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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도공포 벗고 보자’…중견건설사, 눈물의 미분양 떨이세일
금융권 싹쓸이 대출 회수...중견건설사 줄도산 공포 현실화
"손해만 안보면 성공"

분양가 파격 할인은 기본

이자 대납. 계약축하금까지


유지비, 금융비용 '눈덩이'

손절매로 부실 꼬리 자르기


#우림건설은 최근 경기도 고양 삼송지구에 공급하는 ‘삼송 우림 필유(455세대)’의 계약금을 쪼개 받기로 했다. 이에 130㎡를 살때 초기 계약금 1000만원만 있으면 된다. 일부세대 발코니 무료 확장(500만~800만원 상당), 중도금 50% 무이자 혜택도 제공한다. 이자 대납으로만 발생하는 추가비용만 60억원. 고스란히 사업성을 갉아먹지만 주인을 찾지 못한 60%물량이 악성 미분양으로 전락하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에서 마른수건을 다시 짰다.

진흥ㆍLIG건설에 이어 삼부토건까지 위기를 맞고 금융권의 싹쓸이식 대출금 회수가 현실화하면서 줄도산 공포에 처한 중견건설사들이 생존을 위한 ‘눈물의 떨이세일’에 나서고 있다. 집 한채 값과 맞먹는 파격할인은 물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손해 안나면 성공사업장’이라는 자조속에서 쏟아지는 폭탄을 막아내는데 총알이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다급한 심정이다.

워크아웃 중인 남광토건은 ‘별내 하우스토리(720세대)’ 잔여분양분에 한해, 발코니 확장 무료시공, 프리미엄 보장제 적용,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 중도금 무이자 등의 혜택을 제공 중이다. 실질적으로 가구당 4000만~5000만원 할인해주는 셈이다. 
 주택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우미건설도 천안청수지구에 시공한 아파트의 분양가를 평균 25% 깎아 팔았다. 면적ㆍ층수별로 최대 1억5000만원을 할인, 3억 6000만원이던 전용 121㎡(중간층)는 2억8000만원대로 인하됐다. 할인으로만 최소 200억원의 순익이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 청라지구에 위치한 우미 린스트라우스(1040가구)도 오는 2013년 1월까지 발생하는 중도금 70%의 대출 이자를 대납주고 있다. 한 가구당 금융비용만 5000만원 상당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계약축하금’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이름으로 600만원을 환급해주며 한때는 LED TV까지 줬다. 분양대행 관계자는 “아파트가 준공되면 수선충당금과 관리비, 보유세, 금융비용 등이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에 손절매를 해서라도 매각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극동건설은 경기 용인시 보정동에 지은 최고급타운하우스 ‘죽전극동 스타클래스’의 분양가를 4억원까지 할인해주고 있다. 현재 1, 2차를 합쳐 60%가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악성 미분양을 떠안고 있는 중견업체들의 사정은 대부분 이와 마찬가지다. 

아파트 분양가의 평균 25%를 할인해 준 천안청수지구 내 ‘우미린’ 아파트 단지 전경


중견건설사들이 ‘세일 쇼크’를 감내하는 데는 수익을 못내더라도 유동성 악화로 회사 전체가 흔들리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면서 만기가 도래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 연장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금리까지 인상돼 자금회전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주택건설 전문업체인 동일토건은 악성 미분양에 발목잡혀 지난해 12월 워크아웃에 돌입해야 했다. 1141가구 대단지로 구성된 대구 수성 동일하이빌 레이크시티의 미분양ㆍ미입주로 공사대금 회수가 어려워졌고 경기 용인 신봉, 천안 쌍용동 사업장이 연쇄 타격 받으면서 경영난이 심화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 중견건설사의 경우 지난 2년동안 공급을 진행한 5곳 중 대부분이 손절매 사업장”이라며 “분양가 할인뿐 아니라 기계약자를 달래기 위한 이사비 지원, 단지 업그레이드 등 추가비용이 부수적으로 들어가 부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김민현 기자@kies00>ki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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