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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육혁신운동의 대부’ 강신욱 교수 “문제는 기구가 아니라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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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국제스포츠학부의 강신욱 교수. [이하 사진은 단국대 제공]


강신욱 교수(65 단국대 국제스포츠학부)는 국내 체육학계에서는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학생시절 하키 선수로 전국체전에 출전했고, 교사시절에는 하키 지도자로 활동했다. 이후 스포츠사회학을 전공하면서 ‘학교운동부 정상화’와 ‘운동중독’을 자신의 학문적 테마로 삼아 사회적 파장이 큰 연구를 계속해왔다. 쉽게 말해 체육계 (성)폭력 근절과 공부하는 학생선수, 그리고 체육행정 등에서 손에 꼽히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학자로 시민운동가로 왕성한 활동을 해온 강 교수는 내년 2월이면 정년을 맞는다. 또 유력한 대한체육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고 최숙현 선수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기획기사를 내보낸 <헤럴드경제>가 강 교수와의 집중인터뷰를 통해 온갖 대책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한국체육의 고질적인 문제를 짚어봤다. 그는 이번 사건을 인재(人災)로 규정하며 “체육계 폭력근절도, 대한체육회 혁신도 문제는 기구가 아닌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 체육계에서는 이름이 많이 알려졌지만 일반인들은 모를 수도 있다.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 오는 2학기가 끝나면 퇴직하는, 나이든 대학교수다. 예전 아마추어는 다들 공부하면서 운동했는데, 나도 하키를 선수와 지도자로 경험했고, 중?고교에서 교편을 잡은 후 1989년부터 단국대 교수를 맡고 있다. 학문적 관심사는 크게 2가지로, 학교운동부 정상화와 생활체육에서의 운동중독 문제다. 후자는 국내에서 학문적으로 처음으로 이슈화했다. 한국체육학회장,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 대학스포츠협의회 집행위원장 등을 거치며 나름 체육발전을 위해 애써왔다.

- 체육계 (성)폭력 문제에 대해 바른 소리를 많이 하고, 왕성한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안다. 어떤 계기로 시작했고, 어떤 일을 해왔나?
▶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당시 중학교 2학년 학생이었던 수영국가대표 장희진 선수가 공부를 위해 태릉선수촌을 나갔다가 무단이탈이라며 징계를 받는, 지금 보면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때 나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일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다행히 장희진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했고, 최근 보도를 보니 미국에서 변호사가 돼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교수와 체육 지도자 등이 주축이 돼 ‘체육시민연대’라는 한국의 첫 체육시민단체를 만들었다. 2005년부터 8년간 체육시민연대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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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욱은 교수는 2006년 코메디언 김형곤 씨의 사망에 큰 충격을 받고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생활체육의 '운동중독' 문제를 이슈화하기도 했다.


- 체육계 (성)폭력 문제를 사회문제로 이끌어낸 학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에 취임한 후 사회적으로 인권이 강조됐다. 당연히 스포츠인권도 새롭게 조명을 받았다. 이후 학자로는 이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했고, 각종 위원회와 조사단의 일원으로 체육계 폭력문제를 깊숙이 다뤄왔다. 성격이 강한 탓에 앞장서서 열심히 했을 뿐인데 주변에서 이 분야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해주는 것 같다.

- 지난해 조재범 성폭력 사건이 있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스포츠혁신위원회를 만드는 등 전방위적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그런데 이번에 또 최숙현 선수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터졌다.
▶ 스포츠혁신위 권고안에 대해 가장 먼저 지지선언을 했다가 체육계에서 욕 많이 먹었다. 원래 혁신위에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내 강한 이미지가 혹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판단해 고사했다. 디테일에서 현장목소리를 충분히 수용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기본적으로 혁신위 권고안에 찬성한다. 혁신위은 집행기구도 의사결정기구도 아니다. 말 그대로 권고한 것이다. 문제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다. 지금처럼 입 다물고 있지 말고, 현장목소리를 반영하는 등 보완할 것은 보완하면서 혁신위의 권고안을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 지금 고 최숙현 선수 사건도 비슷한 양상으로 흐른다. 스포츠인권센터를 서둘러 설치했고, 각종 대책이 강구되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 개인적으로 최숙현 선수 사건은 정말 분개할 수밖에 없다. 사건 발생도 그렇고, 대책도 그렇다. 무슨 일이 터지면. 보여주기식으로 무슨 위원회, 센터 설립을 반복한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하지 못한다. 이건 시스템(기구)의 문제가 아니다. 명백히 인재(人災)다. 최 선수는 6군데에 전화를 했지만 결정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다. 체육계에서 이런 기구들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지는지를 여실히 밝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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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욱 교수는 최근 대한체육회장 출마설이 확산되면서 국내 체육계에서 핫인물로 떠올랐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상시모니터링시스템’이 중요하다. 이게 작동되어야 비슷한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다. 1년에 2회, 주체는 선수가 돼서 간략한 형태로 폭력노출도를 체크를 한다. 당연히 익명성은 보장되고, 오프라인은 소모적이니 앱 등을 이용해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프로 선수까지 한국에 약 12만 명의 선수가 있는데 모두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해당 기관장(교장 단체장 단장)에게 보고된다. 이걸 시행하면 ‘누군가는 보고 있다’는 문화가 자리잡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체육계 폭력은 근절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 이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오셨는데, 상시모니터링시스템과 같은 제안을 이미 하지 않았는가?
▶ 수도 없이 했다. 중요한 것은 좋다고 하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스템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시스템을 운운한다.

- 이와 관련해 대한체육회에 대한 비판도 많다.
▶ 대한체육회는 준정부기관으로 실질적으로 한국 체육계를 이끈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 동안 전혀 변화가 없다.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체육회도 시스템이 문제가 아니다. 휴먼웨어가 중요하다. 제대로 판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제도보다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 그래서 직접 대한체육회장에 출마하려고 하는 것인가? 체육계에 소문이 무성하다.
▶ 먼저 대한체육회장 선거와 관련된 규정상 지금 시점에서 출마의지를 밝히는 것은 금지돼 있다. 단, 한 가지는 바로잡고 싶다. 체육교수 출신으로 5선에 성공한 안민석 국회의원과는 잘 아는 사이이고, 그의 지지를 바탕으로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도전한다는 얘기인데 사실무근이다. 안민석 의원의 안티세력을 자극해 나를 견제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흠집내기다. 안민석 의원은 대학후배로 내가 조교를 할 때 학생이었다. 잘 아는 사이이고, 한때 함께 활동했지만 지금은 소원하다.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와 관련해 그와 상의한 적은 없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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