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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조직 뿌리째 바꾼 김중수式 개혁 통할까?
韓銀 13년만에 대규모 개편 단행…자존심 상처 직원 보듬기가 관건
지난 연말 일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국ㆍ실장들에게 새로운 내용이 있는 경우에 한해 새해 업무보고를 하라고 지시했다. 단 조건이 있었다. 각 국ㆍ실이 추진할 업무와 연관된 타 국ㆍ실의 장(長)을 동석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2~4급 직원들을 5개 소속 직군 안에서만 근무토록 한 직군제의 문제점과 한계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이대로는 씨줄 날줄처럼 얽혀 있는 글로벌 경제ㆍ금융환경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게 김 총재의 기본적인 시각이었다.

21일 단행된 조직개편에서 김 총재는 직군제를 폐지했다. 그리고는 국제협력실을 강화하고 수석 이코노미스트제를 도입하는 등 글로벌 역량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외환보유액 3000억달러’ 시대에 맞게 외화자산 운용조직을 통합, ‘외화자산운용원’으로 확대 개편했다. 

동료 다면평가도 실시하고 인센티브 상여금 차등폭도 늘려 조직 운영방식을 뿌리째 변경시켰다.

어떤 식의 변화와 개혁이든 상처입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조직 개편 과정에서 한은 직원들은 대부분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지난해 4월 취임한 김 총재는 그동안 한은 조직을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갈라파고스섬 같다’는 비판은 약과였다. 간부들과 있는 자리에서는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잘해 서울대 나온 걸 우려먹지 마라. 당신들은 경쟁력이 없다’고까지 했다. 한은은 어느 조직보다 서울대 출신이 많은 곳이다.

사실 한은이 외부로부터 가장 많이 지적받는 것 중 하나가 ‘무사안일주의’였다. 일견 수긍은 가지만, 시장으로부터 끊임없이 독립성 의지를 시험받는 조직의 수장으로 와서 그런 말을 하는 데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조직 개편 과정에서 드러난 다소 놀라운 사실은 ‘신의 직장’에 다닌다는 한은 직원들의 조직 만족도가 형편없이 낮다는 것이었다. 조직진단을 진행한 외부 컨설팅 회사도 의아하게 생각했다.

조직에 만족을 못하고, 구겨진 자존심에 고개를 떨군 직원들로는 한은의 개혁과 변화를 이루기 쉽지 않다. 총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한은 직원들 스스로 극복해 나가야 할 문제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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