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올해 라이더컵 유럽 압승 "미국과의 문화 차이 때문"
이미지중앙

유럽팀 단장 토마스 비욘이 12명의 유럽 선수들과 함께 라이더컵을 들고 촬영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지는 유럽팀이 미국팀을 큰 차이로 이긴 올해 라이더컵의 승리 요인은 양 대륙의 문화 차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골프다이제스트 인터넷판은 2일(한국시간) ‘12명이 한 팀으로 뭉친 유럽 팀이 분열된 미국 팀을 이겼다’는 제목으로 셰인 라이언의 칼럼을 소개했다. 그의 글은 오늘날과 같은 형식의 미국-유럽간 대륙 팀매치인 라이더컵이 정착된 1983년 이후로 18번 열렸던 라이더컵 통계와 역사를 세밀하게 분석하는 데서 시작한다.

‘지난 36년간 싱글매치에서 미국은 108.5점을 얻었고 유럽은 107.5점을 얻었다. 18번 열린 대회에서 미국이 싱글매치에서만 보면 10번을 이겼다. 반면 포볼과 포섬처럼 두 선수가 힘을 합쳐야 하는 페어링 경기에서는 유럽이 158.5점으로 미국의 129.5점에 대폭 앞선다. 18번의 경기에서 14번을 유럽이 이긴 것이다.’ 라이언의 칼럼에 따르면 유럽의 우승은 한두 번의 결과가 아니라 오래 누적된 결과라는 점이 특징이다. 그는 올해의 승부 결과를 이번 대회만의 문제가 아닌, 보다 심층적인 차원에서 나온 문화적인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이미지중앙

알렉스 노렌의 버디 퍼트에 다들 달려와 안기면서 세리머니 하는 유럽 선수들.


미국은 한 개의 국가이고 유럽은 여러 국적의 선수들이 연합했지만 결과는 몹시 달랐다는 점이 아이러니컬하다. 미국 선수들은 세계 랭킹과 함께 각종 데이터에서도 유럽 선수들을 개인적으로 월등히 앞선다. 또한 미국 선수들은 매년 유럽과 라이더컵, 그 밖의 나라와 격년 간격으로 프레지던츠컵을 통해 팀매치를 경험하지만, 올해 유럽 팀에는 너무나 맥없이 손들었다.

더욱이 지난 2014년 스코틀랜드 글랜이글스에서 열린 라이더컵에서 유럽팀에 진 미국팀은 태스크포스팀을 꾸려서 대응책을 찾았다. 그 결과 헤이즐틴에서 열린 2016년 대회는 미국팀이 큰 폭으로 안정적인 승리를 지켜냈다.

올해 결과는 종전의 모든 성과를 뒤집는 것이다. 라이언은 이를 양팀의 문화 차이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걸 알 수 있는 장면이 있다. 싱글매치 마지막 주자로 나선 알렉스 노렌(스웨덴)이 놀라운 버디 퍼트를 넣고 승점을 올렸을 때 유럽 선수들은 다들 뛰어나가 한 몸이 된 것 엉켜 축하했다.

유럽 선수들은 버디를 하거나 승기를 잡았을 때 함께 나누는 방식을 보였다. 토미 플릿우드는 양팔을 활짝 펼친다. 프란치스코 몰리나리는 승리를 확인하고는 갤러리들을 향해 자신의 몸을 던졌다. 이안 폴터(잉글랜드)는 2012년 메디나에서 극적으로 승점 1점을 거뒀을 때 그 앞에 모여 있던 소수의 유럽인들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그들이 팀으로 우승을 거뒀을 때 그 기쁨을 나누는 방식은 집단적이다.

이미지중앙

타이거 우즈는 오랜만에 경기를 마친 뒤 무리했다고 선언했다.


반면, 미국 선수들이 뭘 잘 했을 때 세리머니를 보면 적극적이고, 남성적이며, 대결하는 방식이고, 개인적이다. 패트릭 리드가 버디를 잡았을 때 갤러리를 향해 손을 입에 대며 ‘입 다물고 조용하라’는 시늉을 취한다. 저스틴 토마스는 한 홀을 따냈을 때는 손을 귀에 갖다 대면서 ‘당신들의 함성이 너무 작아서 안들려’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이들의 포즈는 무의식적이지만 대중을 향하는 미국적인 개인주의 방식이 반영된 것이다. 이들은 미국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성공하는 영웅의 모습을 그렇게 표출하는 것이다.

올해 미국 팀의 참패를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책임 소재를 따지는 말이 난무했다. 단장 짐 퓨릭의 페어링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골프 코스부터 장타에 능한 미국 선수들이 드라이버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함을 요구하는 코스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비판이 일부분은 맞지만 전부를 설명하기엔 빈약하다.

보다 포괄적인 답은 문화적인 데 있다. 팀매치의 결과는 팀웍이고 연대감이고 집단 정신에서 나온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80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운 우즈는 개인적으로 뛰어나지만 최근 출전한 라이더컵에서 8번 출전해 7패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유럽 선수들의 조합에서는 개성을 대신할 새롭고 강력한 조합을 만들어내는 데 반해 미국선수들은 그들의 자아를 유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유명선수들의 조합이라도 올해는 힘을 적절하게 발휘하지 못했다.

이미지중앙

올해는 플릿우드(왼쪽)와 프란치스코 몰리나리의 두 조합이 너무나 뛰어났다.


미국인에게는 의아스럽지만, 유럽인들에게는 ‘캡틴아메리카’로 불리던 패트릭 리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조를 물리친 ‘몰리우드 커플’의 애정이 마냥 유머러스하다. 몰리나리와 플릿우드가 승리를 공유하는 방식이 이상적인 플라토닉 러브같다. 물론 성난 황소같은 욘 람(스페인)이나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이안 폴터, 냉철한 저스틴 로즈, 갈팡질팡하는 천재 로리 매킬로이 등 유럽 선수들의 개성 또한 미국 선수들 못지않지만 말이다.

'문화'이외에는 설명될 수 없는 미국과 유럽 대륙 간의 차이다. 기술의 문제나 우승하고 싶은 열정의 차이가 아니다. 그건 습득한 가치 체계와 서로에 영향을 주는 인간관계의 문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특정 선수가 잘못한 게 아니고 단장의 실책도 아니고 팬들의 차이도 아니다. 단지 두 개의 세계가 다르기에 이런 차이를 내는 것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문화를 가진 미국은 이겼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졌을 때는 후유증이 크다. 4년 전 미켈슨이 면전에서 단장이던 톰 왓슨을 비판한 것 같은 가차없는 하극상이 올해도 재연됐다. 종전까지 라이더컵에서 워낙 뛰어난 패트릭 리드가 뉴욕타임즈 인터뷰에서 “조던 스피스와 조로 해달라고 했는데 안 됐다”면서 단장을 비판했다.

친한 친구사이로 알려진 브룩스 켑카와 더스틴 존슨이 포섬 매치에서 한 팀으로 출전해 저스틴 로즈-핸릭 스텐손(스웨덴)에게 패한 뒤 경기 마지막날 뒤풀이에서 주먹다짐 직전까지 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마 사실일 것이다. 개인주의의 천국에서 온 나라 사람들은 융합을 가치로 삼는 유럽의 한 가운데서 졌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