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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제역이 한우 인기판도 바꿨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시내 한 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 한우 선물세트 코너에서 이리저리 살펴보던 고객이 판매사원을 향해 “구제역 발생지역 아니죠?”라며 대뜸 질문을 던졌다.

한우 판매사원은 이 같은 질문이 처음이 아닌 듯 “이번 설에는 선물 구입 전 구제역 발생지역 여부를 묻는 고객이 많다”면서 “설령 구제역이 걸린 소라도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는 걸 알지만, 명절 선물이기 때문에 발생 여부에 예민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전국이 구제역 영향권에 들어간 가운데 설 명절을 앞두고 한우 선물세트의 선택 기준이 바뀌고 있다. 전통적으로 인기를 모았던 한우 산지보다 울릉도나 제주도 등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구제역 청정지역산 한우 선물세트가 주목받고 있다. 유명 백화점들도 고객들이 즐겨 찾는 ‘청정표’ 한우세트를 매장 전면에 집중 배치하는 등 전략을 긴급 수정하고 나섰다. 사실상 구제역 파동이 한우의 인기지도를 바꿔놓은 셈이다.

실제 롯데백화점의 울릉 칡소 500세트가 최고 61만원에 달하는 고가임에도 지난 26일 품절됐다. 롯데백화점 측은 “지난해 추석에 이어 두 번째로 기획한 울릉 칡소 세트 중 61만원짜리 명품세트(4.2㎏)를 비롯해 1호(39만원), 2호(31만원), 3호(22만5000원) 등 4종 모두 일반 한우세트보다 비싸다”면서 “고가에도 불구하고 울릉도가 구제역 영향이 없는 청정지역으로 부각되면서 울릉도산 칡소 선물세트가 모두 완판됐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제주 흑한우 세트’도 구제역 반사효과를 톡톡히 맛봤다. 이 선물세트는 52만원 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구제역 무풍지대’인 제주산 한우라는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지난 13일 예약판매 물량 50세트가 순식간에 동났다.


섬 지역 외에 지리산 등 구제역 발생지역과 무관한 청정지역 내 프리미엄 한우 정육세트도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리산 산청 유기농 한우’는 60만원에 달하는 가격에도 준비한 100세트가 시판 1주일 만에 준비물량이 바닥을 드러냈다. 지리산 청정목장에서 방목해 키운 데다, 지리산 지역이 최근 둘레길을 폐쇄할 정도로 아직 구제역 여파가 미치지 않은 곳이라는 점이 고객에게 어필했다는 게 신세계 측 분석이다.

롯데백화점의 청정지역 브랜드육인 전북 김제의 ‘총체보리 한우’ 세트도 이번 설 대목 동안 인기몰이를 계속하고 있다. 선물세트 수요가 몰리는 17~26일 일반 한우세트 판매량이 전년대비 34% 증가한 데 비해 총체보리 한우는 57%로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사실상 총체보리 한우가 육류 선물세트 매출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고대상 롯데백화점 축산CMD(선임상품기획자) 과장은 “총체보리 한우는 자연순환형 농법의 총체보리와 생볏짚, 보릿겨, 쌀겨 등 국내산 원료를 발효시킨 섬유질 배합사료를 먹고 자란 신토불이 한우인 데다 사육장소가 구제역과는 거리가 먼 청정지역이라서 인기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제역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는 많이 없어졌지만, 한우세트 대부분이 선물용으로 소비되기 때문에 청정지역이나 프리미엄 한우 수요가 몰리는 경향”이라면서 “앞으로도 청정표 한우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청정지역 중심의 한우 선물세트 발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연진 기자@lovecomesin>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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