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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타나모 의료진 가혹행위 방조했다” 위키리크스
위키리크스의 비밀문서 폭로로 쿠바 관타나모의 미군 수용소에 꾸준히 제기돼 온 고문과 가혹행위 의혹의 전모가 하나둘 밝혀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가혹행위로 거짓자백을 받아냈다는 수감자들의 증언에 이어 이번에는 미 국방부 소속 의사와 심리학자들이 고문을 방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학 전문지 PLoS 메디슨저널은 26일(현지시각) 퇴역 육군 준장과 ‘인권을 위한 의사회’소속 전문가가 관타나모 수감자들에 대한 9건의 진료 보고서와 법률 문서를 토대로 현지 의료진의 직무유기를 고발한 논문을 실었다.

논문은 관타나모의 군의관들이 정신병력이 없는 일부 수감자에게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증세를 확인했지만 이유를 질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군의관들은 수감자로부터 성폭행 피해 관련 진술을 듣거나 골절, 타박상, 자상 등 고문에 의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처에 대해 기록까지 했음에도 원인규명은 하지 않은 것으로 논문에 적시됐다. 논문에 소개된 한 사례에서 한 임상의는 수감자에게서 자살 충동, 기억력 감퇴 등 이상 징후를 확인했지만 우울증 치료제를 처방하고 “교도관들이 공격적으로 나올 때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한다”는 등의 조언을 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논문은 미 중앙정보국(CIA)에 소속된 의사와 심리학자, 국방부 소속 상담가 등이 물고문 등 가혹행위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9건의 진료보고서에는 골절, 성추행 등과 결합된 심각한 구타 및 심리적 처형, 성폭행 위협 등 허락되지 않은 조사기법들이 동원된 정황이 나와 있다. 이밖에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 대한 모욕, 수감자의 머리를 변기에 밀어넣는 등의 행위도 소개됐다. 논문은 “의사들의 수감자 방문은 자살시도나 단식투쟁이 있은 뒤에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진료기록에 따르면 수감자들이 의사들의 방문을 환영하지 않았으며 자주 협조를 거부했음을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번 보고서와 관련한 코멘트 요구에 즉각적으로 응하지 않았다. 미국은 9ㆍ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알-카에다와 탈레반 등에 연루된 외국인들을 대통령의 행정명령만으로 쿠바 관타나모 기지에 구금한 채 조사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수감자 인권문제가 빈번히 제기됐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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