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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협사태, 전산장애 이대론 안된다
전산망 다운으로 농협의 일부 업무가 사흘째 중단되는 등 전산장애에 따른 금융거래 중단 사고가 잇따르면서 시급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시스템 노후화와 전문인력 부족 등이 전산장애의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금융회사 경영진의 안이한 태도와 보안 불감증으로 인해 사고가 재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인도 모르는 장애=농협은 “이번 사고가 IBM서버(중계 서버)의 장애로 인해 발생한 것이고, 해킹으로 인한 사고는 아니다”고 밝혔다. 전산상 문제가 생겨 IT 관련 직원들이 보수작업을 하던 중에 내부와 외부를 중계하는 운영파일이 삭제되면서 사태가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전산장애 사흘째인 14일까지도 뚜렷한 장애 발생원인 등을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협은 특히 사고발생 직후 공언했던 시스템 복구 시한을 네번이나 어겨 고객의 신뢰를 잃었다. 농협은 12일 오후 5시30분 전산사고가 발생하자, “당일 오후 6시30분까지 복구를 완료하겠다”고 했다가 시스템 복구에 실패하자, 이날 오후 8시에 다시 “13일 오전 9시까지 창구 입출금 거래를, 오후 3시까지 자동화기기를, 오후 11시까지 인터넷뱅킹을 정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13일 오전 9시 약속한 창구 입출금거래가 지연되자 “낮 12시까지 정상화하겠다”고 번복했고, 이 역시 시한을 어겼다. 농협은 이날 오후 12시35분 “창구 입출금, 예적금거래, 여신상환 등의 거래를 정상화했다”고 주장했지만 이중 일부 거래는여전히 이뤄지지 않아 빈축을 샀다.

한편 14일 정상화된 거래는 ▷창구 입출금 ▷예적금 거래 ▷여신 상환▷타행 송금을 포함한 무통장입금 ▷외화환전 ▷자동화기기(ATM) 현금 입출금▷주택청약 ▷신용카드로 통장 출금▷개인고객 인터넷뱅킹▷ ATM기기 거래 등이다. 그러나 시스템불안으로 이용불편 신고가 여전하고, 체크카드를 이용한 현금인출과 신용카드를 이용한 현금인출 및 현금서비스거래는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 또 ▷공제업무 및 시·도 금고업무▷신용평가업무▷외환시프트 업무 등도 중단된 상태이다.

▶사고 원인은 보안불감증=농협의 거래중단 사고는 금융회사의 안이한 보안의식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가 돼야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 전산장애(10분 이상 업무중단)는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확률이 높다. 전산장애 발생건수는 2008년 19건에서 2009년 10건으로 줄었으나 2010년 다시 22건으로 급증해 우려를 낳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초 발생한 사고 유형을 감안할 때 올해도 예년 보다 사고 발생 건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사고 빈발의 원인은 금융회사 경영진의 보안불감증에 1차적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산시스템 노후에 따른 시스템 교체 투자를 건의했지만 CEO가 예산 부족과 경비 절감을 이유로 거부해 투자가 지연된 적이 있었다”며 “사고가 터지지 않고서는 (CEO의)인식을 바꾸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IT 전산 부문 역시 리스크에 포함되는 것이고, 건전성 관리 만큼 중요한 것”이라며 “전산 부문도 시스템 리스크에 반영토록 하고 있으나 CEO들의 인식이 그 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금융회사의 전산시스템을 대상으로 점검한 뒤 문제가 발견되면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농협은 지난 해 2월6일에도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2시10분까지 자동화기기 2000여대가 서버다운 등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한국씨티은행은 작년 12월24일 인천 전산센터에서 한파로 냉각기가 동파되면서 침수피해가 발생, 주전산 시스템이 약 6시간 동안 작동하지 않았다.

윤재섭·박정민 기자/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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