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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에 음악을 더하니…금난새 “I did it from nothing”

  • 기사입력 2011-02-10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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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스프링 페스티벌이나 대관령음악축제도 마찬가지에요. 예산이 두둑하게 지원되는데 못 할 것이 뭐 있겠습니까. 사람도 그래요. 물려받은 재산으로는 얼마든지 잘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산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할까요. 아이 디드 잇 프롬 낫싱(I did it from nothing)”

8일 오후 서초동에 위치한 지휘자 금난새 예술감독의 사무실을 찾았다. 연간 140회가 넘나드는 연주회를 소화하는 그는 여전히 바빴다. 유라시안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자 상임지휘자인 그는 지난해 인천시립예술단 예술감독으로도 취임했다. 얘기 중 울려대는 전화에 “인터뷰 때문에 조금 늦으니 일단 각자 연습하라”고 지시한다. 깔끔하게 빗어넘긴 머리카락만큼 그의 말투는 단호하고 자신감에 넘쳤다.

2011년 시작부터 이어진 신년 음악회에 이어 금난새 예술감독은 오는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막을 올리는 제주도 뮤직 아일 페스티벌도 준비하고 있다. 2005년 1회부터 페스티벌을 이끌어온 그는 “뮤직 아일 페스티벌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닌 제주가 문화 상품이 된 것”이라며 “충분히 숙성된 와인의 향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텔 복도에서의 연주가 페스티벌의 출발
=제주도 뮤직 아일 페스티벌의 시작은 7년 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음악회 때문에 제주도에 머물 때였습니다. 연주 없이 하루 쉬는 날 오전 11시에 단원들과 연습을 했어요. 장소는 신라호텔 복도였죠. 신라호텔은 로비도 좋지만 복도가 아름답거든요.” 복도 양쪽에 의자를 마주보고 앉은 연주자들. 거기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선율. 그것은 신선한 파격이고 충격이었다.

호텔 총지배인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금난새 예술감독에게 자문을 구했다. 호텔에서 할 수 있는 음악적인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을까. 여름엔 북적대지만 겨울엔 한적하다는 것이었다. 그에 금난새 예술감독이 제안한 것이 실내악 축제다.

“원래 클래식 음악은 실내악에서 시작해 점점 규모를 키웠죠. 그런데 한국은 처음부터 2000석, 3000석이 넘는 공연장이 시작이었어요. 한국에서 챔버 뮤직을 들을 기회는 적죠. 실내악 축제는 제주가 제격이에요. 아름다운 곳이잖아요.” 음악계에 갈 방향을 제시하는 페스티벌이 나라의 수도인 서울이 아니라 제주라는 섬에서 시작한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아이디어 제안 후 그는 바로 해외 아티스트들 섭외에 들어갔다. 세계적인 연주자들을 초청하면서도 그는 먼저 ‘돈벌이’하러 올 생각은 말라고 선부터 그었다. “실내악이라는 문화를 한국에 심는데 일조할 생각으로 오라고 했어요. 대신 맛있는 음식과 좋은 공기를 선물하겠고. 훌륭한 청중은 물론이고요.”

거기서 그의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방을 제공하는 제주 신라호텔 외에 그가 직접 나서서 기업들을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이건, 풍산, 삼양 등은 1회부터 후원사로 참여했고 몇년 전부터 삼성전자, 포스코, 홈플러스, 폭스바겐도 함께 하고 있다.

‘제주도 뮤직 아일 페스티벌’의 관객 규모는 크지 않다. 축제 기간 중 매일 저녁 6시와 9시 두번 연주회가 열린다. 6시엔 기업 초대 40여 명의 관객, 9시엔 120여 명의 관객이 홀에서 음악을 즐긴다. 지난 6년 간 매년 겨울 제주에서 피워온 음악의 꽃은 갈수록 짙은 향을 널리 피워올리고 있다. 4년 째 페스티벌을 찾는 일본 은행가가 있고 올해는 일본의 독일 대사 부부도 제주를 찾을 예정이다.

“제주도 사람만이 제주를 사랑하면 안 되요. 자연의 아름다움에 맛있는 먹을 거리, 여기에 새로운 소프트웨어 프로젝트가 곁들여져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갈수록 높아지는 음악적인 수준과 페스티벌에 참여한 기업들이 보람을 느끼는지, 그리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행복했지 여부겠죠.”


▶예술, 지원이 아닌 투자를 원한다
=“지난해 우연한 기회에 서귀포시 시장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죠. 뮤직 아일 페스티벌에 대해 얘기 하니, ‘그런 좋은 행사를 왜 더 빨리 시에 얘기하지 않았냐’고 놀라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5년 전 시작할 때 말했으면 시에서 바로 지원했을까요.” 올해는 서귀포시도 페스티벌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음악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문화와 품격은 돈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하지만 청중은 안다. 그들이 조용하면서 강한 금난새 예술감독의 행보에 힘을 싣는다.
“한국엔 음악을 편식하는 경향이 있어요. 아이들도 개인 공부를 하니 독주자 위주죠. 수만명 중에 독주자는 한 명만 있으면 되요. 시장에서는 A가 필요한데 교육은 B를 가르치고 있는 거죠. 이런 모습은 개인의 손실이 아니라 국가적인 손해에요. 제가 오케스트라를 끌어가면서도 청중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해온 이유죠.”

그래서 그는 자신에게 붙는 다양한 수식어들 중에서도 ‘창의’와 ‘도전’이란 단어를 가장 선호한다. 그가 걸어온 길 자체가 그 단어들로 다져졌다. 그는 베를린에서 공부하고 카라얀 지휘 콩쿠르 3위에 입상했지만 국내로 돌아와 ‘해설이 있는 음악회’ 돌풍을 일으켰다. KBS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라는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수원시향을 택했다. 그 다음엔 순수 민간오케스트라인 유라시안 필하모닉을 꾸려 지휘와 오케스트라 경영을 함께 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대학생연합오케스트라 ‘KUCO(Korea United College Orchestra)’를 이끌고 예술의전당 무대에 서기도 했다. KUCO는 25개 대학의 학생들이 모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연합체다.
“그들이 나를 찾아왔을 때 기특했어요. 연습이 끝나고도 두 시간씩 더 연습하는 모습은 감동이었습니다. 예술을 통해 새로운 소통의 장을 열고 싶어 제 모든 인맥을 동원해 지원했죠. 일회성이 아니라 이들과 함께 매년 연주회도 할 계획이에요.”

그가 기업에 원하는 것은 지원이 아니라 투자다. 그 동안 스포츠에 투자해왔던 기업들이 이제는 예술에 눈을 뜰 시점이라는 것이다. 기업에 구걸하는 것이 아닌 만큼 서로에게 보람이 없다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금난새 예술감독은 마지막 질문을 질문으로 답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연간 160억원을 지원받습니다. KBS교향악단이 지원받는 규모는 100억원이죠. 제가 이끄는 유라시안필하모닉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1원도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1월에 가진 음악회 모두 매진이었습니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어떤 오케스트라인가요.”

윤정현 기자/hit@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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