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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물전체가 예술품’ 아트클럽1563...英우즈 첫 한국전
지난해 국내외의 참신한 작가의 작업을 소개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에 개관한 비영리 아트센터 ‘아트클럽 1563’은 요즘 온통 ‘꽃무늬 천국’이다. 아트클럽 전체가 현란한 각종 꽃무늬 패턴으로 휩싸여 있어 어지러울 정도다.

매우 낯설지만 신선한 이 공간작업은 영국의 잘 나가는 현대미술가 리차드 우즈(Richard Woods)가 시도한 것이다. 아트클럽 1563의 초대를 받은 우즈는 ‘서울 튜더’(Seoul Tudor)라는 타이틀 아래 서초동 하몬프라자 지하의 아트클럽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공공미술 작품으로 변신시켰다. 그의 한국 작품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즈는 자신이 태어난 영국 북부 체스터(Chester)지방의 15세기 튜더왕조 양식에서 시작돼 19~20세기 영국 서민주택에 즐겨 차용됐던 목 튜더(Mock Tudor) 양식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다. 또 ‘19세기 영국 장식미술의 거장’인 윌리암 모리스(William Morris)의 화려한 패턴의 벽지, 섬유 디자인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도 한다.


‘서울 튜더’라 명명된 우즈의 이번 신작은 1950년대 영국에서 인기가 높았던 오늬 무늬(헤링본)의 목골조 장식패턴을 골간으로 한다. 거대한 첨단 도시에, 영국의 전원풍 작품을 재현함으로써 작품은 색다른 정취를 불러일으킨다. 또 순수미술과 건축, 디자인의 경계를 사뿐히 넘나들면서 ‘실재와 허상’, ‘자연과 도시’, ‘내부와 외부’ 라는 대립적 개념의 아이러니를 되묻고 있다.

작가는 그동안 네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그 때마다 한국의 전통패턴을 찾아 탐구했다. 특히 고궁과 사찰의 단청, 도자기, 자수, 복식에 깃든 전통문양에 매료됐고 이번에 또다른 패턴을 만들게 됐다. 작가는 "얼핏 보면 지극히 영국적인 버드나무 패턴(윌로우)같지만 자세히 보면 느낌이 다를 것이다. 고려 청자 안에 부드럽게 양감된 버드나무 문양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동양 도자기에 새겨졌던 버드나무 문양이 서양 작가에 의해 재해석돼 다시 동양의 공간에 선보여지는 셈이다. 

그의 작업은 하몬프라자 외벽을 감싼 흑백톤의 튜더 스타일과 조화를 이루며 건물안팎을 두루 감싸고 있다. 아울러 한국과 영국, 두 나라의 전통적 장식패턴이 한 작가에 의해 재해석돼 건물 외부와 내부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우즈가 창안한 패턴들은 영국의 전통적인 목판방식으로 스튜디오에서 일일이 손으로 판화 찍듯 만들어진다. 그리고 각 패턴들은 그 이미지가 설치되는 장소와 연계돼 그 장소를 하나의 랜드마크로 ‘로고(LOGO)’화 한다. 즉, 한 장소에 사용된 패턴은 그 장소를 특정화시켜버리는 것.

우즈는 지난 2009년 서울 청담동의 럭셔리 패션브랜드 MCM의 플래그십스토어(대형 단독매장)의 외관을 디자인해 우리와도 친숙하다. 원색을 사용한 MCM 외관작업은 청담동 뉴로데오 거리의 ‘예술적 아이콘’으로 벌써 입소문이 자자하다.


해외 미술계에서도 우즈의 이름은 꽤 널리 알려져 있다. 그동안 50건 이상의 공공미술작업을 진행해왔다. 특히 뉴욕의 주요한 갤러리스트였다가 LACMA 관장으로 임명된 제프리 다이치와 함께 한 ‘Super Tudor’(2002)프로젝트를 비롯해, 영국 로얄아카데미에서 전시한 ‘Two cockatoos’(2002), 제50회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중 헨리무어 재단에서 펼친 전시(2003), 영국 옥스포드대 러스킨스쿨의 ‘New Build(2005) 작업 등이 손꼽힌다. 또 리버풀 비엔날레(2008), 뉴욕 시티홀 외관작업(2009) 등도 시도했다.

또 건축사무소및 패션업체와의 협업도 여러 건 시행했다. 뉴욕의 유명 컬렉터인 아담 린드만의 아트하우스 프로젝트, 영국 건축가 리차드 로저스 저택, 건축사 AHMM및 DRMM 과의 협업 등이 그 예. 최근에는 뉴욕 파크애비뉴의 리버하우스 프로젝트(2009), 벨기에 안트워프시 공공프로젝트 ‘나우바우’(2010)에도 참여했다.

전시를 기획한 이지윤 아트클럽 1563 디렉터는 "아트클럽 1563은 리차드 우즈처럼 국내엔 다소 생소하나 현대 미술영역에서 국제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를 소개하고, 그들의 작품영역이 현대미술 뿐 아니라 다양한 창조산업 영역에서 빛을 발하는 면모를 소개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그같은 맥락에서 리차드 우즈는 이미 국제적인 패션브랜드인 영국의 폴 스미스, 일본의 꼼데가르송, 독일의 MCM과 협업했다”고 평했다. 전시는 4월8일까지. 무료관람(일요일및 삼일절은 휴관). 02)585-5022 . <작품사진 제공=아트클럽1563>

이지윤 대표
▶아트클럽 1563은 어떤 곳?=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하몬프라자 지하에 위치한 비영리 현대미술센터. 연세대 불문과및 골드스미스및 시티대를 거쳐 최근 Courtauld Institute of Art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숨(SUUM) 아카데미& 프로젝트’의 이지윤 대표<사진>가 이끌고 있다. 연간 4회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현대미술가의 작품을 소개하며 신진작가 발굴 및 지원, 큐레이터 양성작업도 펼친다.

아트클럽 1563은 건물 자체도 화제다. 외관작업을 통해 건물전체를 공공미술품으로 탈바꿈한 리차드 우즈의 외관 페인팅 작품과, 옥상정원을 꾸민 프랑스 출신의 가든 디자이너 크리스챤 드뵈누아(Christian Duvernois)의 작품은 서초동의 랜드마크로써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글,사진=이영란 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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