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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 골프칼럼] (35)독일에는 프로골프대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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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는 약 800개의 골프장이 있다. 사진은 독일다운 풍경의 골프코스 구트 두네버그.


우리나라는 독일과 깊은 인연이 있고 독일에 대해서 꽤나 유식하며 친밀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독일 사람들은 골프를 어떻게 배우고 즐기는지, 또 어떻게 성공적인 프로선수가 육성되는지 살펴 보는 것도 흥미롭다. 필자는 독일에서 25년 동안 골프를 쳤고 독일 골프리그인 분데스리가 1부 팀 선수였던 아들의 캐디를 했으므로 우리나라와는 너무나 다른 독일의 골프를 비교하여 설명할 수 있다.

골프 분데스리가

독일의 ‘분데스리가’라는 단어는 우리나라 스포츠 팬들에게 꽤 익숙한 용어이다. ‘분데스리가’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단 축구를 떠올리지만, 사실 스포츠의 대부분 종목이 분데스리가를 개최하고 있으며 골프에도 분데스리가가 있다. 축구 분데스리가는 프로 스포츠이지만 골프 분데스리가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대회라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사회체육과 생활체육 분야의 최고 선진국인 독일에서는 생활체육으로서의 골프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유럽에서 골프장의 숫자나 골프 인구를 보면 독일은 영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골프장의 숫자는 800개 정도이고 각 골프장에 회원으로 등록된 골퍼의 숫자는 65만 명으로 추산한다. 우리나라는 골프장 500여개에 골프인구 400만명이니까 골프장이 훨씬 더 붐비고 골프를 플레이하는 방식에도 큰 차이가 있다. 쉽게 말해서 독일의 골프인구는 거의 모두가 룰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치는 스포츠 골프이고 우리나라의 골프는 룰을 지킬 수 없는 명랑 골프이다.

골프 사관학교

독일에서는 부모 중 한 사람이 어느 골프클럽의 회원이면 자녀들은 18세까지 무료 라운드가 무제한 허용된다. 골프클럽의 회원이 되려면 골프장에 따라 다르지만 약 1,000만원 정도의 입회비와 년간 200만원 정도의 연회비를 내야 하는데 그린피는 언제나 무료로 라운드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자녀에게 골프를 가르치는 비용은 초기에 장비를 사는 비용과 초기에 레인지에서 프로의 스윙 레슨을 받는 비용 이외에는 거의 돈이 들지 않는다.

골프에 처음 입문한 성인 골퍼와 성인을 동반하지 않은 어린이가 코스에 들어가서 플레이하려면 반드시 소속 프로가 룰과 에티켓의 지식을 테스트하여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골프클럽은 매월 회원 간의 월례대회를 개최하는데 그 대회는 일반 프로대회나 다름없이 철저하게 골프 룰을 지켜서 쳐야 한다. 준법정신이 투철한 독일인들이므로 룰을 공부하여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평범한 골퍼들의 룰 지식은 우리나라 선수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발전한다. 그들은 골프사관학교에서 훈련 받은 골퍼들처럼 움직인다.

평범한 골퍼가 누리는 균등한 기회

골프선수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나 동네의 골프팀을 찾아가서 자기의 골프 실력을 증명하면 된다. 보통은 팀을 운영하는 골프장 소속 회원들 중에서 선수를 선발하는데 출중한 골프실력을 갖춘 사람은 회원이 아니더라도 명예회원으로 초대받아서 팀에 합류할 수도 있다. 말이 선수이지 가장 전력이 약한 5부 리가의 팀에서 활약하려면 핸디캡 10 정도면 충분하니까 그 동네 주민들을 대표하는 아마추어 골퍼라고 보면 된다. 다만 1부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려면 핸디캡 0 보다 더 잘 쳐야 하는 아마추어 골프의 엘리트 수준이어야 한다.

독일골프협회에 등록된 아마추어 골프팀은 남자 310개 여자 110개 인데 각 팀에 10명 정도의 선수들이 소속되어 있으므로 4,200명 정도의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이 선수로 뛰고 있다. 골프팀들은 기량에 따라서 5부 란데스리가 160팀, 4부 오버리가 120팀, 3부 레기오날리가 80팀, 2부 분데스리가 40팀, 1부 분데스리가 20팀 (남녀 각 10팀씩)으로 나뉘는데, 팀을 지역별로 5개씩 묶어서 그룹으로 분리한 후 소속 골프장을 돌며 시합을 하고 매년 그룹의 최고 성적은 상위 리가로 올라가고 최하위 성적은 하위 리가로 떨어지는 방식이다. 부러운 사실은 선수들이 시합하러 다니면서 시합 당일은 물론이고 연습라운드까지도 무료로 라운드를 한다는 것이다.

프로골프의 선진국, 아마추어골프의 후진국 대한민국

독일의 골프단체가 큰 상금을 걸고 주관하는 프로대회는 하나도 없으니까 프로 골프에 관한 한 우리나라에 비해서 후진국이다. 그러나 아마추어 골퍼의 기준으로 보면 독일은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다. 독일 아마추어 골퍼의 기량이 최고라는 의미가 아니고 모든 아마추어 골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식 대회들이 일년 내내 열리고 있다는 의미에서 최고 선진국이다. 프로대회가 없어도 베른하드 랑거나 마틴 카이머와 같은 대 선수들이 나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골프 선진국이지만 프로골프로의 쏠림 현상이 너무 심하다. 일반 골퍼들이 룰을 지키며 칠 수 있는 공식대회들이 생겨야 프로와 아마추어의 균형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골프산업의 튼튼한 기초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제공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와 대한골프협회는 생활체육으로서의 아마추어 골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장기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골프 대디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거쳐 골프 역사가, 대한골프협회의 국제심판, 선수 후원자, 대학 교수 등을 경험했다. 골프 역사서를 2권 저술했고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는 칼럼을 73회 동안 인기리에 연재 한 바 있으며 현재 시즌2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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