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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이더컵 미국팀은 왜 대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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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한 유럽팀의 선수들의 기념사진 촬영 장면.


지난 주 파리에서 폐막된 라이더컵은 유럽팀의 대승으로 끝이 났다. 미국팀이 최종 스코어 17.5 대 10.5로 패했는데 전문가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점수 차이였다. 대회 전에는 많은 전문가와 도박 사이트에서 미국의 우세를 예측했기 때문이다. 뜻밖의 결과가 나온 이유를 분석했다.

해법을 못 찾은 미국의 라이더컵 태스크 포스 팀

2014년 스코트랜드의 글렌이글에서 열렸던 라이더컵 전야제에서 미국팀 선수들은 캡틴 톰 왓슨에게 미리 준비했던 모조 라이더컵을 기념품으로 선물했다. 기념품을 열어 본 톰 왓슨의 얼굴이 굳어졌다. “모조 라이더컵은 필요 없다. 진짜 라이더컵을 가져오라.” 톰 왓슨은 그 선물을 끝내 받지 않았고 선수들은 머쓱한 분위기를 견뎌야 했다.

“유럽팀을 이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들보다 더 잘 치는 것뿐이다.” 이렇게 말한톰 왓슨에게 되려 미국팀은 11.5 대 16.5로 완패를 안겼다. 패배 후 팀 기자회견에서 팀의 리더인 미켈슨은 팀 운영에 선수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하며 캡틴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미디어들은 미켈슨이 톰 왓슨을 달리는 버스 아래로 밀어 넣었다고 보도했다.

2014년 패배 후 유럽팀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던 미국은 라이더컵 승리를 위한 태스크 포스 팀을 만들었는데 타이거 우즈, 미켈슨, 데이비스 러브 3세 등 유명선수들이 포함되었고, 국방부에서 일했던 전략가와 심리, 통계 등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도 대거 영입되었다. 그 결과 미국팀은 2016년 홈 경기에서 17 대 11로 대승했다. 이에 태스크 포스 팀은 이기는 방법을 알았다고 큰소리 치며 2018년 파리의 라이더 컵을 준비했다. 그러나 결과는 2014년보다 더 큰 패배였다. 태스크 포스 팀은 이기는 방법을 알아내지 못한 것이다. 이기는 방법은 상대보다 더 잘 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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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라이더컵에 운집한 엄청난 갤러리의 모습.


무능했던 캡틴 짐 퓨릭

라이더컵에서 패배한 캡틴은 언제나 가장 혹독한 비난을 받는다. 이번에도 짐 퓨릭이 캡틴스 픽으로 선발한 와일드 카드 4명의 선수들은 2승10패의 형편없는 성적을 올리며 팀의 패배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토니 피나우만 2승1패를 했고, 타이거 우즈 4패, 미켈슨 2패, 디셈보 3패로 미국팀에서 승점을 올리지 못한 선수는 이들 3명뿐이다. 결과적으로 캡틴의 와일드카드 선발이 대실패였다.

특히 하반기 성적이 아주 부진했던 미켈슨을 선발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대회코스인 르 골프 나쇼날에서는 정확한 티샷이 승부의 관건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티샷이 가장 부정확한 미켈슨을 뽑았다. 오랜 세월을 친구로 지냈던 동갑내기 미켈슨의 마지막 라이더컵 기회라는 것을 뿌리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퓨릭은 함께 플레이 할 선수들을 결정하는 페어링 작업에서도 실패했다. 최강 팀이었던 패트릭 리드/조던 스피스 조를 갈라 놓았는데 조던 스피스는 새로운 파트너 저스틴 토머스와 함께 선전했지만 팀의 중심이었던 패트릭 리드는 팀웍을 맞추는 파트너를 찾지 못하고 팀 매치에서 전패(2패)를 하고 말았다.

퓨릭은 팀을 장악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고, 선수들 사이의 친소관계에 끌려 다녔다. 미국팀 선수들은 같은 유니폼을 입었지만 개인이 모인 그룹이었을 뿐이며 팀웍과 단결력으로 뭉치지 못했다.

라이더컵의 캡틴은 특별한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한 번만 할 수가 있다. 그 자리가 너무나 명예롭기 때문에 다른 동료들이 돌아가면서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취지이다. 미국은 이제 골프선수 출신이 아닌 다른 스포츠의 경영자를 캡틴으로 영입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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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연습라운드를 하고 있는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


타이거와 미켈슨

결국은 6전6패를 합작한 우즈와 미켈슨이 문제였다. 미켈슨은 라이더컵 12회 연속 출전의 신기록을 세우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러나 팀을 위한다면 자기의 나쁜 컨디션을 감안하여 팀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했다. 2패를 한 미켈슨은 총 22패로 라이더컵 역사상 가장 많은 패배를 한 선수로 남게 되었다. 미켈슨 대신에 르 골프 나쇼날 코스에서 가장 강할 것으로 생각되는 케빈 나가 선발되는 것을 상상해 보았다. 케빈 나는 라이더컵 포인트 18등이었는데, 15등의 토니 피나우가 선발돼 좋은 활약을 한 것으로 보아 포인트 리스트의 랭킹은 큰 의미가 없었다. 미국의 캡틴, 부캡틴, 미디어에서 케빈 나의 선발 가능성을 거론한 사람이 없었던 것을 보면 그들의 편견과 선입견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알 수 있다.

타이거는 지난 9주 동안에 7개의 대회에 참가하는 강행군을 했다. 라이더컵 팀을 위한다면 중간에 휴식을 취해야 했다.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타이거의 에너지는 거기서 끝이 났으며 라이더컵에서는 무기력한 플레이를 계속했다. 이제 13승 21패 3무가 된 타이거의 라이더컵 기록은 회복이 불가능한 불명예로 남았다. 21패는 역사상 미켈슨의 22패 다음으로 많은 패배이다. 이번 대회 전까지 라이더컵 역사상 가장 많은 패배 기록은 짐 퓨릭의 20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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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샴페인을 터트리며 자축하고 있는 유럽팀 선수들.


코스와 선수의 싸움

골프 역사상 최고의 매치플레이어로 인정받는 보비 존스는 승리의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매치 플레이에서는 상대방을 의식하지 말고 코스와의 싸움에 집중해야 한다.” 상대방의 샷 결과에 따라서 전략을 바꾸는 것은 필요 없고 코스를 제압하면 승리가 따라 온다는 의미이다.

르 골프 나쇼날의 코스 셋팅이 장타를 앞세운 미국팀에 불리했다고는 하지만 유럽팀의 장타력도 미국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유럽팀이 코스와의 싸움을 더 잘했을 뿐이다. 미국팀의 티샷은 아이언이나 하이브리드 클럽을 사용할 때에도 유럽보다 부정확했다. 2016년 미국 대회에서는 퍼팅으로 승부가 났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티샷에서 승부가 갈렸다.

코스는 미국팀을 제압했고, 유럽팀은 코스와 대등한 싸움을 했다.

* 박노승 : 건국대 산업대학원 골프산업학과 겸임교수,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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