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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제1부 땅 구하기-(39) ‘○○영농조합’은 유사 기획부동산?

지금은 뜸해졌지만 신문에 ○○산림영농조합,  ○○영농조합 명의의 토지 분양 광고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들 분양 땅은 가격이 매우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일부는 광고에 필지 가분할도까지 올려놓고 ‘개별 소유권 이전’이라고 명시한다. 물론 책임 법무사도 있다. 그러나 이런 가분할도는 전원주택단지 개발 분할도가 아니다. 그냥 토지 분할을 위한 가분할도 일 뿐이다. 따라서 이들 영농조합이 분양하는 토지는 개별 전원주택지로 개발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분양하는 땅이 임야이고 토지이용계획확인원상 농림지역이기 때문이다.

○○영농조합은 전원주택지를 개발해 분양하는 회사가 아니다. 광고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전원주택지라는 문구는 없다. 이들은 투자자에게 필지를 분할해 소유권을 이전해주는 것은 맞지만, 주 업무는 투자자 자금을 유치해 분양한 임야에 조경수, 과실수, 더덕 등을 심어 수입이 발생하면 투자자에게 배분한다. 사실 신문 광고에는 이런 내용이 다 나와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무척 싼 가격과 필지 분할 및 개별 소유권 이전 문구에만 눈이 쏠리게 된다. 사실 광고도 그렇게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투자자가 오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영업을 하는 것이 문제다. 투자자들은 전원주택지로 생각하고 매입했는데, 알고 보니 산림개발 투자라면 황당할 수밖에 없다. 영농조합이란 땅 매매 회사들의 원조(?)는 아산현대영농조합이다. 이 회사가 대박을 터뜨린 이후 아류 회사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어쨌든 소비자들은 결코 전원주택지 개발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도 이들에게 당할 뻔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08년 초 전원주택 부지를 물색하던 도중 한 신문광고에서 ‘너무나 싼’ 땅을 발견하곤 희망에 부풀었다. 광고 내용을 요약하면 ‘M영농조합법인 보유의 강원도 국도변 토지 10여 필지(1필지 3300㎡ 안팎)를 주변 시세 보다 훨씬 저렴한 3.3㎡(1평) 당 9900원에 선착순 매각하며, 단독 개별등기도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당시 강원도 홍천·인제 일대 땅이라도 전용이 가능한 밭과 논의 경우 3.3㎡(1평)당 10만 원 이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영농조합의 물건은 마치 전원주택을 짓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인 것처럼 묘사한 광고와는 달리 임야, 그것도 조림사업용으로만 사용가능한 생산 임야였다. 주변 시세(3.3㎡당 1만4000원)보다 크게 저렴하고 개별 등기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지만 생산임야는 환금성이 없다.

이처럼 파격적인 싼 가격을 내세운 영농조합의 땅은 ‘함정(?)’이 많다. 가장 큰 단점은 환금성이 없다는 것. 상당수는 한 필지에 여러 명의 지분으로 등기하는 경우가 많아 팔 때 제약이 따른다. 또한 개별 등기가 가능하다고 해도 특정 용도의 땅이라 수요층이 극히 제한돼 처분하기가 여의치 않다. 심한 경우 매물을 처분한 뒤 아예 잠적해버리는 유령 조합도 있다. 지난 2006년 ‘개발 등기를 해주고, 개별 경작을 하지 않으면 위탁영농 방식으로 장뇌삼과 더덕에 쌀까지 준다’고 해 철원의 영농조합 땅을 산 B씨는 이후 영농조합측이 사무소를 철거하고 연락을 끊어 지금까지 수확물 인도는커녕 개별등기도 받지 못한 상태다. 토지 전문가들은 “영농조합 땅의 경우 기획부동산이 조합으로 위장한 경우도 있고, 토지거래허가에서 제외된 홍천, 평창 등 강원도 땅이 많으며 개별 등기가 되더라도 환금성이나 사용용도에 큰 제약이 따르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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