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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10대 리틀맘까지…안방극장 ‘미혼모 쇼크’?
요즘 드라마 속 미혼모는 필수 요소다. 방송 중인 드라마 중 미혼모가 안 나오는 작품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로 흔한 설정이 됐다. 웬만한 미혼모는 다 등장했고, 이젠 사회적으로도 민감한 소재인 10대 리틀맘까지 등장했다.

가시나무새(KBS2), 로열패밀리(MBC), 내마음이 들리니(MBC) 등 월화, 수목, 주말극을 가리지 않고 미혼모가 극의 주축을 이룬다. 하지만 아직도 현실의 미혼모들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씻어낼 만한 진보된 묘사는 부족한 실정이다. 극중 미혼모는 여전히 출산의 경험을 당당히 말하지 못하고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회 부적응자의 모습을 대표한다. 불륜과 희생을 상징하는 미혼모의 스테레오 타입도 여전하다. ‘가시나무새’의 실제 미혼모는 유경(김민정)이지만 천사과인 친구 정은(한혜진)은 유경 대신 미혼모를 자처한 희생녀의 결정판이다. ‘당신 참 예쁘다’(MBC·사진)에서는 유부남과 불륜으로 낳은 아이를 키우며 사는 미혼모(윤세아)가 주인공이다. 그 외 미혼모가 정신지체자(웃어라 동해야)가 되기도 하고, 아이의 존재마저 묻어버릴 정도로 악녀(로열패밀리, 가시나무새)로 그려지는 등 자극적인 설정이 넘쳐난다.

다양한 막장 코드와 결합돼 자극성을 높이는 데만 일조한 미혼모 소재는 이제, 10대 리틀맘으로까지 전이됐다. 오는 30일 첫 방송되는 ‘만나서 반가워’(SBS)는 10대 리틀맘을 전면에 내세웠다. 충동적인 한 번의 실수로, 수능시험을 앞둔 고3 미솔(이소연)은 만삭의 10대 임신부가 된다. 원래 좋은 대학에 진학해 기자나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던 꿈 많던 소녀는 한순간 모든 활기를 잃고 세상과 부딪힌다. 이 작품은 전작에서 대리모(천만번 사랑해)라는 파격 소재를 다룬 김사경 작가의 작품으로, 벌써부터 ‘10대 임산부라는 소재를 자극적으로 그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론 이처럼 극중 미혼모의 범람은 우리 사회를 반영한 거울이기도 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미혼모(2008년 기준)의 30.6%가 10대 미혼모로, 20대 미혼모(52.7%)와 격차를 좁혀가는 추세다. 하지만 문제는 미혼모 소재를 뻔한 희생양이나 불륜의 소재로 끌어들이는 제작진의 가벼운 태도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권지연 모니터분과장은 “미혼모 소재 드라마는 굉장히 많지만 잘못된 선입견에 근거해 현실적으로 그려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지나치게 그들이 겪는 고통과 난관에 집중해 어둡게 그려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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