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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택적 전세난’, 정부 전세대책 약발 없다?
연일 계속되는 매서운 한파도 후끈 달아오른 전세시장을 식히지 못하고 있다. 새해 첫 주 수도권 전세시장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며 올해도 전세난이 가중될 것임을 예고했다.

특히 송파구 전셋값은 한주새 0.55% 폭등하며 전셋값 상승을 주도했다. 공급 부족으로 향후 전셋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여 내놓은 매물이 전세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13일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민간공급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1.13 전세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최근 전세난이 ‘자발적ㆍ선택적 전세’에 따른 것이어서 실효를 거둘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1억~2억 오른 값에도 재계약 ‘봇물’=7일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새해 첫주 서울 전셋값은 전주대비 0.12% 올랐다. 서울 25개 자치구중 새해 첫주 전셋값이 떨어진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지역별로는 송파구(0.55%), 강남구(0.25%), 관악구(0.17%), 마포구(0.16%), 강동구(0.15%), 노원구(0.14%), 중구(0.10%), 영등포구(0.09%), 광진구(0.08%)가 올랐고 중랑구, 종로구, 은평구, 동대문구 등이 보합을 기록했다.

학군 수요가 마무리 된 뒤 계약이 줄어들었지만, 향후 전셋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가격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리센츠 119㎡A가 1500만원 오른 4억5000만~5억원, 가락동 프라자 102㎡가 1000만원 오른 2억2000만~2억5000만원선.

강남구 전셋값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만성적인 전세 물건 부족으로 1억~2억원 오른 가격에도 재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학군이 좋은 압구정동, 개포동, 역삼동 일대 단지들이 전세금 오름세를 주도하고 있다. 압구정동 구현대5차 115㎡가 한주새3000만원 오른 3억6000만~4억원, 개포동 주공고층5단지 112㎡가 1500만원 오른 3억3000만~3억8000만원.

관악구는 직장인, 교직원, 학생 수요가 몰리면서 지하철 이용이 편리한 봉천동, 신림동 일대 전세금이 올랐다. 봉천동 동아 85㎡가 500만원 상승한 1억7000만~1억8000만원, 신림동 관악산휴먼시아 79㎡가 500만원 상승한 1억7000만~1억8000만원.

서울 강남발 전세시장 불안은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새해 첫주 용인 전셋값이 0.39% 상승한 것을 비롯, 평촌신도시(0.23%), 의왕시(0.23%), 파주시(0.22%), 남양주시(0.22%), 안양시(0.17%), 안산시(0.16%) 등의 전셋값이 일제히 올랐다.

특히 용인지역의 경우 작년 하반기부터 지속된 전세난으로 집주인이 부르는 값이 시세가 될 정도다. 분당에 비해 전세금이 저렴해 인근지역 수요가 가세한 것도 전세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신봉동 동일하이빌(3블록) 161㎡가 2500만원 오른 1억9500만~2억1000만원, 풍덕천동 풍덕천동보3차 178㎡가 2500만원 오른 1억8000만~2억원선.

▶‘자발적 전세’, 백약이 무효=전세시장 불안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정부는 오는 13일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전세대책을 발표키로 했다. ‘1.13 전세대책’에는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확대와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시기 조율, 전세자금 지원, 민간부문 공급 확대 등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우선 작년 1만5000가구에 그쳤던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을 올해 4만 가구(사업승인 기준)로 늘리는 등 1~2인주택 공급을 확대키로 했다. 그러나 사업승인후 실제 공급까지 통상 2~3년이 소요돼, 당장 뛰는 전셋값을 진정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시기 조정과 민간 공급 확대 등도 심리적 안정 이외의 효과는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최근 전세난이 ‘선택적 전세’에 따른 것이란 점도 정부의 정책 대응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향후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으로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있는 대기 매수자들이 계속해서 전세 수요자로 남으면서 전세난을 가중시키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도권에만 3만가구의 미분양 주택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학군이 좋고 생활편의 시설이 완비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반포퍼스티지 112㎡의 전셋값은 8억원대까지 치솟는 것이 현실”이라며 “2년전 일시적 공급 과잉이 발생했던 잠실의 경우 전셋값을 1억~2억씩 올라도 재계약이 이뤄지는 등 최근 전세대란은 지역적이고, 선택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부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정책도 이같은 선택적 전세난을 가중시키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오는 2012년까지 수도권에서 보금자리주택 60만가구가 쏟아져 나올 것이란 기대감으로 무주택자들이 ‘로또 대박’을 꿈꾸며 주택매수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권출범후 3년동안 강남권에 이른바, ‘반값 아파트’가 공급된 것은 서초ㆍ우면지구 1994가구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오는 2012년말에야 입주가 이뤄지기 때문에 수도권 무주택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전면 재 점검해 분양은 민간에 맡기고, 공공은 임대주택 공급에 주력해야 한다”며 “당장 전세난 해소를 위해서는 DTI 규제 폐지 등 거래 활성화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강주남 기자 @nk3507> nam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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