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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은 가고 아찔한 볼륨이 온다
브래지어 모델 변천사
인류의 긴 역사를 통해 캔버스나 조각 안에 감춰져 있던 몸은 매스미디어 시대를 맞아 세상 밖으로 나왔다. 바야흐로 ‘몸의 시대’인 것이다.

여신에 대한 상상은 여배우나 모델의 실제 신체로 대체됐다. 스타에 열광하는 이들은 자신의 별에게 다시 ‘여신(女神)’이라는 속칭을 붙이기 시작했다. 특히 여성 속옷의 대명사인 ‘브라(브래지어) 모델’은 성(聖)과 속(俗)이 혼재하는 여신 팬타지의 동시대적 소환이다.

브라 모델의 변천사는 남녀를 불문하고 그 시대 사람들의 육체에 대한 환상을 보여주는 연대기에 가깝다. ㈜남영비비안의 박종현 홍보실장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개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유명 배우들을 모델로 내세우기 시작했다”며 “소비 중심으로 자리한 신세대, X세대로 대변되는 젊은이들과 미시족은 예전과 다른 것, 닮고 싶은 것을 무척 갈망했다”고 설명한다. 50여년간 국내 최대 란제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해온 비비안의 모델 변천사를 통해 당대의 ‘몸’을 짚어봤다.

▶1995년 김지연…‘속옷은 생필품 아닌 패션=90년대 초반까지 속옷은 생활필수품이라는 개념이 강했다. 무명 모델들이 상품의 질과 디자인을 강조했을 뿐이다. 그러나 서서히 대중을 선도할 이미지가 필요했다. 1995년, 개성있는 신세대를 대변하는 패션모델 김지연이 TV와 잡지 광고를 위해 전격 발탁됐다. ‘속옷도 패션’이라는 개념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가슴은 볼륨 업’이라는 광고 카피도 당시로선 무척 신선했다. 엄청난 반향이 일었다.

▶1998년 황인영…‘했다는 거야, 안 했다는 거야’=1998년에는 배우 황인영이 모델로 기용됐다. 데뷔 초기였지만 날씬한 몸매에 볼륨감이 더해진 그녀의 몸은 ‘한 듯 안 한 듯’을 모토로 내건 당시 제품 ‘노브라(No-Bra)’의 콘셉트에 꼭 들어맞았다. “했다는 거야~ 안 했다는 거야~”라는 도발적인 카피는 개성 강한 신세대 여성들의 호기심을 환기했다.

2001년 박지윤…카리스마로 만든 환상라인=2001년, 가수 박지윤이 캐스팅됐다. 2000년 히트곡 ‘성인식’을 통해 소녀에서 성인으로의 이행을 과감한 퍼포먼스와 가사에 실어나른 그녀였다. 당시 제품은 에어볼륨브라. 브라 안에 에어패드를 장착했다는 특장점을 효과적으로 알려야 했다. 그해 가을에는 ‘바비 인형’ 한채영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173㎝의 키에 ‘35-25-35’의 글래머러스한 몸매. 비비안 측은 역대 가장 볼륨감이 있는 가슴을 가진 모델로 그녀를 지목했다.


▶2002~2003년 김남주·송혜교…도회적 신세대
=2002년에는 당시 인기 드라마 ‘그 여자네 집’으로 정점을 찍은 배우 김남주가 낙점됐다. 당시 김남주는 옷뿐 아니라 헤어스타일과 목걸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유행의 첨병이었다. 신제품인 ‘볼륨 포에버 브라’의 광고에는 그녀의 도시적인 분위기와 가식 없는 당당한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2003년에는 당시 연예계의 샛별로 떠오른 배우 한은정을 전속모델로 선정했다. 탄력있는 몸매와 서구적인 얼굴이 세련된 이미지를 형성하기에 좋았다. 쿵후, 태껸, 볼링, 수영으로 다져진 탄탄한 건강미가 당시 트렌드와 잘 어울렸다.

그해 가을에는 ‘가을동화’ ‘올인’으로 상종가를 친 송혜교가 발탁됐다. 신세대 여성의 이미지와 차분하고 성숙한 모습이 교차되는 그녀의 이미지에 더해, 브라의 주 구매고객이 2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의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으로 더 어려진다는 점도 선정 이유였다.

▶2005년 김태희·정려원…청순미와 지성=2005년, 기존 모델과 차별화된 콘셉트가 필요했다. 청순미와 지적인 이미지가 도드라지는 김태희를 내세웠다. 광고 역시 달라졌다. 당시 제품인 ‘카푸치노브라’ 광고에서는 섹시함과 볼륨감이 아닌, 밝고 이지적인 이미지를 살려 제품의 부드러움을 강조했다.

그해 가을에는 배우 정려원이 대를 이었다. 당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통해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첫사랑의 이미지로 자리매김한 그녀였다. 개성있고 감각적인 패션으로 20대 여성들의 새로운 스타일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2006~2008년 김아중…後보정 필요 없는 장기집권=김아중은 2006년부터 2년6개월간 총 세 차례 재계약을 하며 ‘장기집권’했다. 몸매가 볼륨감 있어 후보정이 따로 필요없는 첫 사례였다는 후문이다. 몸매뿐 아니라 전문직 여성으로서 커리어를 갖춘 섹시하고 당당하면서도 신선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2008년 윤은혜…귀여움 속에 감춰진 여성스러움=김아중의 뒤는 발랄한 이미지의 윤은혜가 이었다. 드라마 ‘궁’ ‘커피프린스 1호점’이 잇따라 히트하며 최고의 주가를 올렸지만 속옷 모델로는 다소 낯설었다. 당시 ‘더 볼륨브라’ 광고에서는 그간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윤은혜의 여성적인 면을 집중적으로 표현해 신선한 효과를 노렸다.


▶2009년 신민아…새로운 트렌드세터의 등장
=신민아는 2009년 광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최고의 모델이었다. 최대 장점은 남녀 모두에게 호감을 주는 캐릭터라는 점. 밝고 신선한 마스크와 육감적이고 탄탄한 몸매의 조화는 쉽게 따라잡기 힘든 것이었다. 잘록한 허리와 볼륨감 있는 몸매 덕에 후보정이 거의 필요 없었다는 후문이다.

▶2010년 신세경…‘청순 글래머’시대의 도래=신세경은 신민아의 양면성이 더욱 극대화된 케이스다. 어려 보이는 얼굴과, 반대되는 볼륨감 있는 몸매는 ‘청순 글래머’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브라의 볼륨을 통해 여인으로 거듭난다는 광고의 콘셉트와, 이제 막 소녀에서 여성으로 변신하는 듯한 신세경의 이미지가 딱 맞아떨어졌다. 톡톡 튀는 감각적인 면모도 브라 모델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 [사진제공=비비안]




패션계 모델은

소셜네트워크 여파

예쁜 얼굴 위주서

당당함·패션센스 중시


패션계는 오늘도 ‘새 얼굴 찾기’에 열중한다. 브랜드 고유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도 대중의 눈을 한 번에 사로잡기 위한 고민은 계속된다.

소셜 네트워크의 확장과 시장의 변화가 패러다임을 바꾼다. 2011년, 가장 뜨거운 얼굴은 누구일까.

모델 선정에 있어 ‘잘 나가는 연예인’의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비싼 개런티만큼 빠르고 큰 매출증대 효과를 보장한다. 그러나 그 기준은 예전과 조금 다르다. 예전엔 얼굴 위주였다면 요즘은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와 자신만의 패션센스가 중요해졌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스타의 일상을 접하게 된 대중들의 눈이 달라졌다. 청바지에 티셔츠만 입어도 맵시 나는 모습이나 독특한 스타일 센스가 모델의 밸류를 흔든다.

일례로 늘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는 ‘이효리’는 작년 게스 모델로 발탁된 이후 캘빈 클라인을 제치고 게스를 데님(여성)계 1위 브랜드로 올려놓는 놀라운 ‘효리 효과’를 보여줬다. 계약이 끝나는 시점인 올해, 그녀를 기다렸던 캘빈클라인에선 이효리를 모델로 일찌감치 점 찍고, 촬영을 곧바로 진행했다. 이효리는 여성복 브랜드 탑걸과도 3년째 계약을 연장하며 여전히 높은 몸값을 과시했다. 타미힐피거 데님이 지난해부터 모델로 잡은 김민희도 ‘종이인형 몸매’로 불리는 깡마른 몸매와 남다른 스타일 감각으로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한 경우다.

아웃도어 시장에서도 ‘개벽’이 진행 중이다. 남성 전문 산악인이나 스포츠 스타의 전유물이었던 아웃도어 브랜드 모델계에 젊은 남녀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코데즈컴바인에서 새로 선보이는 ‘하이커’는 장근석과 김옥빈을 기용했다. 패셔너블한 아웃도어의 이미지를 빠르게 전파하기 위해서다.

모험에 가까운 색다른 시도도 많아졌다. 신원의 지이크는 연예인 모델을 버리고, 클래식 연주가들을 선택했다.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엘리트 연주집단 앙상블 디토를 전면에 내세운 것. 클래식하면서 젠틀한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더 높이려는 시도다.

패션 홍보회사 비주컴의 설수영 실장은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사용자들이 많아지면서 옥외나 지면광고보다 온라인의 비중이 높아졌다”며 “원하면 언제든 궁금한 브랜드 모델을 찾아볼 수 있게 되면서 기존 공식이 마구 깨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영란 기자/ yrlee@heraldcorp.com
그래픽=이은경/ pony71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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