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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번째 대기자 일본 선수의 한국오픈 출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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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츠키 토모하루가 20일 한국오픈 첫날 아시안투어 대기 선수로 출전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코오롱 제62회 한국오픈에서 11번째 순서의 일본 선수가 대기하다 출전한 극히 드문 일이 발생했다.

일본의 오츠키 토모하루는 20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컨트리클럽(파71 7328야드)에서 열린 아시안투어와 코리안투어 공동 주관의 이 대회에 대기선수로 연습 그린에서 기다리다 티오프 기회를 얻었다. 이날 오전 8시9분 티오프가 예정된 인도의 아제테시 산두가 1, 2라운드의 출발 시간을 거꾸로 알고 호텔방에서 자다가 실격 당하자 대기 선수이던 토모하루가 출전권을 획득한 것이다.

골프룰에 따르면 출발 예정인 선수는 티오프 홀 티잉 구역에 제 시간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 만약 급한 화장실 용무 등으로 늦는다면 티오프 시작후 5분까지는 2벌타를 받고 출발할 수 있지만 그보다 늦는다면 실격 처리된다. 상금액이 높은 대회에서의 활약을 꿈꾼 산두는 한국에서 연습 라운드만 마치고 티샷도 못한 채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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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PGA챔피언십에서 존 댈리는 9번째 대기선수로 출전해 우승했다.


아시안투어 대기 11번째의 횡재
선수가 출전하지 못하면 해당 투어의 대기 순번을 받은 선수부터 출전하게 된다. 하지만 각국을 돌아다니는 아시안투어에서 타국의 선수가 대기선수로 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출전권을 얻은 선수라면 출전 의사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대회에 임박해 기권하더라도 항공편을 갑자기 끊고 올 수 있는 선수는 없다. 따라서 대기선수가 필요하면 개최국 투어 소속 대기 선수들이 순번에 따라 출전한다. 지난주 한국오픈 최종 예선전에서 19위로 마친 김의인이 출전 기회를 얻을 상황이었다.

놀랍게도 대회장에서 대기하던 아시안투어의 토모하루가 혜택을 받았다. 아시안투어의 출전 16번 항목에 따르면 올해 아시안투어 퀄리파잉 35위 이내, 혹은 지난해 아시안2부투어(ADT) 2~7위까지 후순위로 자격이 주어지는데 토모하루는 지난해 ADT 7위로 11번째 순위였다.

김동욱 아시안투어 매니저는 “2004년 아시안투어가 창설된 지 15년만에 다른 나라까지 가서 대기하던 선수가 출전한 건 처음으로 안다”이라면서 “16번 출전 항목에서 랭킹 11위인 토모하루보다 랭킹이 높은 10번까지는 출전이 불가능에 가까워 안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는 대기 선수가 출전하는 일이 종종 있다. 장타자 존 댈리(미국)는 지난 1991년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대기 순번 9번 자격으로 연습라운드 없이 출전해서 우승까지 했다. 양용은(46)은 지난 2009년 1월 하와이에서 열린 소니오픈에 대기 선수로 갔다가 헛걸음을 하고 돌아온 뒤 3월의 혼다클래식에서는 대기 선수로 다시 출전 기회를 얻어 우승의 영광을 일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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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모하루는 지난주 KEB하나은행 대회에도 초청 선수로 와서 50위로 마쳤다. [사진=KPGA]


JGTO투어 2주 휴식기로 한국행
토모하루는 지난주 KEB하나은행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해 50위로 마쳤다. 지난주부터 2주간 일본 일본프로골프(JGTO)투어 시합이 없었기에 지난주 한국 투어의 초청에 응했고, 대회를 마치고도 일말의 대기 선수 가능성이 있어 우정힐스에 왔다가 출전 기회를 얻은 것이다.

부랴부랴 출전하게 된 토모하루는 처음에는 기세를 올렸다. 2번 홀 버디에 이어 6번 홀에서도 한 타를 줄이면서 행운으로 얻은 라운드를 전개했다. 하지만 경험없는 코스에서의 라운드여서 인지 그 이후 보기 5개를 적어내 공동 81위(3오버파 74타)로 첫날을 마쳤다. 둘째날은 2오버파 73타를 적어내 한 타차로 컷을 통과하지 못하고 대회를 마무리했다.

세계 골프랭킹 278위의 토모하루는 올 시즌 아시안투어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309.5야드를 치는 장타자로 평균 타수 71.43타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아시안투어 퀄리파잉에서 6위로 올라 왔고 지난 4개의 대회에 출전해 3개 대회에서 상금을 받았다. 반면 일본투어에서는 올 시즌 상금 11위로 준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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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우는 2017년 대기선수로 기다리다가 초라시아의 실격으로 출전한 바 있다.


갤러리 하던 김찬우 엉겹결에 출전
아시안투어 선수가 국내 대회에서 출전을 못한 불운한 에피소드는 2년 전인 2017년 신한동해오픈에서도 있었다. S.S.P초라시아(인도)는 아시안투어와 한국남자프로골프(KPGA)투어의 공동 주최인 신한동해오픈 첫날 11시50분 티오프 예정이었으나, 전날에 늦게 호텔에 도착해 늦잠을 자는 바람에 실격됐다.

초라시아가 나타나지 않아 당시 아시안투어의 대기 선수 1번 김찬우가 17분 뒤에 출발했다. 당시 김찬우는 배상문의 경기를 보면서 갤러리를 하고 있다가 갑자기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시합에 출전했다. 당시 김찬우의 캐디는 캐디조끼(빕)도 입지 못한 채 출발했고 3번 홀에 이르러서야 캐디가 여분의 빕을 구해 입을 수 있었다. 마지막날 공동 선두까지 올랐던 김찬우는 결국 23위로 대회를 마쳤다.

당시 대회는 그밖에 대기 선수가 출전하기도 했다. 아준 아트왈(인도)이 비행 시간이 부족해 하루 전에 기권하고 홍순상이 대회 직전에 부상으로 기권하자 투어 사무국은 코리안투어 선수들로 응급 대체했다. 하지만 대기 선수로 출전한 이들은 권명호(34) 등 코리안투어 선수였을 뿐 아시안투어 소속의 외국 선수가 대기하지는 않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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