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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은 리스크 관리다 - 실패사례
UBS, 위기 못보고 성장에만 매몰…제손으로 무덤 판 셈
▶기본을 벗어난 실패 - BTC

이너서클의 정보 독점·통제…투명성 실종

BTC(Bankers Trust Corporation)는 혁신의 대명사로 통했다.

위험조정자본수익률(RAROC)이라는 새로운 위험 평가모델을 개발해 위험 관리에 대한 일대 혁신을 가져온 것도 BTC였고 파생상품을 최초 개발해 자산 운용을 대출에서 투자로 변화시킨 것도 BTC였다. 뿐만 아니라 맞춤형 상품을 파는 비즈니스 어카운트 플랜을 도입한 것도 BTC다. 금융기관의 혁신 사례 상당 부분이 BTC에서 나왔다.

하지만 리스크 관리에 있어서는 실패했다. 회사 이름이 지금 남아 있지 않은 이유다.

“회의의 주제로 손익의 질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고, 항상 시장 점유율과 이익만이 논의됐습니다. 당연히 리스크 관리는 외면당했습니다.” UBS 관계자의 말은 신속한 투자 결정을 이유로 UBS가 리스크 관리의 기본 절차조차 무시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성장제일주의에 매몰됐던 UBS는 리스크 관리 담당자들까지도 위험전문가가 아닌 판매전문가로 교체했을 정도다. CDO 투자 한도와 거래 상대방에 대한 한도도 없었다. 단기업적주의에 빠진 UBS는 스스로 과도한 리스크를 부담하는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BTC는 리스크 관리보다 수익에 중점을 둔 소수 엘리트에 의존했다. 이들은 핵심 인력으로 부상해 이너서클을 구성했고 정보를 독점하고 통제했다. 정보의 투명성이 없어졌고 그러면서 무리한 마케팅을 진행했다. 결과는 뻔했다. 일시적인 성공 이후 BTC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호황일때 조심하라 - 와코비아

덩치키우기에만 급급…부동산 거품앞에 좌절

리스크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때는 불황보다는 호황을 누리고 있을 때다. 잘나갈 때 조심하라는 금언은 여기서도 적용된다. 와코비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와코비아는 자산 순위 콤플렉스와 투자금융 콤플렉스에 빠져 있었다. 무조건 키워야 한다는 게 마치 지상과제와도 같았다. 규모 확대에 대한 강박관념을 견디지 못한 와코비아는 무리한 합병을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는 훈련된 인력과 의사 결정 경험도 없이 투자금융, 자본 시장, 국제 업무에 뛰어들게 된다. 와코비아는 2006년 10월 미국 2위의 S&L이며 모기지 전문 금융기관인 골든웨스트파이낸셜을 인수한다. 실사 과정이 부실했던 상태에서 인수했던 게 문제였다.

바른말을 하는 사람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리스크 관리가 안 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행장인 켄 톰슨은 1월 주주총회에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붕괴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했던 시점이었다. 게다가 매각한 골든웨스트의 전 소유주도 지금 부동산 가격이 최고의 거품이라고 판단한 시점이었다.

부동산 붐이 과열에 이르렀지만 리스크 관리가 부족했던 와코비아는 결국 잘못된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호황일수록 의사 결정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와코비아가 꼽히는 이유다. 

2008년 글로벌 금융기업들 역시 리스크 관리에 실패해 문을 닫거나 막대한 손실을 입는 굴욕을 겪었다. 왼쪽부터 리먼 브러더스, UBS, 와코비아 [헤럴드경제DB]

▶통계 맹신하지 말라 - LTCM

예상치 벗어난 위기…손실앞에 속수무책

1994년 설립된 LTCM(Long-Term Capital management)은 통계적 모형에 의존해 투자해온 대표적인 헤지펀드로, 통계 모형 맹신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나를 보여준다.

LTCM은 시장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이탈했음에도 저평가 채권을 매입하고 고평가 채권을 매도하는 전략을 주로 쓰면서 1997년 12월 말에는 순자산의 24배까지 차입해 규모를 키웠다. 또 파생상품 보유 규모가 세계 스와프 시장의 24%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LTCM은 1998년 8월 17일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으로 전 세계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신용 가산금리가 급격히 커지고 주식 시장은 급락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그해 8월 말에는 전년 말 대비 52%의 손실을 기록할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LTCM의 실패는 기본적으로 유동성 관리의 문제였다고 분석한다. 포트폴리오의 분산 투자 실패 및 통계 모형 맹신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합적 리스크 관리와 정보 공유에 실패한 사례로 꼽히는 AIG 역시 통계를 너무 믿었다. AIG의 금융계열사인 AIG파이낸셜프로덕트(AIG FP)는 초기에 CDO 관련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를 개발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다. 한때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지만 이후 미운 오리 새끼로 변했다. 사실 AIG FP는 모기지 거품의 징조를 미리 알고 모기지 증권 투자를 자제했다. 2005년 말부터는 CDS 판매를 중지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AIG FP가 파생상품 투자를 막는 동안 다른 사업 부문은 부실화 경고를 무시하고 오히려 모기지 증권의 투자 규모를 늘려 갔다. 한쪽에선 막고 한쪽에선 줄줄 새는 상황이 계속된 것이다. 특히 컴퓨터 계량 모델은 99.85의 확률로 CDS 관련 지급 가능성이 없다고 했지만, 통계적 정규 분포에서 벗어나는 예상치 못한 위험 요인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걸 무시했다. 결과는 너무나 참혹했다.

▶CEO의 판단 미스 - 베어스턴스

“ 경영 보조수단” 위기관리 등한시 ‘부메랑’

아무리 잘하다가도 한 번 정도에서 벗어나면 결과는 냉정하게 나타난다. 베어스턴스가 그런 사례다. 베어스턴스는 LTCM이 위기에 처한 1998년엔 가장 먼저 자금을 빼내 리스크 관리의 성공 사례로 꼽혔다. 그러나 베어스턴스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는 리스크 관리의 실패 사례로 들어가게 된다. 베어스턴스는 위험 분산이라는 투자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운용한 파생상품에 대규모로 투자했다. ‘친구 따라 강남 가듯’ 리스크테이킹을 하다가 실패하고 만 것이다.

리스크 관리 시스템은 결국 누가 어떻게 잘 운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 자산에서 부실화에 대한 조기 경보 신호가 나타났지만 리먼브러더스는 수익성만 추구하며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와 규모 확장에만 주력했다. CEO가 잘못된 판단을 하는 동안 임원들의 제동 역할도 없었다. 리먼브러더스는 리스크 관리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수익 창출을 위한 보조수단으로 생각하는 분위기에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례는 많다. 부실 위험을 경고하는 리스크 관리 임원을 해고하고 오히려 부실 부분을 키우자는 임원을 최측근에 배치한 경우도 있다. 리스크 관리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물론 아예 리스크 관리부서 임원은 이사회에서 보고도 하지 못하게 한 사례도 있다.

리스크 관리 부문이 경영 전략, 신규 상품 및 비즈니스 승인 등 주요 의사 결정에 개입하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가능한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은 CEO의 적극적인 의지와 실천이다. 이는 리먼브러더스와 많은 금융기관의 실패 사례에서 공통으로 꼽히는 교훈이다.

오연주 기자/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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