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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숨막히는 것은 사람 … 구제역의 다크 경제학
당장에 땅속에 묻히는 것은 돼지와 소지만, 숨이 막히는 것은 사람이고 휘청거리는 건 한국경제다.

발생 한 달 반만에 전국을 초토화 시킨 구제역으로 경제적 피해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다. 축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지역 경제가 마비되었다. 물가도 불안하다. 구제역이 만들어내는 ‘다크 경제학’이다.

14일까지 전국적으로 150만 마리가 넘는 소와 돼지가 파묻혔다. 전체 축우의 13% 가량이 이미 사라졌다. 살처분을 위해 정부가 들인 국비만 1조5000원이다. 여기에 피해농가 위한 각종 후속지원성 자금이 더해지면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소요액만 2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뒤늦게 전국의 모든 축우에 백신을 접종키로 했지만, 백신을 전량 수입해야하는 대한민국에선 이역시 큰 비용이다. 1500억원 이상은 소요된다.

올해 농식품부의 연간 예산이 14조8000억 여원. 예산의 7분의 1 가량을 이미 구제역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구제역이 만들어내는 다크 서클은 이보다 훨씬 크다. 축산업 붕괴와 지역경제 위축, 물가상승으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 등 연쇄적인 음의 경제효과를 감안하면 정확한 피해조차 산정하기 힘들 정도다.

가깝게는 대만에서 ‘최악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국토의 3분의 1인 대만은 1997년 돼지 390만마리를 파묻고, 축산 기반이 붕괴됐다.

농가들이 파산하고, 축산 관련 기업들이 연쇄도산하면서 실업자가 크게 늘었다. 축산물 수출이 중단되는 대신 외국산 육류수입이 크게 증가했고, 공급차질이 벌어진 우유와 식재료를 중심으로 물가가 크게 치솟았다. 관광객이 줄고 레저산업이 축소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당시 대만이 입은 직간접적인 경제적 피해는 무려 40조원으로 추산된다.

안타깝게도 비슷한 그늘이 한반도를 덮어간다.

일부 지역에선 축산업의 와해 조짐이 나타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두 번의 구제역으로 소와 돼지의 60%가 살처분된 경기 북부 지역은 사실상 축산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횡성한우, 대관령 한우, 안동한우 등 대한민국 고급육 브랜드들도 이번 사태로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한우의 경우 송아지를 들여와 수매할 수 있을 정도로 키우려면 2~3년은 걸린다. 암소는 4~5년은 키워야 제값을 한다. 도축장과 가축 거래시장은 여전히 닫혀 있다. 많은 축산농가들과 관련 기업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저앉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반면 쇠고기와 돼지고기 수입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구제역 이후 지난 12월 한달간 쇠고기 수입은 전월에 10% 가까이 늘었다. 돼지는 16.2% 증가했다. 수입단가는 전년에 대비해 무려 50% 가까이 높아졌다.

젖소농가들이 문을 닫으면서 원유 공급량이 줄어든 유제품 업체도 비상이다. 주요 우유업체들의 생산량은 이미 20%가까이 줄어들었다.

구제역으로 인한 지역 경제의 활력 감소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각종 지역 축제의 95% 가량이 모두 취소되고, 통행제한으로 사람들의 이동이 사라지면서 농번기의 향토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스키와 겨울 관광객들로 붐벼야 할 강원도 횡성등의 주요 도시에는 방문객 부족으로 아예 문을 닫아 버린 식당이나 숙박업소가 즐비하다.

농가들은 새해 영농계획도 짜지 못한 상황이고, 전남해남에서는 농협조합장 선거까지 연기되는 등 읍면 단위의 농업활동도 모두 스톱된 상황이다.

<홍승완 기자 @Redswanny>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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