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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과 대화 물꼬, 비정치인이 낫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4일 공개서한을 통해 북측에 방북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을 요청했다. 정 최고위원은 “북측에서 긍정적 의사를 밝혀온다면 정부 당국과 협의해 지체 없이 방북 일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쟁 반대와 평화를 원하는 한국 국민의 뜻을 전하고 남북 간의 신뢰를 복원, 대화의 자리를 놓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남북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핵과 군사적 모험주의 포기, 평화의 진정성을 요구한 지 하루 만에 나온 제1 야당의 반응인 셈이다.

끊어진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튼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남북이 마주앉아 흉금을 터놓고 우리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냈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난 경험이 있는 정 최고위원이 적격인물일 수 있다. 하지만 결론을 말해 아직은 때가 아니다. 46명의 꽃다운 우리 군인을 수장시킨 천안함 폭침과 민간인까지 살상한 연평도 폭격에 대해 북한은 여전히 냉랭하다. 

우라늄 농축시설 확장, 핵 위협도 갈수록 태산이다. 이를 제쳐둔 채 야당 대표가 만나 봤자 남남 갈등으로 국론분열만 확대시킬 게 뻔하다. 더구나 북한은 신년사설에서 뜬금없이 대결상태 해소와 관계개선 의지를 들고 나왔다. 한 손에 핵, 한 손에 미소라는 북측의 유화전술에 또 이용당하기 쉽다. 보즈워스 대표의 6자회담 의견조율과 미ㆍ중 정상회담을 앞둔 기싸움이 한창인 지금 정부보다 야당이 앞서 나간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 역시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대화는 원치 않으며 한반도 긴장 완화 등 북한의 구체적 조치들을 압박하는 처지다.

북한은 한반도 전쟁위험 중지와 평화 수호를 외치는 한편 끊임없이 위협적 도발을 일삼아왔다. 지난 1953년 휴전협정 이후 지난해까지 57년간 크고 작은 도발 사례가 모두 200여건을 넘을 정도다. 더욱이 올해 북한 신년사설 논조는 개혁개방 경제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유화 제스처는 국제적 고립 국면으로부터 벗어나 제재 감소 및 경제적 지원을 더 얻으려는 위장 평화공세일 뿐이다. 진정성과 신뢰 있는 행동을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보문제에 관한 한 당리당략을 떠나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야당 최고위원의 돌출행동이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될지 숙고하기 바란다. 차라리 대화의 물꼬가 필요하다면 비정치인이 나서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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