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러시아WC] ‘어차피 3패’, ‘역대 최약체’, 조롱을 찬사로 바꾸기까지
이미지중앙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노진규 기자] 대회 시작 전만 해도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조별리그 3패를 기정사실화했고 부정적 전망 탓에 월드컵 열기도 예년만 못했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피파랭킹 1위인 독일을 비롯해 강호 멕시코, 스웨덴과 한조에 걸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대회가 개막하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무기력한 모습으로 스웨덴에게 패했다. 상대가 잘했다기보다는 우리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탓에 더 아쉽게 느껴졌다.

이어진 멕시코 전에선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대등하게 싸웠다. 팬들이 기대했던 열정적이고 투지 넘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석연찮은 판정에 울 수밖에 없었다. 3패를 예상하고 월드컵을 지켜본 이들도 막상 잇단 패배가 현실이 되자 대표팀에 대해 비난과 조롱을 서슴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은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사퇴 압박에 휩싸였고 특히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된 몇몇 선수들에 대한 비난은 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오죽 심각했으면 직설적으로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레전드’ 차범근이 자신의 칼럼을 통해 일부 네티즌들에게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 가운데 주장이자 팀의 핵심인 기성용은 부상으로 낙마하며 독일전을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대표팀은 세계 최강 독일전을 준비했다. 작지만 여전히 16강 진출 확률은 남아있었고 이를 위해선 일단 독일을 꺾어야만 했다. 마음을 비우고 별 기대 없이 독일전을 지켜보려던 팬들과는 달리 대표팀의 투지는 불타고 있었다. 손흥민은 “1%의 희망이지만 결코 작지 않다. 포기하지 않았다”라며 의지를 불태웠고 신태용 감독 역시 ‘마지막 절규’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독일전 필승을 각오했다.

그리고 펼쳐진 독일전, 경기 내내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흘러가더니 설마 했던 일이 벌어졌다. 대표팀은 경기 내내 온몸을 불사르며 독일의 맹공을 막아냈고 추가시간에 두 골을 넣으며 독일을 상대로 2-0 승리를 거뒀다. 멕시코가 스웨덴에게 패하며 16강 진출은 이미 물 건너갔지만 이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보여준 승리를 향한 열망만으로도 밤늦게까지 지켜본 국민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미지중앙

경기 후 가진 선수들의 인터뷰에선 그간의 마음고생을 느낄 수 있었다. 결승골의 주인공 김영권은 “지난 4년간 너무 힘들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누구보다 많은 비난을 받으며 고생해온 선수임을 알고 있기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 조현우도 “선수들이 너무 고생했다. 국민들 생각하며 후회 없이 뛰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에이스 손흥민도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 국민들에게 감사하다”라며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결정적 실수로 많은 비판에 시달렸던 장현수는 "인생에 있어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가족과 팀원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라고 울먹이며 그 동안 힘들었던 심경을 털어놨다.

그 어느 때보다 낮았던 기대감, 그리고 대표팀에 대한 불신과 함께 시작했던 2018 러시아월드컵은 결국 선수들 본인의 힘으로 그 분위기를 바꿔 놨다. 진정한 원팀(One Team)으로 뭉친 이번 대표팀의 모습은 단 한 경기뿐이었지만, 2002년 월드컵의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