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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자녀 내 성(姓)으로 당당하게 키울 거에요."

  • 기사입력 2010-04-0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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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3일, 대부분의 학교가 개학을 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의 마음이야 누구나 그러할 것인데. 그러나 A(40·여) 씨의 가슴은 누구보다, 그리고 어느 해보다 더 뜨거웠다. 그녀는 첫 아이를 낳은 뒤 전 남편과 이혼하고 재혼했다. 첫째 아이의 성(姓)은 재혼한 남편, 그리고 둘째 아이와 달랐다. 마음고생, 말로 다 못한다. 둘째 아이와 같은 학교를 다녔던 첫째 아이 때문에 그녀는 해마다 신학기가 되면 담임교사를 찾아가 “아이를 김아무개로 불러달라” 통사정을 하곤 했다. 주민등록상의 이름은 ‘박아무개’지만 집에서는 재혼한 남편의 성을 따라 ‘김아무개’로 불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의 이중 생활을 위해서 학교의 상장도, 임명장도 모두 바꿔 받았다. ‘아이가 중학교에 가면 어쩌나….’ 가슴이 먹먹했다. 재혼한게 아이에게 몹쓸 짓은 한 것은 아닌지, 눈물을 흘리며 후회도 해봤다. 다행히도 올해부터 자녀 성 변경이 가능해짐에 따라 그녀는 마침내 아이의 성을 바꿔줄 수 있게 됐다.

▶“내 말이 거짓말이면 내 성을 간다?”

‘성을 간다’라는 말 속엔 성의 불변성이 내포돼있다. 과거 가족법 체계에서는 부성주의 및 성 불변의 원칙으로 성을 변경하는 것이 원천 봉쇄돼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이 말의 의미도 변화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성을 바꾸려는 사람이, 성을 바꾼 사람이 늘고 있다.

지난달 말 톱스타 최진실이 두 자녀의 이름을 최씨로 변경하기 위해 법원에 변경심판을 청구했다. 최씨의 측근은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1월 말 가정법원에 성과 본의 변경심판을 청구했다”고 전했다. 최씨의 이 같은 결정이 알려지자 용기있는 선택이라는 지지와 근본을 뒤흔드는 잘못이라는 비난이 분분했다. “아빠 없이도 아이들을 당당하게 잘 키울 수 있다는 믿음에 따른 것”이라는 그녀의 결정은 왜 비난을 받아야하는 것일까.

1997년 헌법재판소에서 결국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은 ‘동성동본 간 금혼 조항’도 우생학적 근거에 따라 근친 간 결혼을 막기 위해 존속돼왔지만 어머니쪽의 성은 고려되지도 않았다. 어머니의 성을 쓰면 “뿌리가 없어진다”는 전 근대적인 사고방식 또한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가부장적 굴레 안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법체계가 부성주의 및 성 불변 원칙을 버렸음에도 우리네 인식 속에는 여전히 잔영이 남아있다.

장필화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1994년 여성차별철폐협약에 가입하면서 가족의 성을 협의해서 정할 수 있고, 자녀에게 엄마의 성을 줄 수 있다고 협약 조인을 했지만 그 당시에는 이것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버지 성을 따라야한다는 전통사상 때문에 저항이 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이 변화하고 있음을 법이 받아들인 것이고 이에 따라 합법성의 기준이 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밀 듯 쏟아져 나온 세월의 고통들

변호사 사무소에 중학생이 성 변경을 위해 직접 찾아왔다. 그의 부모는 이혼을 하지도 않았다. 겉으로는 일상적인 가족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폭력, 학대를 더 이상 이기지 못한 아이가 “아버지 성을 따르지 않고 어머니의 성을 따르겠다”고 직접 찾아온 것이었다.

지난 1월 개정민법이 “자(子)의 복리를 위하여 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부모 또는 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의 허가를 이를 변경할 수 있다. 다만 자가 미성년자이고 법정대리인이 청구할 수 없을 경우에는 제 777조의 규정에 따른 친족 또는 검사가 청구할 수 있다”고 규명하면서 자녀의 성과 본 변경이 가능해졌다. 그러자 지금까지의 눌려있던 고통이 분수처럼 쏟아져나왔다.

지난달 25일 현재 대법원의 ‘자녀 성본 변경 허가 청구 처리 현황’을 살펴보면 성본변경은 8169건, 친양자 입양은 1007건이 접수됐다. 성본변경은 이중 1600여 건이 인용되고, 35건이 기각됐다. 인용률은 89.7%다. 친양자 입양도 241건의 처리안 중에 185건이 인용됐다. 기각은 15건에 불과하다. 서울가정법원은 가족관계등록제 시행으로 성본 변경이 쇄도하자 비송단독 재판부 1개와 가사단독 재판부 3개를 증설했다.

법률사무소나 변호사사무소 등에도 성 변경 문의 및 신청자가 줄을 잇는다. 개명 관련 법률 사무소 등이 2008년을 전후로 성본 전문 사무실로 업종 자체를 변경한 사례도 많다. 인터넷 검색창에 자녀 성 변경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수십 개의 사이트가 나온다. 성본 변경은 지금 법률 시장의 블루오션이다. 한 법률사무소 관계자는 “아이들 신학기 전에 빨리 변경하려는 분들 때문에 1월에는 하루에 100건 이상의 문의가 왔다. 지금도 하루에 10건씩은 문의가 온다”고 설명했다.

▶“고통을 전문적으로 기술하라”

성 변경의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 성본 변경과 친양자 입양이다. 성본 변경은 아버지쪽의 친족관계 변동 없이 성과 본만 변경하는 것. 친양자 입양은 친부의 면접교섭권이 박탈되고 친부와 완전히 남남이 되는 경우다. 친부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전문가들은 성본 변경 역시 신청 자체는 동의 없이 가능하지만 가정소송법 자체에 친권에 대해서 물을 때에는 의견을 양쪽 모두에게 구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실제 변경 과정에서 동의를 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의 성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성’ 탓에 고통 받았음을 입증해야한다. 아이의 복리를 위해서임을 증명해야 하는 것. 개인이 직접 법원에 가서 신청을 하려고 하면 이 고통의 정도가 심리적, 정서적 상태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자녀의 성 변경을 위한 전문적인 브로커나 법률사무소가 급증하는 것도 고통 증명이 어렵기 때문이다.

재혼한 새 아버지의 성으로 바꾸려면 ▷새 아버지가 낸 아이의 병원비, 학원비 납부액 등 지출 현황 ▷새 아버지의 양육 기간 ▷친 아버지의 양육 기간 ▷친 아버지의 면접 교섭권 ▷재혼까지 그리고 재혼 이후의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해야한다.

한 법률사무소의 상담사는 “실제적으로 친권을 누가 맡아왔는지를 증명해야한다. 이 때의 친권은 권리가 아닌 의무의 관점이다. 법적으로도 친권은 의무의 개념이다. 그 의무를 다해야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자녀의 나이가 들수록 성 변경 또한 어렵다. 대구가정법원에서도 지난 1월 B씨가 이혼 후 10여 년 간 혼자 키워온 19살 아들의 성을 바꿔달라고 신청하자 “자녀의 나이가 많고 성을 바꿔 초래될 불편 등이 더 많다”는 설명을 듣고 소를 취하했다. 고현종 변호사는 “15세 이상이면 성변경이 힘들다”면서 “성 변경 제도의 기본 취지를 감안해 15세 이상도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법률 보완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성 바꿔줄 테니 얼마 줄래?”

아이들의 ‘복리’를 위해 시행된 제도지만 이 때문에 고통이 가중되는 경우도 많다. 가장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우는 친아버지가 성본 변경을 한몫 잡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례. 성변경 사무소 관계자들은 10명 중 2명은 돈을 요구한다고 입을 모았다.

친양자 입양을 통해 미혼모가 신분 세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친양자 입양증명서가 있긴 하지만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확인할 수 없고 성년 이후에도 본인만 확인가능하기 때문에 신분세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이혼 후 전 남편과의 사이가 나빠서 남편과의 관계 단절의 수단으로 성본 변경을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아이가 아직 1,2살인데도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무리하게 성 변경을 진행하기도 한다.

고 변호사는 “재혼할 때마다 아이의 성을 바꿀려고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면서 “그러나 자녀의 복리를 위해서 성과 본을 바꾼다는 기본 원칙을 지킨다면 문제점은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세영·김선희 기자(sunn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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