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KBO] 불문율 논란, 가장 중요한 것은 팬에 대한 예의
이미지중앙

항의성 대타 기용으로 논란에 휩싸인 KIA 타이거즈의 김기태 감독. [사진=KBO]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전택수 기자] 개막 단 몇 경기 만에 프로야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가 있다. 바로 야구에 존재하는 불문율 논란이다.

문제의 사건은 지난 26일 광주에서 펼쳐진 기아와 한화의 경기 종료 직전 발생했다. 한화가 13-7로 크게 앞선 9회말 2사 후, 한용덕 감독은 마무리 정우람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에 기아 김기태 감독이 대타로 투수인 문경찬을 갑작스레 지목하며 논란이 일었다. 투수인 문경찬은 타격 의사 없이 공 3개로 삼진을 당하며 물러났다.

김기태 감독의 투수 대타 카드는 어떻게 보더라도 한화 벤치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굳이 마무리 투수를 올릴 필요가 있느냐는 의미로, 한화가 야구 불문율을 깼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김 감독은 이미 2012년 LG 소속으로 비슷한 행동을 벌여 징계를 받았던 전력이 있다.

야구에서 불문율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투수 교체 외에도 점수 차가 많이 날 때 도루를 하지 말아야 하거나, 홈런 세리머니를 과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팀 스포츠인 야구에서 이른바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상대팀이 불문율을 깼다고 여겨지면 여지없이 항의나 응징에 들어가기도 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이 때문에 위협구를 던지거나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팬에 대한 예의다. 프로스포츠에서 팬을 고려하지 않는 행위는 있을 수 없다. 일종의 놀이라고 할 수 있는 스포츠가 프로화가 되고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데에는 기꺼이 경기장을 찾고 소비하는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기태 감독의 투수 대타 카드는 많은 기아팬들을 실망시켰다. 비록 팀이 7-13로 크게 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팬들이 진정으로 원했을 모습은 고작 불문율 따위에 투수를 대타로 기용하는 항의는 단연코 아니었을 것이다. 승패나 점수차와 상관없이 팬들은 그라운드 위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메이저리그를 근거로 김 감독의 행위가 옳았다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미국과 한국의 스포츠 문화는 분명히 다르다. 메이저리그에서 불문율로 인한 빈볼 시비와 폭력 사태가 숱하게 벌어진다고 해서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이런 모습이 좀 더 자주 나타나야 한다고 말할 수 없다. 좋은 문화는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이것이 정말로 좋은 문화인가에 대한 고찰이 먼저다. 심지어 야구의 불문율이라는 개념 자체도 서로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