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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아쉬움도 남긴 CJ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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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컵의 로고가 새겨진 깃발.


2016년 CJ그룹이 총 상금 100억 원 규모의 PGA 투어 정규대회를 10년 동안 개최한다는 뉴스를 듣고 놀라웠던 기억이 새롭다. 한국에서 PGA투어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외국 투어에 그런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도 대회가 없어서 고심하고 있는 KPGA의 남자선수들을 위해 작은 상금의 대회 하나라도 신설해 주지 않는 CJ그룹에 섭섭한 마음이 컸다.

지난 주 성공적인 CJ컵의 현장을 보며 섭섭했던 마음은 많이 누그러졌다. 미국에 가지 않아도 PGA투어를 현장에서 볼 수 있고 세계 최고 선수들의 샷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었다. 미국에서 개최된 PGA투어 대회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코스와 갤러리를 위한 배려들이 준비되었다. 관중이 훨씬 더 붐비는 미국에서는 이렇게 여유롭게 선수들의 플레이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주니어 선수들을 초대했더라면

문제점은 두 가지다. 먼저, CJ컵 대회는 CJ그룹의 해외사업 진출을 위한 프로젝트로는 성공적이었지만 한국 골프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지 않았다. 주니어 선수들에게 이번 대회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교육적인 효과가 컸을 것인데 사방을 둘러보아도 갤러리로 온 주니어 선수들은 별로 없었다. 특히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쇼트게임을 연습하는 근처에 그들을 관찰하는 주니어 선수가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쇼트게임의 요령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는 미국에서도 찾기 어렵다. 주니어 선수가 출전 선수들의 변화무쌍한 쇼트게임을 관찰했다면 상상력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레슨으로는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샷들을 배울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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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컵의 티켓 가격이 적힌 안내글.


주니어 선수들이 올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제주도라는 지역적인 문제였겠지만 입장료가 비싼 이유도 있었다. 목, 금요일에 6만 원, 토, 일요일에 10만 원이었다. 미국보다 비싸고 너무 과하다는 느낌이 있다. 초등학생은 무료지만 중고생에게는 할인이 전혀 없었다. 일반 갤러리들도 현장에서 표를 구입하는 숫자는 적었고 대부분 초대권을 가지고 입장했다. 내년부터는 대한골프협회나 중고골프연맹을 통해서 많은 숫자의 주니어 선수들이 초대되기를 바란다. 초대받지 못한 주니어 선수들의 부모는 어떻게든 아이를 CJ컵에 보내도록 강력히 추천한다. 큰 비용이 들어 부담되지만 아이는 크게 성장하여 돌아갈 것이다.

두 번째, 선수들의 풀스윙 샷을 볼 수 있는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선수와 관중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내년에는 드라이빙 레인지 바로 앞에 스탠드를 설치하여 관중이나 주니어 선수들이 밀착 관찰하고 동영상도 찍을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을 제안한다. 레슨으로 가르칠 수 없는 것들을 주니어 선수들은 관찰과 모방으로 배울 수 있다. CJ컵 대회는 우리나라 골프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이다. CJ 그룹에서 주니어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교육적인 배려를 하여 한국골프의 성장에 계기가 마련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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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CJ컵에서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참가선수의 모습.


KPGA 선수 7명 중 최고는 문도엽


KPGA에서 출전한 7명의 한국 선수들 성적이 거의 하위권이었으므로 PGA 투어 선수들과는 수준차이가 너무 크다는 견해가 있는데 필자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한국 선수들의 홈 어드벤티지가 있다면 시차를 극복할 필요가 없다는 것뿐이었고 다른 환경은 모두 불리했다. 나인브리지 클럽의 코스세팅과 잔디는 PGA 투어 선수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우리 선수들에게는 생소한 환경이었다. 이런 코스에서 연습 한 번 제대로 할 기회를 가지기도 어렵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처음으로 라운드하는 우리 선수들의 심리적인 위축감도 이해해 주어야 한다. 우리선수들이 반복해서 PGA 투어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성적은 훨씬 좋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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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컵에서 한국선수 중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문도엽.


이번 대회에 참가한 7명의 한국 선수들을 모두 칭찬해 주고 싶은데 그 중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문도엽(27)이었다. 288(72-80-68-68)타 이븐파로 공동 61위에 그쳤지만, 2라운드에서 80타를 치고도 포기하지 않고 3, 4라운드에서 8타를 줄여낸 투혼을 높이 평가한다. 한국 선수들 중에서 4라운드 동안 60대 타수를 적어낸 선수는 문도엽뿐이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도 인상 깊었다. 자기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 틀림없는 문도엽 선수가 내년 CJ컵에 다시 출전할 것을 기다려 본다.

* 박노승 : 건국대 산업대학원 골프산업학과 겸임교수,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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