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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 골프칼럼] (39) 아이를 골프선수로 키우고 싶은 부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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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칼럼에서 골프선수의 부모들에게 조급해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번 칼럼에는 골프선수의 꿈을 가진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 것이 좋은지 방향을 제시해 본다.

1. 다른 스포츠를 함께 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너무 어린 나이에 골프에 올인 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야구, 축구, 농구 등 팀 스포츠 종목이든 태권도, 테니스, 체조, 육상 등 개인 종목이든 뭐든지 아이가 하고 싶은 스포츠를 함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바란다. 여러 가지의 스포츠를 시키면서 아이의 운동신경을 확인할 수 있으며, 다른 스포츠로부터 배워야 하는 골프에 필요한 감각과 근육들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다.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때 프로골퍼의 길을 선택하여 골프훈련에 전념하더라도 늦지 않다.

2. 학교에 꼭 다녀야 한다.
학교 공부를 포기하고 골프연습 만 한다면 당연히 학교에 다니면서 선수생활을 하는 경쟁자들 보다 더 잘 치게 된다. 그러나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지식과 친구 관계 등을 포기하는 대가로 얻은 우승은 길게 보면 별 가치가 없다. 골프는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경쟁하는 스포츠이므로 선수의 머리 속은 바둑선수처럼 빠르게 회전해야 한다. 학교에 안 다닌 아이가 두뇌싸움에서 정상적인 학교공부를 따라간 아이를 이길 가능성은 별로 없다. 큰 선수가 될 것에 대비해서 영어를 가르치고 한 달에 한 권의 책이라도 읽게 해야 한다.

골프기술은 나이가 먹으면서 언제든 배울 수 있지만 학교생활의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역사적으로 학교를 포기하고 대 선수가 된 후 학교에 다니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는 선수가 많았다.

3. 일단 장타자가 되도록 훈련해야 한다.
어린 선수에게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요구하면 OB 안내고 안전하게 치는 수비형의 스타일을 택하게 된다. 이런 선수들은 어린 시절에는 유망주로 인정받지만 결국은 스피드와 파워를 기르면서 천천히 성장하는 선수에게 밀려나게 된다. 어린 선수에게는 시합에 나가서 공격적으로 플레이 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바비 존스의 선생이 스윙을 가르치지 않고 무조건 강하게 멀리 치라는 말을 반복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이다. OB가 두세 번 나서 점수가 나쁜 장타자 아이의 부모는 우승보다 더 값진 큰 가능성을 가진 것이므로 희망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4. 교과서적인 스윙이 언제나 최고는 아니다.
천천히 성장하는 목표를 세운 선수라면 자기의 스윙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기 마련이다. 기술적인 요소들에 집중하지 말고 너의 방식대로 스윙 해도 좋다는 여유를 주고 기다려야 한다. 아름다워 보이는 스윙을 배우도록 강요하는 것은 평범한 선수가 되기를 주문하는 것과 다름 없다. 유명한 선생들을 바꿔가면서 스윙동작을 가르치는 것은 돈도 잃고 시간도 잃어 버리는 지름길이다.

5. 샷 동작의 모양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풀스윙, 쇼트게임, 퍼팅까지 좋아 보이는 모습들이 있다. 그러나 어떻게 보이느냐 보다는 어떤 결과를 보여주느냐가 더 중요하다. 골프의 샷에 좋은 폼이라는 것은 없다. 결과가 좋으면 그 폼이 좋은 것이다. 부모 마음에 안 드는 모습을 비판하는 대신에 좋은 결과를 칭찬하라.

6. 연습보다 플레이 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준다.
골프는 연습의 게임이 아니고 플레이의 게임이다. 정규코스에서 플레이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면 파3 코스라도 플레이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어야 스스로 깨우치며 발전한다. 아이들끼리 플레이 하면서 장난도 하고 어려운 샷을 누가 더 잘 치는지 경쟁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7. 골프를 재미있어 하지 않으면 중단을 고려한다.
골프가 재미있어서 더 많이 치고 싶은 욕심이 있는 아이라야 성공적인 선수가 된다. 만일 아이가 골프에 흥미를 잃어서 연습장에 나가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열린 대화를 통하여 이유를 확인하고 진로를 수정하는 것이 옳다. 이런 아이를 연습장에 데려가서 하루 종일 아이의 뒤를 지키고 있는 부모가 되지 말아야 한다.

8. 시기에 맞는 투자 금액을 결정한다.
아이를 가르치는 투자비용을 현명하게 배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1년에 1억원이나 되는 비용이 투자되었다는 부모도 만나 봤지만 그것은 효율적인 배분이 아니다. 1년에 20개 가까운 대회에 참가하는 어린 선수들도 보았는데 매 대회마다 그렇게 큰 비용을 내면서 많은 대회를 참가할 필요는 없다. 대회 참가횟수가 기량 향상에 큰 도움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선수에게 재정적 지원이 가장 절실한 시기는 프로가 된 직 후다. 가지고 있는 자금을 어릴 때 다 써 버리고 막상 프로가 되었을 때에는 레슨으로 벌면서 선수생활을 해야 한다면 투자가 잘못된 증거이다. 프로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프로가 된 후 좋은 성적이 필요한데 레슨으로 시간을 빼앗긴다면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골프를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투자할 수 있는 총 예산을 정하고 그 중에서 절반은 프로 이후의 지원비용으로 남기기를 권한다.
이번 칼럼이 많은 골프맘, 골프대디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란다.

*골프 대디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거쳐 골프 역사가, 대한골프협회의 국제심판, 선수 후원자, 대학 교수 등을 경험했다. 골프 역사서를 2권 저술했고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는 칼럼을 73회 동안 인기리에 연재 한 바 있으며 현재 시즌2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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