일까? “프로들은 골프대회 생중계를 잘 보지 못한다. 지난 주말 (컷탈락 후) 집에 있으면서 경기를 생방송으로 봤다. 아내가 이상하다고 묻길래 ‘남들은 어떻게 저렇게 잘 치나 보려고 한다’고 답했고, 실제로 아주 흥미롭게 골프중계를 봤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서 정말이지 골프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이렇게 공부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일주일 사이 컷탈락에서 우정힐스 생애 베스트스코어로의 업그레이드. 답은 골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 데 있었다. 골프선수가 참 철학적이다 싶은데 나름 일리가 있다. 그의 말처럼 “투어 13년차인데 스윙을 잘하고 못하고가 무슨 큰 문제일까?” 그저 좋은 생각으로 좋은 감을 유지하려고 하니 스코어가 좋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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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흥철은 이번 한국오픈에서 디 오픈 출전권을 따, 디 오픈에서 바람과 한 번 싸워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사진=코오롱그룹]


디 오픈과 한국오픈에 대한 그의 진지함도 흥미롭다. “예전 태국에서 디 오픈의 아시아 퀄리파잉대회가 열릴 때 3~4년 계속 참가했다. 그만큼 가고 싶은 대회다. 가장 오래된 골프대회이니 선수라면 꿈의 대회다. 그 출전권이 걸린 한국오픈은 겁이 나는 대회다. 오늘은 그린이 소프트해 좀 편했지만 내일부터, 특히 마지막 날 그린이 빨라지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한국오픈에서 디 오픈 출전권을 따고 싶다. 디 오픈은 바람이 많이 부는데 내가 ‘군산의 아들’로 바람에 강하다.” 이쯤이면 유쾌하지만 다부진 각오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빈 모자(메인 후원사가 없다는 의미)에 대해 질문이 나오자 주흥철은 솔직담백하면서도 희망적인 이야기를 했다. “솔직히 한국의 남자 프로들은 후원받기 힘들다. 여자프로들과 격차가 크다. 2007년 처음 투어에 들어왔을 때는 후원사가 많았다. 조금만 잘 치면 거액의 계약금 받았다. 이제는 톱랭커 몇명 외엔 지인들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계약하기 힘들다. 개인적으로 시즌 후 도와달라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는데 정작 계약을 하기는 힘이 들다. 한국 남자 프로골프의 현실이다.”

그래도 이 유쾌한 고참 프로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아까 말씀 드린 대로 요즘 남자대회, 프로인 내가 봐도 재미있다. 수준이 높으면서도 타이트한 경기가 많아졌다. 그래서 최근에는 분위기가 좀 바뀌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기존 후원사들이 (남자프로를) 한두 명 추가하겠다는 얘기도 들린다. 나 같으면 남자선수 후원하고 싶다(웃음). 무엇보다 저희가 더 잘치면 많이들 도와주겠죠.”

2017년 상금랭킹을 보면 여자 50위(김보경)는 1억 3,000여 만 원을 상금으로 획득했고, 같은 순위의 남자(이창우)는 8,000만 원이 조금 넘었다. 여기에 여자는 상금 50위 이내면 대체로 메인 스폰서를 구하는 반면, 남자는 메이저대회를 우승해야 후원이 가능하니 빈부의 격차는 더 커진다. 통산 3승에 지난해 상금 29위(1억 3,959만 원)인 주흥철은 모자 앞면에 로고를 달지 못하고 있다. 그런 현실이 안타까우면서도 향후 나아질 것을 확신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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