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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곳에 가고 싶다>캐비어 코다리·도토리 파스타…한식에 담은 세계
퓨전한식 푸드바 ‘D6’



오전부터 먹먹한 하늘이 촉촉한 비를 머금어 우산 위로 무겁다.

마음만큼 허기진 배를 달래며 서울 청담동 길로 접어들었다. 근사한 레스토랑과 카페 사이를 헤매다 한 건물 6층에 닿는다. “독특한 한식을 한다”고 들은 D6가 있는 곳. 30대 초반의 깔끔한 인상의 토니 유 셰프가 주방에서 나오며 손을 내민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온통 ‘화이트’. 벽이며 테이블, 의자, 군데군데 드리워진 발들까지도 새하얗다. “벽에 걸린 미술작품들처럼 음식들도 작품처럼 보였으면 해서요.” 미러볼 느낌의 타일을 댄 바 쪽까지 둘러보면 영락없이 서구적인 모던레스토랑이다.

그런데 그가 처음 내민 접시는 ‘쌈장 시저 샐러드’(2만3000원)다. 로메인에 하몽과 크루통, 치즈를 곁들인 모양새는 여느 샐러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후광처럼 두른 소스를 찍어먹기 전까지는. 쌈장과 앤초비를 섞어 만든 소스. 서구적인 로메인에 진한 쌈장 맛이 들면서 밥에 물을 말아 한 입 뚝 떼어넣던 상추쌈의 풍미가 스치니 묘하다.

두 번째 요리는 ‘동충하초 수프’. 동충하초에 양파, 감자를 넣어 담백한 수프를 만들고 카푸치노 거품을 올린 뒤 동충하초 세 줄기를 세워 꽂았다. 동충하초의 쌉쌀한 뒷맛을 부드러운 수프와 거품이 감싼다.

이쯤 되니 슬슬 호기심이 생긴다. 유 셰프는 제법 큰 회사에서 광고와 북(책)디자이너로 활동하다 20대 중반에 취미였던 요리를 업으로 삼기로 결심한다. 세계 음식계 트렌드를 살폈다. 칼로리가 낮고 제철 재료를 쓰며 저장음식이 발달해 웰빙 물결에 부합하니 한식이 정답이었다.


유 셰프의 얘기를 반쯤 듣다 보니 세 번째 접시가 나온다. ‘전복 & 새우 무침’(4만5000원). 못 견디게 진한 참기름 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강원도에서 가져온 진한 참기름에 전복, 새우, 주꾸미를 오이와 더불어 무쳐낸다. 접시 주위에 견과물 부스러기를 둘러 찍어먹게 했다. 해물의 탱탱한 식감이 고소한 참기름, 견과류와 어우러진다.

전통음식의 뿌리와 정체성을 해외의 화려한 식문화와 접목시키겠다는 게 그의 목표. ‘주문진 어시장 아저씨’ ‘양평 재래시장 할머니’의 검은 봉지가 지금도 그의 레서피 뒤에 있다.

마지막 접시가 도착. ‘도토리 생면 무침(파스타)’(2만3000원)이다. 도토리 면을 직접 만든 뒤 취, 비릅, 원추리, 참나물 등 제철 나물을 고춧가루 넣은 간장 소스에 버무려낸다. 도토리묵과 파스타의 융ㆍ복합으로 읽힌다. 도토리는 점성이 없어 면으로 만들기까지 힘들었다고.

‘두부 몽블랑’ ‘D6 초코파이’(이상 1만5000원) 같은 입가심 메뉴도 궁금증을 부른다. 단품 요리 외에 하루 전에 예약해야 하는 ‘코스 A’(8만원), ‘셰프 특선 코스’(15만원)도 인기다. 지난해 4월 오픈했으니 1년 됐다. 점심은 안 한다. 영업시간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와인이나 사케, 위스키, 전통주도 판다. 02-511-9232

임희윤 기자/i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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