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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SGTF 박기범 프로 “건강을 잃으니 골프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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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프로가 자신의 골프아카데미에서 포즈를 취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충남 천안의 10타석을 갖춘 피케이비(PKB)스포츠를 운영하는 박기범(43) 미국골프지도자연맹(USGTF)코리아 소속 프로는 재생불량성 빈혈을 앓고 있다. 골프 라운드를 나가면 걸어서 18홀을 걷기에 힘이 부치고 종종 투석 치료를 해야 한다. 병마를 견디는 과정에서 깨우침이 있었다고 한다. 이전에 잘 느끼지 못했던, 골프를 보고 가르치는 눈이 트였다는 것이다.

중2학년 때 골프를 처음 접한 박 프로에게 골프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안양 신성고를 졸업하고, 호서대학교에 골프전공이 처음 만들어질 때 사회체육학과에 들어갔다. 대학을 다니면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투어 선수까지 꿈꿨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집안 형편이 급작스럽게 기울면서 투어 프로는 포기해야 했다. 진주에 있는 공군 교육사에서 골프병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로는 바로 골프 티칭을 시작했다.

2002년 겨울 전지훈련을 간 태국의 리버콰이 골프장에서 7언더 65타를 친 게 가장 좋은 스코어다. 한창 때는 드라이버 롱게임이 괜찮았고, 퍼트 실력도 나쁘지 않았다. 2003년에는 USGTF-KOREA 테스트를 거쳐 정회원이 됐다. 당시 골프 레슨을 하려면 남들이 인정할 만한 자격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KPGA는 아니어도 미국과 한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프로 자격증이 바로 USGTF였다. 그리고 그의 성실함과 공들인 레슨은 경력이 쌓이면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2006년 서른살에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선수에 대한 미련은 완전히 포기하고 교습가로만 살기로 마음먹은 뒤로는 어떻게 하면 골프를 잘 가르칠까를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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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프로는 지난해 12월에 2018년 USGTF 10대 골프지도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갑자기 닥친 병마로 위기에 빠지다
천안의 인도어 연습장인 신방골프아카데미에서 교습을 시작한 박 프로는 이후 우리골프아카데미로 이전했다. 인도어에서 시작해 7년여 만인 2010년에는 드디어 자신의 이름 약자를 딴 PKB골프아카데미를 열었다. 햇수로 따지면 천안에서만 골프 교습으로 13년의 경력을 쌓은 셈이다.

아카데미는 꾸준히 성장했으나 난데없이 찾아온 병마가 그를 덮쳤다. 재생불량성 빈혈은 산재 특례에도 해당되는 희귀병이다. 골수를 기증받아야 하는데 가족이나 친지 중에 맞는 이가 없었다. 급기야 3년 전 부터는 수혈로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병원을 오가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아카데미 관리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박 프로는 올해부터 교습 전반을 관장하면서 아카데미의 분위기를 쇄신하기로 했다. 그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했다. 10개의 타석마다 뒤에는 골프 샷을 측정하는 샷 측정 론치모니터나 시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오로지 레슨에만 진력했다.

“저희 아카데미에 초보자는 별로 없습니다. 다른 데서 골프를 하시다가 실패하거나 절박한 마음에 찾아오시는 분이 많죠. 일반적으로 상, 중, 하로 골프 교습이 이뤄지지만 저희 아카데미에는 구력은 오래지만 상-중, 중-하 사이에 걸쳐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타 시설보다 교습에 최적화되어 있지요. 전 타석에 스윙분석기를 넣었고, 스크린 분석실이 있습니다. 거기서 스윙 원리에 바탕한 교습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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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프로는 스윙 궤도를 강조하는 D플레인 스윙의 전도사로 불린다.


현재를 인지하고 목표를 공유한다
그의 말처럼 일반적인 실내 골프 연습장은 3대7의 비율로 교습을 받는 사람보다 자율 연습을 하는 비율이 높다. 하지만 박 프로는 80%가 교습을 받는 골퍼라고 설명한다. “저희는 처음부터 골퍼의 현재 시점을 인지시킵니다. 그리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분석하고 목표를 공유하죠. 회원들이 개선 방향을 인지하도록 합니다. 그렇게 장단기 목표를 나누면 오히려 동기 부여가 되어 출석률이 좋습니다.”

아카데미를 재건하는 외에도 그는 USGTF코리아의 중부권 선발전이 열리면 경기위원장 격인 경기팀장으로 활동한다. 백제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선발전에 나가 경기 관리를 3년째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아카데미 회원 중에 USGTF 라이센스에 도전하는 사람도 생겼다. 천안시 중앙소방학교 후보생에 골프 강의를 하는 등 지역사회 활동에도 열심이다.

월, 목요일에는 필드 레슨도 빠지지 않는다. “필드에 나가도 저는 치지 않습니다. 제가 건강을 잃으니까 골프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더군요. 아마추어 골퍼들이 조금 더 쉽게 골프 실력에 도달하고 골프라는 게임을 즐기는 법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가 보이는 겁니다. 그걸 골퍼들이 알아주시는 거죠.”

박 프로는 건강은 잃었으나 골프 교습의 눈을 틔웠다는 데 의미를 부여한다. “저희 아카데미는 천안에서는 골프를 하는 마지막 창구라고 불립니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안 되고 마지막으로 거기 가도 안 되면 진짜 포기해야 한다는 곳이죠. 하지만 저는 그런 분들과 함께 같은 마음으로 출발합니다. 골프를 잘 치고 싶지만 몸이 잘 안 따라주는 그들의 마음을 이젠 충분히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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