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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종훈의 빌드업] (43) 중앙대 최재영, 시련 딛고 무대로 다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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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은 3년 전 17세 이하 월드컵에 나섰지만 첫 경기인 브라질전에서 십자 인대 부상으로 대회를 모두 소화하지 못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처음에 부딪혔을 때는 그렇게까지 부상이 크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어요. 일단 패스는 안 될 거 같았어요. 첫 경기이기도 했고, 뛰는 것만 할 수 있을 거 같았어요. 뛰어 보겠다고 해서 다시 들어갔는데 ‘뚝’하는 소리가 나는데 느낌이 딱 오더라고요. 더는 안 되겠다고.”

최재영(20 중앙대)은 자신의 아픔을 이렇게 회고했다. 3년 전 칠레에서 개최된 U-17 월드컵에 설레는 마음으로 참가했다. 하지만 설렘이 곧 기억하기 싫은 흔적으로 다가왔다. 첫 경기는 매 대회 우승 후보 브라질. 최재영은 이상민과 중앙 수비수로 호흡을 맞췄다. 최재영에게 변수가 발생했다. 전반 막판 공을 다투다 넘어지면서 오른쪽 무릎에 이상이 왔다. 전반 추가 시간에 다시 그라운드에 투입됐으나 전반 종료를 알리는 휘슬소리와 함께 그대로 드러누웠다.

아뿔싸. 현지 검사 결과는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 남은 경기 출전이 불가능하다는 소견으로 결국 최재영은 대회를 포기하고 그대로 귀국길에 올랐다. 이후 재활로 약 1년 동안 땀을 쏟았다. 고교 2학년 후반기는 물론이고, 입시에 중요한 3학년 전반기를 통째로 날렸다. 3학년 말미나 돼서야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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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은 올시즌 공격력까지 갖추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아픔을 털고 중앙대 입학. 최덕주 감독의 신뢰를 두둑이 받았다. 입학과 동시에 저학년임에도 꾸준히 피치를 밟았다. 경기 감각을 익히며 부상에 대한 트라우마를 잊고자 했다. 헌데 포지션 특성상 부상이 잦은 장면이 여럿 연출되기 때문에 트라우마를 완전히 떨치긴 힘들었다.

“(부상 후) 1년 가까이는 경기장에서 비슷한 상황이 되면 (발을) 빼는 경우가 많았어요. 최덕주 감독님께서 요구하시는 부분이 타이트한 수비예요. 1년 반이 지나니까 그런 상황에서 도전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완전히 떨쳤다고 하기엔 여전히 불안감이 있는데 그래도 많이 없어졌어요.”

최재영의 대학 2년 중 10경기 이상을 관찰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팀 분위기에 크게 휩쓸리지 않고, 기복이 없다는 점이다. 참 꾸준하다. 한 경기로 단번에 사로잡는 매력보단 오랜 기간 봤을 때 그 묵묵함에 매료된다. 중앙대가 잘할 때나 못할 때나 기대 이상은 해냈다. 전방보단 후방에 무게 중심을 뒀다. 스리백 앞 선에 위치돼 수비 라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이행했다.

“제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더 쉽게 하려고 해요. 그래서 기복이 없어 보이는 것 같아요. 저희가 수비를 우선 탄탄히 하고 골을 먹지 않는 것이 항상 경기 목표예요. 수비할 때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하려하고, 감독님께서 볼을 많이 받아서 경기를 풀어주라고 주문하세요. 그래서 제가 가운데에서 볼을 받아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중앙대의 공격 시발점은 최재영이다. 수비에서 공격이 전환될 때 최재영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여기서 또 최재영의 특기가 빛을 바란다. 동료들이 앞선으로 쇄도하는 타이밍에 딱 맞게 배달한다. 이게 참 중요하다. 공을 받는 선수가 공을 받기 위해 잠시 멈칫하는 순간 팀 전체의 템포가 확 죽고 만다. 이러한 세밀함에서 차이가 갈린다.

“패스를 받는 사람이 편해야 패스라고 생각해요. (Q: 특별한 노하우라도 있나?) 초, 중, 고 때부터 그렇게 배워와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패스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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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이 올시즌 저학년 대회에서 주장 완장을 달고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올 시즌에는 골 결정력까지 장착하면서 가치가 배로 뛰고 있다. U리그 4권역에서 개인 득점 순위 1위와 2골 차로 6골을 기록하면서 2위에 올랐다. 최재영을 중심으로 중앙대의 전국대회 성적도 뛰었다. 저학년 대회에서는 2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추계연맹전에서는 준우승을 기록했다.

“저희가 저학년 대회를 나가면 볼을 잘 돌리지 못하더라고요. 그런데 자신감을 얻고 패스를 좀 더 자신 있게 하려고 했던 것이 잘 풀린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제가 원래 골을 많이 넣는 편이 아닌데, 올해 유독 (전방으로) 올라갈 때마다 볼이 잘 오더라고요. 운이 따르는 것 같아요(웃음).”

중앙대 최덕주 감독도 최재영의 존재 가치를 인정했다. 그는 최재영을 “우리 경기를 만들어가는 게임메이커다. 팀의 중심이다.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우리 팀의 경기 템포를 조절해주고, 전방으로 올라갔을 때는 득점도 해주는 선수다. 다만 좀 더 활동량을 늘려야 하고, 조금 더 터프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제 프로 무대를 노크한다. 포항제철고(포항 U-18) 출신으로 포항이 당연히 최우선순위다. 포항의 부름을 받아 종종 R리그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대표팀 시절 발맞췄던 이승모, 이승우, 유주안, 김진야 등은 이미 한 단계, 두 단계 도약해 한 자리씩 꿰찼다. 앞서나가는 친구들과 자신의 위치를 비교하며 좌절도 했을 터.

“중앙에서 볼을 잡았을 때 여유, 볼 소유, 킥, 패스 부분, 좀 더 빠른 전개에 자신감이 있어요. 처음에는 친구들이 프로에 많이 가 있고 뛰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했는데, 이젠 저도 프로에 진학할 수 있는 나이고 회복도 됐기 때문에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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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이 프로 무대를 노크하고 있다. [사진=권지수]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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