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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자제한법은 빛 좋은 개살구
국회의 이자제한법 개정 움직임이 활발하다.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물릴 수 있는 최고 이자율을 30%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법정 최고이자율은 40%다. 다만 시행령에서 30%로 제한해놓고 있다. 이걸 아예 법에서 30%로 규정해놓고, 추가 인하 여지도 남겨놓자는 게 핵심이다. 고리대금업과 불법 채권추심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돕자는 취지이니, 박수를 받을 법도 하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다. ‘빛 좋은 개살구’ ‘포퓰리즘의 전형’이란 비판이 거세다.
왜 이런 비판이 나올까. 이자제한법은 사인간 돈 거래 시에 적용되는 법률이다. 금융회사와 개인 간 금전거래에 적용되는 법률이 아니다. 또 형벌조항이 없다. 따라서 법이 제정되더라도 고리사채업자를 형사처벌할 길이 없다. 억울하게 고리대금을 빌려쓴 채무자가 구제받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민사소송이다. 하지만 고리사채를 마다하지 않은 서민이 소송비용을 대가며 빚 탕감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빛 좋은 개살구란 지적은 바로 이 때문이다.
앞뒤 사정을 따져보지 않고 이상(理想)만 앞세운 졸속 법안이란 지적도 있다. 일부 의원들은 이자제한법 7조항을 고쳐 대부업법에 의해 규제받는 모든 금융회사들이 이자제한법상 규제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일반법인 이자제한법으로 특별법인 대부업법을 제한하자는 것은 법리에 맞지 않다.
무엇보다 이자제한법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너무 급진적이라는 것이다. 대부업체의 획기적인 대출금리 인하를 기도하고 있지만 부작용이 우려된다. 대부업체들은 2002년 제정된 대부업법과 지난해 시행된 법시행령에 따라 현재 최고 연 44%의 대출이자를 받고 있다. 국회가 추진하는 대로 법이 바뀌면 대부업체는 앞으로 14%포인트(최고금리 기준)나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 하지만 조달금리와 판관비, 대손비용 등을 감안할 때 30% 이자율을 받고 영업을 계속할 대부업체는 1만5000개 중 한두 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은행 차입과 공모사채 발행이 금지된 대부업체는 평균적으로 연 36%의 이자를 받아야 손해보지 않고 영업할 수 있다. 대부분 연리 13~17%의 저축은행 차입으로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데다 대출모집수수료 등 판관비와 높은 대손비용을 물고 있는 까닭이다.
이자율 상한선을 30%로 낮추면 살길이 막힌 대부업체들이 시장에서 구축되고, 다시 음성화할 가능성이 높다. 2002년 정부 권유에 따라 양지로 나왔던 대부업자들을 10년 만에 다시 음지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한 금융전문가는 “일본은 1954년 제정 당시 109%이던 대금업법상 최고이자율을 20%로 내리기까지 무려 53년이 걸렸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고리사채업에 의한 피해를 호소한 민원은 1000여건, 민원인들이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고리사채의 평균 이자율은 210%이다. 결국 대다수 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대부업자는 간판 없이 영업하는 불법사채업자라는 얘기다. 양지로 나온 대부업체를 음지로 내몰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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