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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견 맞선 ‘성난 1인치’의 외침…‘불편한 카타르시스’에 빠지다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그 베를린 장벽, 어디 한번 부숴보라고.” 뮤지컬 ‘헤드윅’이 돌아온다. 다음달 14일부터 8월 21일까지 삼성역 KT&G 상상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올해 ‘헤드윅’은 조정석, 최재웅, 김동완, 김재욱이 책임진다. 이미 검증된 무대와 신선한 도전으로 양분된 캐스팅이 돋보인다.

‘헤드윅’은 트랜스젠더 록 가수 헤드윅이 남편 이츠학, 록 밴드 ‘앵그리인치’와 함께 펼치는 콘서트 형식의 작품. 거칠고 투박하지만 뜨겁고 슬픔이 가득한 ‘헤드윅’의 매력을 알아본다.

▶‘헤드윅’의 매력과 저력=여전히 뮤지컬 ‘헤드윅’을 영화 원작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헤드윅’은 영화보다 뮤지컬이 먼저였다. 1990년대 말 미국 한 전용 바에서 올려진 작은 뮤지컬이었다. 찾는 이들이 늘면서 극장으로 옮겼고 순회 공연도 가졌다.

영화 ‘헤드윅’의 감독과 주연을 맡은 존 카메론 미첼이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록 뮤지컬로 공연을 시작해서 인기가 끌자 영화로 제작했다. 2001년 영화 개봉 후 국내에서는 2005년 초연됐다.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음악과 캐스팅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로, 국내에서는 대표적인 ‘보고 또 보고’ 공연으로 자리잡았다.

소극장 뮤지컬임에도 2005년 4월 시즌1 개막 이후 총 1117회 공연을 선보인 뮤지컬 ‘헤드윅’을 본 관객 수는 30만명에 이른다. 유료 객석 점유율 85%에 총 객석 점유율은 90%를 넘는다. ‘보고 또 보는 공연’이란 것은 10회 이상 관람 관객이 600여명, 100회 이상 관람 관객 76명, 심지어 300회 이상 ‘헤드윅’을 본 관객이 22명에 이른다는 기록이 증명한다. 

관객을 열광시키는 ‘헤드윅’이지만 어떻게 보면 불편한 이야기를 잔뜩 풀어놓는다. 객석에서 보는 것은 긴 금발에 짙은 눈화장을 한 남자, 남자를 연기하는 여배우, 높은 음역대의 노래, 흔들리는 성정체성이다. 성전환 수술에 실패해 1인치의 살덩이가 남아버린 트랜스젠더, 동독 출신의 미국 이민자, 싸구려 호텔 허름한 바에서 공연하는 앵그리인치 밴드는 작품 속 이야기다. 

동독에서 살던 여성스러운 남자 아이 한스는 미군 라디오 방송을 통해 록 음악을 듣는 것이 낙이다. 어느날 미군 병사 루터는 “너처럼 예쁜 아이가 남자라는 사실에 놀랐다”며 “여자가 돼 결혼해준다면 여기서 데리고 나가줄 것”이라고 유혹한다. 자유를 위해 엄마 이름인 헤드윅으로 이름을 바꾸고 싸구려 성전환 수술을 받는다. 수술은 실패하고 1인치가 남는다. 


미국으로 오지만 루터에게 버림받은 헤드윅은 화장을 하고 가발을 쓴 채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노래를 부른다. 사랑하는 토미를 만나지만 그의 혹은 그녀의 ‘1인치’를 안 토미는 그를 떠난다. 헤드윅에게 훔친 노래로 록 스타가 된 토미. 헤드윅은 토미의 투어를 쫓아다니며 작은 무대에서 자신의 공연을 올린다.

이리저리 부서지며 굴곡진 삶을 살아가는 헤드윅의 노래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슬픔을 담고 있다. 거듭 배신을 당하면서도 멈출 수 없는 사랑은 서글픔을 더한다. 시대의 아픔과 정체성의 혼란, 사랑에 대한 슬픔은 강렬한 록으로 표출되고 공연이 시작되고 어색함에 불편하던 객석은 어느새 과장된 슬픔과 신경질적인 분노까지 받아들이며 헤드윅과 같은 감성으로 작품에 빠져든다.

▶4명의 헤드윅, “나는 헤드윅이다”=헤드윅 역을 맡는 남자 배우는 진한 화장, 여자 속옷형의 의상, 망사 스타킹, 굽 높은 구두를 소화해야 한다. 의상과 분장뿐 아니라 한 몸에 양성을 품고 2시간가량을 거의 혼자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하기에 감정 조절과 노래, 연기력이 기반되지 않으면 감히 도전조차 할 수 없는 역할이다. 어설픈 의욕은 헤드윅 무대에 서는 순간 날선 비난의 화살받이가 될 수 있다. 반면 제대로 소화하면 단번에 뮤지컬 스타로 떠오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매 시즌 ‘헤드윅’이 캐스팅부터 화제가 되는 이유다. 올해 ‘헤드윅’은 기존 ‘헤드윅’을 거쳐갔던 조정석, 최재웅 외에 김동완과 김재욱이 합류했다. 조정석은 2006년과 2008년 헤드윅이었고 최재웅은 2009년 헤드윅을 연기했다. 애교 넘치는 발랄함으로 ‘뽀드윅’이란 애칭을 얻은 조정석은 “꼭 다시 그 열정적인 무대에 서고 싶었다”고 의욕을 보였다.

2009년 무대에서 상처받은 슬픈 영혼의 헤드윅을 제대로 표출했던 최재웅은 “헤드윅은 진지하고 깊은 내면을 가진 인물”이라며 “헤드윅은 훨씬 고독하고 슬프고 미치도록 비참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지나 연출도 ‘최드윅’에 대해 “가장 드라마가 강한 캐스팅”이라며 “내공으로 다져진 깊은 연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정석, 최재웅과는 달리 ‘헤드윅’은 물론 이번이 뮤지컬 데뷔인 김동완, 김재욱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이지나 연출은 “김동완은 통통 튀는 캐릭터가 아니라 성숙한 헤드윅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폭발적인 가창력이 필요한 헤드윅 역에 대해서도 “김동완이 노래를 굉장히 잘한다”며 “댄스 그룹에서 활동하면서 어쩌면 가창력에 있어서는 평가절하돼 있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만큼 여느 뮤지컬 배우 못지않은 노래 실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1 헤드윅’의 주역들. 왼쪽부터 최재웅·조정석·김동완·김재욱.

김재욱에 대해서는 “독특한 색깔로 자신만의 매력이 강하다”고 평했다. 김동완뿐 아니라 이전 다른 헤드윅과는 다른 분위기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지나 연출은 “나른하고 시니컬한 분위기를 살려서 개성 강한 헤드윅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노래에 대해서는 “뮤지컬 발성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음색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캐스팅을 떠나 헤드윅의 성숙한 이미지를 제대로 뽑아내야 비로소 ‘헤드윅’을 완성할 수 있다고 본다. 이지나 연출은 “한국 헤드윅들이 나이가 너무 어린 것이 어떻게 보면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며 “그런 그들을 통해 헤드윅이 지닌 삶의 풍파를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hit@heraldcorp.com




‘헤드윅’의 스타…스타의 ‘헤드윅’

조승우·윤도현 등 출연 자청

오만석·엄기준은 이미지 변신

김다현·조정석 무명서 주역으로


스타들이 ‘헤드윅’을 찾았고 ‘헤드윅’을 거쳐 스타가 됐다. 6년 전 초연 이후 ‘헤드윅’이 1000회 넘는 공연을 해오며 조승우, 윤도현, 송창의 등의 스타들이 찾았고 오만석, 엄기준, 김다현 등이 헤드윅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쌓았다. 조정석, 송용진, 최재웅은 뮤지컬계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

그 중에서도 송용진은 200회 넘게 ‘헤드윅’ 무대에 선 관록을 자랑한다. 2005년 초연부터 시즌 4까지 참여한 송용진은 록밴드 출신으로 폭발적인 가창력을 지녔다. 밤 9시나 9시 30분인 심야 공연에서도 엄청난 에너지로 2시간 가까운 공연 이후 앵콜곡까지 힘이 넘치는 모습으로 소화해내 객석을 열광하게 한 그는 관객들에게 여전한 ‘송드윅’이다. ‘예쁜 다드윅’ 김다현과 ‘귀여운 뽀드윅’ 조정석 역시 100회 이상 ‘헤드윅’ 무대에 선 베테랑이다. 


각각 다른 개성으로 자신만의 헤드윅을 만들어온 배우들. 그 중에서도 이지나 연출은 개인적으로 윤도현의 ‘헤드윅’에 대한 인상이 깊다고 했다. 그는 “윤도현은 내 쇼를 이끌어간다는 자신감에 헤드윅의 성숙한 면이 제대로 표출됐다”며 “로커인 만큼 음악적인 완성도도 높았고 최고의 쇼를 보여줄 수 있는 즉흥적인 감각도 탁월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h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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