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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서구 경제모델 베껴야 산다”
中 성장은 개혁개방 산물

인권·자유 없인 발전 한계

작은정부로 방향 수정해야

금융·서비스업 육성 위한

신뢰구축·제도 마련 시급

                       …

中 경제학자의 내부 성찰




최근 중국의 부상에 대한 논의는 극단으로 나뉜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문화ㆍ외교적 역량을 확장하면서 세계 패권을 쥘 것으로 보는 시각과 공산당 일당체제 등 정치경제적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다.

서구식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되 국가가 주도하는 중국식 모델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더 공감대를 얻어가는 추세다. 동아시아나 아프리카, 중동 등 개발도상국들의 롤 모델로 ‘워싱턴 컨센서스’를 대체하는 ‘베이징 컨센서스’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그러나 한 축에는 중국의 성장엔 한계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이제 더이상 동력이 없다는 비판 가운데는 중국 내부의 목소리가 많다. 이는 중국을 과소평가하거나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기보다 ‘중국식 신중함’이라 해야 옳을지도 모른다.

‘월스트리트 와이어’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중국 경제학자’로 꼽히는 미국 예일대 금융경제학 종신교수인 천즈우는 중국식 경제발전 모델은 환상일 뿐이라는 단호한 입장이다. 그는 ‘중국식 모델은 없다’(메디치)를 통해 지금까지의 중국의 변화와 성장은 개혁개방 덕택이라며, 중국도 예외가 아니라고 말한다. 중국적 특수성 덕이 아닌 자유의 확대, 시장의 자율성 등 보편적 가치의 승리란 얘기다. 또 앞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나아가려면 규제가 상존하는 ‘큰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보다는 자유, 인권, 민주가 주도하는 작은 정부로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예 미국의 금융을 바탕으로 한 경제 스타일을 본받으라고까지 한다.

금융학자, 특히 제도경제학자로서 천즈우의 일관된 주장은 제도 자본의 성숙, 금융 규제 철폐다. 즉 시장, 계약, 재산권에 관한 애매하고 가변적인 법령과 법규들이 업계 진입과 민간 창업의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향후 중국 경제발전의 장애물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제도야말로 국가정책 모델을 결정한다며,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벗어나 지속적 성장을 이루려면 서비스산업으로의 전환과 이를 밑받침해줄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는 풍부한 저임금과 노동력이 경제성장 초기에 발생하는 제도자본의 부족을 메울 수 있었지만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필요한 제도가 다르다. 특히 무형제품을 거래하는 3차 산업은 시장정보의 투명성이 좌우하기 때문에 제도 메커니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가령 증권시장을 예로 들면 거래대상은 고작 계약서인 종이일 뿐이다. 투자자들이 의존하는 건 오로지 공정하고 믿을 만한 정보다. 그러나 이는 간단치 않다.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검증하거나 주주이익에 위배되는 내막을 파헤쳐 낼 수 있는 언론의 자유와 정보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재산권보호도 문제다. 천즈우의 우려는 여기에 있다.

천즈우는 제조업 발전의 역설도 놓치지 않는다. 제조업은 제도 메커니즘의 의존정도가 낮다. 가령 자동차시장과 증권시장을 비교하면 자동차시장은 제도 메커니즘에 대한 요구가 적다. 실물시장은 금융시장보다 속이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이것이 중국에서 제조업은 발전할 수 있지만 증권시장은 발전하기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제도자본이 부족한 나라일수록 3차산업과 시장이 정체되거나 파산하기 쉽다는 논리다.

천즈우는 그런 측면에서 “이제는 보다 심화된 자본화만이 내수 확대를 실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창업과 혁신에 필요한 사회자금을 조성할 수 있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더 부유해지고 싶다면 토지와 국유기업을 전부 사유화함으로써 자본화의 발전을 위한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교문화와 고대 왕조의 흥망을 금융학적으로 고찰한 대목은 흥미롭다. 한마디로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근 조명을 받고 있는 중화문명으로 세계를 통합하자는 신유학자들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그가 자유의 관점에서 중국 경제발전을 들여다본 통찰은 빛난다. 과거 30년간 중국은 국민의 자유가 확대될 때마다 경제가 한 걸음씩 성장해왔다는 그의 주장은 후쿠야마 교수의 유명한 주장, 즉 인류사회는 제도와 체제를 기반으로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라는 최종목표를 향해 발전한다는 논리와 큰 흐름에선 같다.

자유, 민주, 자율, 법치 등 서구적 가치에 입각한 천즈우의 중국 성장 부정론의 의미는 좀 더 다른 데 있다. 미국 유학파인 그가 받은 서구식, 미국식 가치의 세례는 많은 유학파 출신 중국 엘리트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측면에서 국가우선주의적인 중국식 가치와 개인 혹은 시민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서구적 가치의 충돌이 어떻게 중국의 경제와 미래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사다.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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