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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L 2R] '반 다이크+케이타', 리버풀의 무실점 승리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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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케이타는 그간 리버풀 중원에 없던, 전진성과 창조성을 두루 갖춘 선수다. [사진=리버풀 트위터]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리버풀이 공격진의 컨디션 난조에도 무실점으로 원정승을 따냈다. 21일 오전 4시(한국시간) 영국 셀허스트 파크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이하 팰리스)와의 경기에서, 리버풀이 제임스 밀너의 패널티킥 득점과 사디오 마네의 추가시간 득점을 묶어 2-0으로 승리했다.

# 컨디션 난조를 보인 공격진

리버풀의 강점은 공격에 있다. 지난 17-18시즌, 리그 32골로 프리미어리그 득점 신기록을 쓴 모하메드 살라를 필두로, 피르미누와 마네가 보이는 역동성 넘치는 삼각편대는 유럽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삼각 편대는 고전했다.

마네가 그나마 정상 컨디션을 유지했지만, 피르미누와 살라는 힘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까다로운 팰리스 원정 분위기도 한몫했지만, 월드컵 이후 선수들의 컨디션 자체가 떨어져 있었다. 특히 살라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한 번쯤은 득점으로 연결할 만했지만, 아쉽게 기회를 무산시켰다. 폼이 떨어져도 여전히 위협적이었지만, 최상의 모습은 아니었다.

리버풀의 전매특허인 삼각 편대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 리버풀은 줄곧 무리하게 라인을 끌어올리다 상대의 철퇴 한 방에 손쉽게 무너지곤 했다. 때문에 전반 45분 밀너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은 후 윌프레드 자하와 안드로스 타운젠드가 이끄는 팰리스의 역습에 부담을 느꼈다.

예년의 리버풀이었다면, 후반 막판 집중력 저하를 보이며 역습 한 번에 허무하게 승점을 잃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날 리버풀은 달랐다. 약점이었던 수비와 중원이 달라진 수준을 보이며 승리를 매조졌다.

# 수비 리더 반 다이크, 부족함 없는 수비

리버풀의 수비가 확연히 달라졌다. 좌우 풀백 앤드류 로버트슨과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의 발전도 한몫했지만, 구심점이 되는 선수는 센터백 버질 반 다이크다. 경기 내내 팰리스의 최장신 공격수 크리스티안 벤테케를 상대로 공중볼에서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중볼 경쟁에서 밀린 벤테케는 아무런 장점을 발휘하지 못한 채, 후반 15분 알렉산더 쇠를로스와 교체되어 나갔다.

공중볼 경합 16회(경기 내 최다), 걷어내기 8회(경기 내 최다) 등 개인이 펼치는 수비 퍼포먼스도 수준급이었지만, 반 다이크의 진가는 수비진 지휘에서 드러났다.

신입 골키퍼, 특히 다른 리그에서 온 골키퍼는 언어를 비롯해 의사 소통에서 문제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 선수가 7,250만 유로(약 956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했다면 부담감까지 더해진다. 하지만 리버풀의 새 골키퍼 알리송은 반 다이크의 보호와 지휘 아래 안정적인 모습을 과시했다. 알리송과 수비진이 소통에서 합이 맞지 않는 일이 없었다.

반 다이크와 주로 합을 맞추던 주전 센터백 데얀 로브렌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공백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어린 수비수 조 고메즈가 반 다이크와 짝을 이뤘다. 반 다이크는 지난 웨스트햄 전에 이어 끊임없이 고메즈의 위치를 잡아주고 소리쳤다. 덕분에 고메즈는 라이트백 아놀드가 오버래핑 이후 노출한 뒷공간을 완벽하게 커버했다.

자신의 수비 몫뿐 아니라 수비진 전체를 진두지휘하는 반 다이크 덕분에, 리버풀은 최근 리그 16경기 중 9차례의 무실점 경기를 기록 중이다.

# 중원 엔진 케이타, 리버풀의 화룡점정

수비수 반 다이크는 지난 겨울에 합류해 반 시즌을 함께했지만, 그럼에도 리버풀이 '정상'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 건 중원의 부족이 컸다. 제임스 밀너, 조르지뇨 바이날둠 등이 포진한 리버풀의 중원은 수비적으로는 헌신적이었지만, 전진 능력에서 결점을 드러냈다.

중원의 공격성이 부족하다보니 매번 피르미누를 비롯한 공격진이 공을 받으러 내려와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고립되기 일쑤였다. 필리페 쿠티뉴가 지난 겨울 바르셀로나로 떠난 이후 문제는 더 도드라졌다.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선수가 드디어 나타났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평정하고 리버풀에 합류한 나비 케이타가 그 주인공이다. 스티븐 제라드가 남기고 간 '위대한 8번'을 물려받은 케이타는, 아직까지는 그 등번호가 아깝지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케이타는 기존 리버풀 중원에 없었던 전진 드리블, 정확히 찔러주는 침투 패스를 고루 갖췄다. 드리블과 패스 모두 위협적이기에, 케이타를 상대하는 선수는 언제나 그 두 가지 선택지 앞에 고민에 빠진다. 격렬한 리버풀의 템포를 상대할 때, 고민할 선지가 늘어나는 건 상당히 치명적이다.

전반 22분 케이타가 보여준 장면은 케이타가 리버풀에 무엇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를 요약하는 하이라이트였다. 골키퍼 알리송의 횡패스를 받은 케이타는 순식간에 자신에게 압박하는 팰리스 선수를 터치 한 번으로 제껴낸 후, 빠르게 하프라인 인근까지 전진했다. 그 후 상대 수비진 사이로 침투하는 살라에게 완벽한 로빙 패스를 건넸다. 비록 득점엔 실패했지만, 개인 기량만으로 평범한 빌드업 과정을 득점 기회로 바꾼 모습이었다.

예전의 리버풀은 득점포가 불을 뿜는 날은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날처럼 공격이 마음 같지 않을 때, 리버풀은 승점을 잃으며 우승 싸움에서 일찌감치 떨어져 나갔다. 그런 의미에서 반 다이크와 케이타가 이번 시즌 건재하다면, 리버풀의 트로피 경쟁은 헛된 꿈이 아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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