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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LB] 류현진, ‘투수의 기본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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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com은 현재 양대 리그의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류현진과 저스틴 벌랜더를 꼽고 있다. [사진=MLB]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전택수 기자] 골프에서 300야드가 넘는 장타나, 홀에 불과 몇 cm가 모자라서 툭 치게 되는 짧은 퍼트도 같은 1타다. 골프에서 호쾌한 장타자들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높듯 야구에서도 불 같은 강속구로 탈삼진을 잡아내는 파이어볼러들이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골프의 타수처럼, 야구의 탈삼진도, 내야땅볼이나 담장 근처에서 호수비로 잡히는 아웃과 결과는 같다. 오히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병살타로 이어지는 내야땅볼은 삼진보다 결과가 더 좋다.

메이저리그에서 역대급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는 류현진(LA다저스)은 전형적인 ‘맞춰잡는’ 투수다. 올 시즌 12승 2패에 평균자책점(ERA) 1.45. 142.2이닝을 소화하며 탈삼진 121개, 볼넷은 단 17개만을 내줬다. ERA 1.45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수치로, 류현진과 리그 전체 2위인 마이크 소로카(ERA 2.32)와의 격차가 0.87에 달한다. 미국 언론이 ‘만화 같은 수치’라고 말할 정도다.

투수는 점수를 내주지 않은 것이 본연의 일이다. 당연히 평균자책점이 중요하다.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조정 평균자책점(ERA+)에서도 류현진은 빼어나다. ERA+는 기존의 평균자책점 기록을 해당 시즌 리그의 성향, 구장 요소 등을 고려하여 조정한 수치다. 미국의 야구 통계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의한 류현진의 ERA+는 285로 메이저리그의 전설들을 능가한다. 다저스의 전설들인 샌디 쿠팩스(1966년 190)와 클레이튼 커쇼(2016년 237)는 물론, 그렉 매덕스의 위대했던 1994년(271)까지 뛰어넘는다. 라이브볼 시대에서 류현진보다 위에 있는 투수는 페드로 마르티네스(2000년 291)뿐이다.

시즌 중반까지 만해도(물론 아직도 그런 경향이 남아 있다) 류현진의 호투에 미국 언론은 인색한 반응을 보였다. 탈삼진이 적다는 것이다. 사이영상 레이스에서도 이를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 받는다. 실제로 사이영상 투표는 전통적으로 탈삼진이 많은 투수들에게 유리한 경향을 띄었다. 객관적 지표에서 맥스 슈어저와 제이콥 디그롬이 류현진에 확연히 뒤처짐에도 여전히 미국 언론에서 두 선수를 류현진의 사이영상 라이벌로 꼽고 있다.

하지만 사이영상 지표에 가장 중요한 것은 평균자책점이다. 지난해 제이콥 디그롬이 적은 승수에도 불구하고 사이영상을 받은 것은 결정적으로 평균자책점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호투가 계속되면서 LA지역 언론을 중심으로 ‘류현진식 호투’를 높이 평가하는 이른바 ‘류뽕’ 기사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이영상과 MVP의 동시수상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류현진의 삼진 능력도 뛰어나다는 것. 류현진을 잘 아는 한 국내야구인은 “류현진은 영리하다. 구속을 끌어올리거나 삼진을 잡으려고 마음을 먹으면 그런 피칭을 할 수 있다. 단지, 더 효과적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데 무리하게 던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LA다저스의 로버츠 감독도 “그는 공만 있다면 어디서든 살아남을 수 있다. 그는 야구를 지휘할 수 있다. 모든 구종 제구가 가능하다. 그는 삼진과 땅볼을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쯤이면 류현진의 올시즌 호투는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 다소 철학적인 논쟁까지 야기한다고 할 수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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