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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 자식을 쏜 원수를 용서할 수 있나요?…국내 초연 연극 ‘아미시 프로젝트’
교내에 울려퍼진 총소리. 평범한 우유배달부인 에디는 어느 날 아미시 학교로 들어간다. 여학생 10명을 감금한 그를 경찰이 포위하자 소녀들을 향해 총을 쏜다. 총을 난사해 5명을 죽인 그는 결국 총구를 자신에게로 돌려 자살한다.

아미시 학교에서의 총기 사건은 충격이었다. 그러나 더 큰 충격은 그 이후에 찾아왔다. 아미시인들은 범인을 용서했다. 희생자들의 가족이 포함된 아미시 공동체는 분노와 응징 대신 용서를 택했다. 살인자를 용서한다고 발표한 그들은 그의 장례식에도 참석한다.

다음달 10일까지 신촌 ‘더 스테이지’에서 공연되는 ‘아미시 프로젝트’는 신촌연극축제를 통해 오는 8월 말까지 올려지는 다섯 개의 작품 중 첫 번째 작품이다. 국내 초연이다.

아미시인은 300년 전 종교의 자유를 찾아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독일과 스위스의 기독교인들이다. 이들은 신도들끼리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문명을 거부하고 농업을 생업으로 평화롭고 금욕적인 삶을 산다. 그런데 18세기의 검은 모자와 양복을 입고 마차를 사용하는 이들 공동체의 고요를 깬 총격 사건이 발생한 것. 연극은 2006년 10월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희생자인 아미시 소녀 안나와 벨다, 살인범의 미망인 캐롤, 비(非)아미시인 주민들의 관점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연극은 총기 사건과 살해범을 용서함으로써 진정한 용서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아미시인들의 이야기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린다.

그러나 사건 자체를 제외하고는 모두 허구다. 원작자이자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에서 7명의 등장인물을 혼자서 소화했던 제시카 디키는 사건과 관련된 인물에 대한 조사나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인물들을 오로지 상상으로 만들어내 사실과 허구를 명확히 구분지었다. 한국 초연은 7인7역으로 재해석해 입체감을 살렸다.

연극 ‘아미시 프로젝트’ 무대는 암전이 없다. 밝은 조명 아래 무대는 비어 있다. 7명의 배우는 온전히 움직임과 연기로 무대를 가득 채운다. 1인극이었던 원작과 다르게 7명의 배우가 오브제를 활용해 극의 내용과 인물을 잇는다. 효과적인 움직임과 오브제의 활용으로 배우들의 움직임은 역동적으로 살아나고 복수와 연극은 이유 없는 분노와 절망의 표출에 대응하는 용서의 본질을 파고든다.

이현정 연출에 배우 전정훈, 지현준, 구시연, 이은주, 이재혜, 이두리, 정지은 등이 출연한다. 신촌연극제는 ‘아미시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디너’(이성열 연출), ‘짬뽕’(윤정환 연출), ‘락희맨쇼’(고선웅 연출), ‘청춘 18대 1’(서재형 연출)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윤정현 기자/h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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