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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이저 사냥꾼' 켑카의 A게임..원동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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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왼쪽)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골프는 싸우는 경기가 아니며 우즈도 남을 해치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PGA투어]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11~14번 홀에서 4연속 보기를 범해 1타 차로 쫒기자 평화롭던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그렉 노먼 초크가 떠오르는, 멘탈이 녹아내릴 순간이었다. 그러나 친구이자 경쟁자인 더스틴 존슨(미국)이 조력자로 나섰다. 16, 17번 홀서 연속 보기를 범해 준 덕에 위기의 파도를 넘을 수 있었다.

로봇처럼 완벽해 보이던 브룩스 켑카(미국)도 인간이었다. 켑카는 18번 홀 그린에서 챔피언 퍼트를 마친 후 “더 이상 플레이할 홀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 기쁘다. 정말 스트레스가 심한 라운드였다”며 힘겨움을 토로했다.

켑카는 이번 PGA챔피언십에서 메이저 사상 36홀 최소타 기록(12언더파)을 세웠다. 그리고 2017년 이후 출전한 메이저 대회에서 11번을 단독 혹은 공동선두에 올랐다. 이는 6번으로 공동 2위에 오른 조던 스피스와 케빈 키스너(이상 미국)에 월등히 앞서는 기록이다.

켑카는 또한 이번 PGA챔피언십 우승으로 투어 통산 6승중 4승을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했다. 2017년과 2018년 US오픈에서, 2018년과 2019년 PGA챔피언십에서 각각 2년 연속 우승했다. 두 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한 선수는 골프역사상 켑카가 처음이다.

켑카가 이번 PGA챔피언십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로 인해 메이저 대회에서만큼은 2위 자리를 놓고 싸우던 타이거 우즈의 전성기 시절이 재현되는 분위기다. 코스의 변별력과 경기에 대한 중압감이 남다른 메이저 대회에서 켑카가 이처럼 좋은 성적을 내는 원동력은 뭘까?

메이저 코스세팅에서도 A게임을 한다는 게 가장 큰 힘이다. 똑바로 멀리 치는 능력에 침착한 퍼팅, 그리고 강한 킬러 본능이 켑카의 무기다.

대회 첫날 켑카는 이를 바탕으로 보기없이 버디만 7개를 잡아 코스레코드(63타)를 작성했다. 첫날 일찌감치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 등 경쟁자들과 넘을 수 없는 격차를 만들어버렸다. 이날 켑카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중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16명에 불과했다.

이번 대회코스인 베스페이지 블랙은 러프가 깊어 페어웨이를 놓칠 경우 파 세이브가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대회 개막전 비까지 내려 러프 탈출은 더 어려웠다. 켑카는 그러나 페어웨이에 볼을 떨어뜨린 뒤 다음 샷으로 그린을 공략하는 모범답안을 보여줬다. 장타자인 켑카가 페어웨이에서 그린에 볼을 올리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켑카의 1라운드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는 290.3야드, 페어웨이 적중률은 64.29%였다. 나머지 선수들의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는 313.2야드, 페어웨이 적중률은 57.14%였다. 내로라 하는 장타자지만 거리를 줄여 정확도를 높혀 코스레코드를 작성할 바탕을 마련한 것이다.

2라운드에서 켑카는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를 311.4야드로 늘렸으나 페어웨이 적중률은 71.43%로 높아졌다. 자신감 상승이 이끈 변화였다. 2라운드 다른 선수들의 평균 페어웨이 적중률은 57.14%였다.

침착한 퍼팅도 켑카의 장점이었다. 켑카는 난이도가 가장 높은 10번홀(파4)에서 1라운드를 시작했는데 버디를 잡았다. 그린 에지에서 친 12m 거리의 장거리 버디 퍼트가 홀을 파고 들었다. 동반 플레이어인 마스터스 챔피언 타이거 우즈(미국)는 이 홀서 더블보기로 출발했다. 둘은 첫 홀을 마친 순간 3타 차가 됐고 한명은 우승, 한명은 예선탈락했다.

마지막 강점은 담담한 정신력이다. 메이저 15승을 자랑하는 우즈와 1,2라운드를 함께 쳤지만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우즈가 켑카의 경기력에 말리는 모습이었다.

켑카는 1라운드에서 우즈를 9타차로 앞선 뒤 “대회장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이 우즈를 응원한다. 난 그와 싸우지 않는다. 그도 나를 해치지 않는다.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켑카는 이어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지 다른 누군가와의 경쟁이 아니다”라며 우즈를 의식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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