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전택수 기자] 평균자책점(ERA) 1.97. 류현진의 2018시즌이 남긴 기록이다. 지난 30일(한국시간)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또 한 번의 호투를 펼치며 시즌 평균자책점을 1점대로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시즌 도중 3개월이 넘는 부상을 당한 선수라고는 도무지 믿기 어려운 기록이다.

이제 류현진은 포스트시즌 뒤 FA를 앞두고 있다. FA를 앞두고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인 류현진에 대한 빅구단들의 관심 역시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2018년의 류현진은 얼마나 위력적이었을까?

먼저 ERA다. 류현진이 기록한 1.97보다 낮은 ERA를 기록한 투수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단 2명(디그롬 1.70, 스넬 1.90)에 불과하다. 두 투수 모두 사이영상 수상이 유력한 후보들이다. ERA만 놓고 보았을 때 2018년의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였다.

두 번째는 9이닝 당 탈삼진 및 볼넷 기록이다. 류현진은 9이닝당 탈삼진 수치에서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커리어 하이에 해당하는 9.7을 기록했으며, 이는 리그 전체 1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9이닝당 볼넷 개수 역시 단 1.6개로 메이저리그 커리어 사상 최저를 기록했으며, 리그 전체 3위에 해당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 제구력을 자랑하며 타자들을 요리했다는 이야기다.


WHIP(이닝 당 피안타+볼넷 허용률)을 살펴보아도 류현진의 대단함이 드러난다. 역시 올 시즌 기록한 1.08의 기록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커리어 하이이다. 리그 전체로 확대해도 7위에 해당한다. 시즌 내내 볼넷 관리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에 WHIP 역시 낮은 수치를 유지할 수 있었다.

긍정적인 기록만 있었던 건 아니다. 9이닝 당 피홈런 개수는 1.0으로, 전성기였던 2013, 2014시즌과 비교하면 소폭 증가했다. 어깨 부상에서 돌아온 뒤 제구력은 더욱 날카로워졌지만, 구위 하락까지는 극복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단, 이 역시 리그 20위권에 해당하는 수치로 형편없는 기록은 아니다.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은 어떨까. 수비의 도움을 배제한 투수의 순수한 투구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고안된 기록인 FIP에서 2018시즌 류현진은 정확히 3.00을 기록했다. 리그 전체 10위에 해당하지만, 평균자책점 기록만큼 압도적이지는 않다. 시즌 ERA와 비교 시 약 1점 가량이 높은데, 다시 말해 올 시즌 류현진의 1점대 방어율 기록에는 다저스 수비진의 뛰어난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단 한 가지 요소만 제외한다면 류현진의 2018시즌은 그야말로 완벽했을 것이다. 유일한 아쉬움은 바로 이닝이다. 류현진의 이 모든 기록들은 단 82.1이닝만을 소화하며 이룬 것들이다. 메이저리그 규정이닝은 162이닝에 달한다. 많은 투수들이 환상적인 전반기를 보내고도 체력 문제로 인한 폼 저하로 시즌 내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류현진 역시 규정이닝을 소화했다면 올해와 같은 성적을 유지했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이닝 소화능력은 류현진의 FA 대박의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6년간 규정이닝을 달성한 적이 단 1번에 불과하다. 첫 해를 제외하면 매 시즌 크고 작은 부상들로 신음하며 선발 로테이션 자리를 비웠다. 어깨 수술로 이탈했던 2015, 16년을 제외하더라도 연 평균 소화 이닝이 140이닝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포스트시즌에서의 호투를 통해 ‘빅 게임 피처’의 면모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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