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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체성 고민' 열일곱살 소년과 그 여동생

잘생긴 얼굴과 뛰어난 학업성적 그리고 뭇 여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는 오빠가 있다면? 아마 여기저기 오빠에 대해서 자랑하고 다니고 싶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 오빠가 쇼핑을 좋아하고 화장도 좋아하며 심지어는 여자옷을 입는 것을 좋아한다면?


열여섯 살 고등학생 레이건은 자신의 오빠 리엄이 스스로를 '남자의 몸을 가지고 태어난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레이건은 남들이 이런 오빠를 알아보게 될까봐 항상 노심초사한다. 리엄은 자신이 갖고 있는 여자로서의 정체성에 '루나'라는 이름을 붙이고 낮에는 리엄, 밤에는 루나라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레이건은 이런 오빠를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지만, 사실 레이건도 신경 쓸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자신이 남몰래 좋아하고 있는 크리스와는 제대로 되는 일이 없어서 항상 마음을 졸이고, 공부를 잘하는 오빠를 가진 덕에 어려운 과제와 시험등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브루작 선생님때문에 낙제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거기다가 혹시나 부모님의 오빠가 이런 모습을 알게 된다면? 레이건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리엄, 아니 루나는 자신의 정체성을 여동생 레이건이 이해해주길 바란다. 레이건은 이런 오빠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보려고 노력하지만 온전히 감싸기에는 아직 부담스럽기만 하다. 루나는 여성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함을 알고 있다. 설령 그것이 가족간의 유대감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아빠, 전 성전환자예요(285쪽)."


"이름을 루나로 바꾸고 싶어요. 찬성해주시면 좋겠어요. 엄마도요(286쪽)."


"전 여자여야 했고, 여자이지만 몸을 잘못 타고났어요(287쪽)."


그렇게 가족들 앞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선언한 루나는 여성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나고자 한다. 옮긴이의 말처럼, '이 책은 희망적으로 끝났을지언정 해피엔딩은 아니다(325쪽).' 왜냐하면 루나와 레이건 그리고 그 가족은 앞으로 더 많은 역경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루나>(2010. 궁리)는 단순히 자신의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한 소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냉혹한 세상의 시선을 견뎌내야 하는 소년이 속해있는 한 가족의 성장기이다.


이 책의 저자인 줄리 앤 피터스Julie Anne Peters 는 그 자신이 레즈비언이다. 그는 자신과 같이 성정체성으로 고민하고 있을 청소년들을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루나> 또한 성장하면서 고통을 겪고 있을 청소년들에게 혹은 이런 청소년들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쓰여진 소설이다. 이를 통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음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우리 사회는 성정체성이라는 금기시되는 이슈에 대해서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할 것이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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