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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라젬과 한배 탄 바이오시스 "치의술에 발자취 남기겠다"
“의료계에서 치과처럼 발전이 더딘 분야가 없습니다. 이노비움이 치과 합금 방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세라젬 바이오시스의 박경준 대표는 치과의사 출신이다. 교수, 의사가 아닌 색다른 길을 걷고 싶어 기업을 설립한 그는 치과 합금 시장에 주목했다. 30여 년 간 제작 방식과 소재에서 발전이 없다는 점에 착안, CADㆍCAM을 활용해 금속 정밀 가공법으로 제작할 수 있는 소재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 성과가 컴퓨터를 이용해 제작하는 치과 합금 ‘이노비움’이다. 온열치료기로 명성을 떨친 헬스케어 전문기업 세라젬과 한배를 타며 전 세계 치과 합금 시장에 도전할 목표까지 세웠다.

이노비움은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티타늄 등 원소이름처럼 변경해 만든 이름이다. 박 대표는 “혁신적인 소재라는 의미를 담고 싶어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현재 치과 합금 시장의 제작방식으로 주조법이 30여 년 간 이어오고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직접 치아 본을 떠 모형을 만들고, 기공소로 넘어가 초, 왁스, 석고 등을 거쳐 금을 녹이고서 제작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박 대표는 “기능공이 하나하나 제작하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필요한 부산물도 많아 기공소가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기도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전했다. 

바이오시스가 개발한 이노비움은 컴퓨터를 활용해 가공할 수 있는 합금 소재다. 사진 촬영을 거쳐 컴퓨터로 3D 디자인을 제작한 뒤 이를 그대로 정밀 가공한다. 기존 방식이 녹여서 만드는 주조법이었다면 이노비움은 깎아서 만드는 정밀 가공법이다. 이를 위해 팔라디움, 은, 금 등 기존 쓰이는 귀금속 합금의 배합비율을 200가지 이상 실험한 끝에 가공에 적합한 합금 소재를 만들어냈다. 그는 “가내수공업 방식에서 하루 15개 내외를 생산했다면, 이노비움은 50개 이상 생산할 수 있다. 협소한 공간에서도 제작 가능하고 부산물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노비움을 만들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치과용 뼈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로 동료를 설득해 2005년 예스바이오를 설립, 치과 합금 시장에 진출했지만 사업은 쉽지 않았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도 판로를 찾기 어려웠고, 치과의사에게 경영은 낯설기만 했다. 박 대표는 “후배들에게 치과대학을 졸업한 뒤 이런 길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시작했지만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해 말 세라젬과 합병한 것도 서로의 이익이 맞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세라젬을 통해 전문인력 지원 등 경영 전문성을 키울 수 있고, 이미 전 세계에 진출한 세라젬의 글로벌 네트워크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세라젬 측 역시 “바이오시스가 유망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가정용 헬스케어를 넘어 바이오ㆍ메디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세라젬의 목표와 부합했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 치과 합금 시장 규모는 5000~6000억원. 미국만 해도 한국 시장의 20배가 넘는 규모를 갖고 있다. 박 대표는 “이노비움으로 국내 시장에 주력한 뒤 향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며 “치아 인공뼈 개발도 이미 시제품을 만들고 있는 단계다. 치과 시장에 새로운 기술을 전파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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