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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리에A] ‘사리 OUT, 안첼로티 IN', 나폴리에 찾아온 변화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근래 세리에A의 흐름은 몇 시즌째 비슷한 양상이다. AC밀란과 인터밀란, 두 밀란이 기대 이하의 모습으로 고꾸라지고,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나폴리가 이번만큼은 우승할 기세로 치고 나간다. 그리고 결국 유벤투스가 우승한다.

이번 시즌도 전체적인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두 밀란이 제법 알찬 보강을 이뤄냈으나 아직 ‘2%’ 부족하고, 디펜딩 챔피언 유벤투스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레알 마드리드에서 데려왔다. 그리고 나폴리에는 카를로 안첼로티가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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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첼로티가 나폴리의 지휘봉을 잡으며 세리에A로 돌아왔다. [사진=나폴리 트위터]


# ‘덕장’ 안첼로티, 사리의 향수를 걷어내라

안첼로티는 세리에A의 모든 역사를 통틀어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명장이다. 01-02시즌부터 08-09시즌까지 AC밀란에서 8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중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가 2개다. 이후 안첼로티는 첼시와 파리 생제르맹을 거치며 리그에서 우승했고,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라 데시마(La Decima. 스페인어로 열 번째라는 뜻. 챔피언스리그 10회 우승을 의미)’를 달성했다.

가장 최근인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기대 이하의 모습으로 경질됐었지만, 뮌헨 시절을 제외하곤 언제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덕장’의 이미지로 스타 군단을 순조롭게 이끌었다.

이 안첼로티가 부임한 나폴리는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이 있던 자리다. 사리는 안첼로티처럼 화려한 우승 업적은 없지만, 최근 몇 시즌 동안 나폴리를 유벤투스의 가장 유력한 대항마로 떠오르게 한 주인공이다. 그 공을 인정받아 프리미어리그의 첼시가 사리를 신임 감독으로 스카우트했다.

사리가 나폴리에 남기고 간 축구 스타일은 흔히 ‘과르디올라 + 클롭’이란 수식어로 설명된다. 점유율 축구의 펩 과르디올라, 압박 축구의 대명사 위르겐 클롭의 스타일이 고루 섞였다는 의미다. 4-3-3 전술을 바탕으로, 치열하게 압박하고 공을 소유한다.

‘사리볼’은 시즌 많은 감독들의 극찬을 들었다. 누가 후임으로 와도 부담될 수밖에 없는 자리다. 사리의 나폴리가 어떻게 ‘2위까지’ 올랐고, 또 왜 ‘2위밖에’ 올라가지 못했는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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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부상에서 복귀한 밀리크는 나폴리에게 힘과 여유를 부여할 존재다. [사진=나폴리 홈페이지]


# ‘정적인’ 안첼로티, 맹렬함은 덜고 차분함을 더하다

안첼로티도 4-3-3 포메이션을 사용하지만, 보다 정적이고, 선수들의 자율에 맡긴다. 수십 개의 공격 패턴을 준비한다는 사리 감독과 달리, 전체적인 틀만 짜주고 그 안에선 선수들, 특히 플레이메이커에게 경기 운영을 맡긴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안첼로티 감독은 세부 전술보다는, 번뜩이는 영감을 바탕으로 선수들을 훌륭히 조합하는 스타일이다.

앞으로 나폴리의 모습도 좀 더 정적으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AC밀란과의 리그 2라운드 경기가 대표적이다. 나폴리 선수들은 여전히 훌륭한 압박을 보였지만, 시종일관 두들겨 대던 사리 시절과 달리 좀 더 볼을 차분히 소유하고 템포를 조절했다. ‘제로톱’ 드리스 메르텐스 대신 정통 공격수에 가까운 아르카디우스 밀리크가 선발 출전해 많은 것을 바꿔놨다.

기존 사리체제 하에서 활용되던 로렌조 인시녜-메르텐스-호세 카예혼의 삼각 편대는 끊임없이 위치를 바꿔가며 침투했다. 메르텐스가 주전으로 출전하면 나폴리의 템포는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163cm의 인시녜, 169cm의 메르텐스, 178cm의 카예혼은 전방에서 공을 받았을 때 버티고 있을 힘이 부족했다. 대신 민첩하게 전진했고, 덕분에 후방의 미드필더들도 쉴 새 없이 삼각 편대를 따라 경기장을 오르내려야 했다.

이 조합은 상대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았지만, 동시에 동료들의 체력 소모도 가속화됐다. 결국 시즌 말미에 들어서며 나폴리는 선수진의 체력 저하로 승점을 연이어 잃었고, 다시 한 번 유벤투스가 왕좌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반면 186cm의 밀리크는 민첩성은 부족하지만, 피지컬로 공을 확보하고 팀에 높이를 더했다. 힘으로 공을 확보하고 있으니, 동료들이 여유 있게 올라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 미세한 차이 덕분에 안첼로티의 나폴리는 경기 막판 체력 저하로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1라운드 라치오 전과 2라운드 밀란 전에서 모두 늦은 시간 득점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87년생의 메르텐스는 주전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대신 후반 특급 조커로 투입되며 흐름을 바꿔놓는다. 밀란 전 역전골의 주인공도 메르텐스였다.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짜여졌다.

나폴리 팬들은 사리 감독 시절의 격렬한 공격 축구를 그리워할 수도 있다. 상대의 혼을 쏙 빼놓는 돌격 전술은 언제 봐도 눈이 즐겁다. 하지만 경기가 거듭될수록, 시즌이 막바지에 치달을수록,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하는 안첼로티가 더 많은 승점을 벌어올 가능성이 높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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