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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통사 ‘살맛’ vs 정육점 ‘죽을맛’
고공행진하는 삼겹살값 때문에…
직거래·직소싱으로 마진 줄여

대형마트 잇단 할인 행사

동네 정육점 단골도 떨어져


17일 오후 4시 서울 영등포구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정육점. 저녁 찬을 준비하는 주부들이 북적이는 시간임에도 손님이 없었다. 진열상품도 빈 곳이 보였다.

정육점 주인 김 모(45)씨는 “구제역 때문에 돼지고기가 한 근에 만원이 넘다보니 손님이 크게 줄었다”면서 “도매가격도 올라 우리같이 동네 장사하는 곳은 물건 많이 가져다놓기도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돼지고기값이 크게 오르면서 동네정육점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대형유통업체가 이벤트성 돼지고기 할인 행사와 해외 직소싱을 통한 수입 삼겹살을 저렴히 판매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김 씨는 “대형마트야 안파는 게 없어 고기 마진을 줄일 수 있겠지만, 우리야 고기만 파는 곳이니 장사가 안된다고 할인행사 하기가 힘들다”면서 “잊지 않고 찾는 단골한테 500원 빼주는게 전부”라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대형유통업체들은 직거래와 직소싱을 통해 마진을 대폭 줄여 반값 돼지고기 할인행사를 잇따라 열고 있다. GS슈퍼마켓은 18일부터 20일까지 한우 등심과 돼지고기 삼겹살을 50% 할인 판매한다.

한달 간 한우 1000마리와 돼지 1만 마리를 확보해 한우 등심은 100g당 7900원에서 3900원으로, 삼겹살은 2800원에서 1440원으로 값을 낮췄다.

한국물가협회가 밝힌 16일 현재 삼겹살 500g소매가 1만 2900원에 비해 GS슈퍼마켓의 삼겹살은 무려 5000원이나 저렴하다.

앞서 롯데백화점도 지난 일주일간 제주산 돼지고기 총 20t을 확보해 삼겹살(100g) 1980원에 판매했다.

고대승 롯데백화점 축산 선임상품기획자는 “돼지고기 가격이 정점을 찍은 지난달 말, 축산 상품기획자들을 전국에 파견해 안전하게 돼지고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지역을 물색했다”며 “제주 농가와 직거래를 통해 유통경로를 최소화하고 마진을 낮췄다”고 말했다.

프랑스나 벨기에, 칠레산 등 수입 삼겹살도 대규모로 거래하다보니 마진을 줄여 100g 당 700~1000원 수준으로 국내산 삼겹살 절반가에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본래 업태 자체가 할인업이기 때문에 우리도 자체 마진을 줄이고 직거래를 하는 등 많은 노력 끝에 고객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연진 기자/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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